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선불교 이야기
    생활의 지혜
    자연과 시
    고전속의 명구감상
    불교설화
    반야샘터
    반야샘터
    경전이야기
    불서
    즐거움을 뿌려라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잘못된 체질감별이 병을 만든다

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한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할 때 자기의 질병관이나 자신이 배웠던 학문 내용에 따라 동일한 질병에 다른 처방이 나갈 수 있다. 이유는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시작한다.
체질을 따져서 처방하는 체질방 한의사가 있는가 하면 증상에 따라 처방하는 후세방 한의사, 고전서적을 근간으로 처방하는 고방 한의사 등 다양한 치료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질병치료에 다른 처방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체질을 따져 처방하는 한의사에 속한다.
체질의학을 전공했고 28년 동안 진료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는데도 아직도 체질을 분류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사상체질이니 8상체질이니 심지어 16상체질까지 이야기하는데, 한의사이니까 무조건 체질감별이 누워서 떡 먹기처럼 편한 건 아니다. 칼로 무 자르듯이 판별하기 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몸이 마른 40대 여성이 오셨다.
너무 기력이 딸리고 밥맛도 없다며 보약을 먹고 원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는데, 시선을 보니 왠지 미덥지 못한 눈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신이 쌓일만한 그동안의 경험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기운이 넘친 적이 없어 약골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하는 이 여성은 스스로 몸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철마다 감기란 감기에는 다 걸리고 빨래 몇 개만 해도 지쳐서 걸핏하면 드러눕기 십상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떻게 해서든 건강해지고 싶은 욕심으로 유명하다는 한의원에는 대부분 가봤다고 했다. 그때마다 여기저기 한의원에서 보약을 꽤 많이 지었었는데 효과 본 적은 거의 없었단다. 효과 대신 보약을 먹을 때마다 배 아프고 설사 나서 남편 몰래 한약을 버린 적도 많았다는 고백도 했다. 아울러 효과도 없는 보약에 낭비되는 돈이 아까워 한의원에 발걸음을 끊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번에는 남편의 강권으로 억지로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찰을 통해 다른 한의원에서 지은 보약이 이 여성에게 왜 그런 복통 설사 같은 흡수장애가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체질이 무척 헷갈리는 분이었고 어떤 체질인지 감별이 난해해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체질감별이 무척 어려워 소음인인지 소양인인지 반반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이 여성분을 분석하느라 하루 종일 머리는 아프고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심사숙고해서 보약처방을 내렸지만 혹시 탈이 날까 걱정이 되었다.
이번 기회가 한약에 대한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한의사로서 일종의 책임감도 느껴지는 환자였다. 진찰이 끝나고 이번에도 보약을 드시면서 전처럼 설사나 배가 아프면 바로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하였다.
1주일이 지나 전화를 드렸더니 보약을 복용하면 전처럼 역시 배 아프고 설사를 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나 자신 또한 부정확한 체질감별을 하고 만 것이다. 소양인인데 소음인 처방을 했으니 체질에 맞지 않는 보약이 처방된 셈이었고 당연히 몸 안에서는 그 약을 받아들일 수 없어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난 것이다.
곧바로 한약을 폐기하라고 하고 다시 소양인 처방을 달여 보내드렸다.
얼마 전 두 번째 보약을 다 복용하고 내원하였는데, 이번 약은 복통 설사도 없고 오히려 밥맛이 나며 기운이 점점 생긴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필자가 득 될 것 없는 부족한 경험까지 사례로 든 이유는 체질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서다.
이 여성분을 통해서 비록 보약이라고 해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이런 흡수장애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실증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항간에 나도는 이야기 중에 인삼은 맞지 않아도 홍삼은 아무나 먹어도 괜찮다는 낭설을 많이 듣는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고 명백한 거짓말이다.
비싸고 귀한 것일지라도 맞아야 보약인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몸 버리고 돈 버리는 결과가 온다는 것,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햇살고운 한의원 576-1114
www.tox75.com
http://blog.naver.com/haessalee
https://ch.kakao.com/channels/@haessa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