김홍곤
자유기고가
어제는 오후에 충무로에 볼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는 없었지만 지하철 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한 정거장을 지나자 빈자리가 하나 생겨 얼른 앉았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자 허리가 70도는 굽은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 3~4학년은 되어 보이는 손자아이와 함께 전철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자신이 자리에 앉지 않고 손자에게 앉으라는 것이었다.
손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주체하기 힘들어하면서도 참고 서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못이기는 척 일어나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록 얼굴에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긴 했지만, 덩치는 중학생만한 아이에게까지 어른들이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것인지 헛갈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 타락은 결국 비뚤어진 자식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게 찜찜한 마음을 가슴에 묻어두고 볼일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탔다. 
돌아올 때 역시 지하철 안은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았다.
차량의 앞뒷칸에 설치된 경로석은 빈자리로 남아있을 정도로.
그런데 이번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세 명이 들어오더니 그 중 한 학생이 경로석의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같이 탄 일행 둘이서 경로석에 앉은 학생에게 다가가 “이 자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비워두는 곳”이라고 하자 벌떡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머쓱해 하는 학생이나 함께 서서가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학생의 해맑은 모습에서 나는 조금 전까지 찜찜해 했던 마음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기성세대의 올바른 교육관과 사고의 전환만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