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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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만에 연꽃 피었으니

공종원 / 언론인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작년에 발굴된 연꽃 씨앗이 지난 7월 7일 700여 년 만에 함안박물관 연못에서 꽃을 피웠다. 선명한 붉은 색깔과 일그러짐 없는 단정한 모양을 가진 홍련(紅蓮)이었다. 700년 동안 죽은 듯 잠들었던 생명의 숨결이 생동하기 시작하여 연꽃 본연의 모습을 하늘아래 뽐내는 순간이다.
땅속에서 700년을 죽은 듯 침묵했던 씨앗이 700년 세월을 건너뛰어 이 땅위에서 햇빛을 받으며 생명의 물을 마시면서 자유롭게 그리고 활발하게 숨을 쉬게 되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역사적 사건이다. 거기에 생명을 만천하에 구가라도 하는 듯 아름답고 천연스러운 붉은 꽃을 활짝 피어내고 있다니 경이롭지 않은가. 나는 이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큰 축복을 주는 사건으로 이해하고 싶다.
고고학 발굴의 현장에서 식물의 씨앗이 발굴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앗발아가 성공하였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씨앗이 이미 탄화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씨앗들이 각기 일정한 수명이 있기 때문이다. 연꽃은 수명이 긴 식물이고 심지어 영원히 사는 식물이란 소리까지 듣는다.
수명이 긴 연꽃은 아름다운 꽃이고 청순한 꽃이라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상이었다. 연꽃이 보여주는 특수한 상징들 때문에 그 정신이 높이 강조되기도 하며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연꽃을 에너지 센터(차크라)를 나타내는 성스러운 꽃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백련은 ‘라지브(신을 낳아준 어머니)’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극락’의 꽃으로 보기도 한다. ‘불설 아미타경’에서는 극락에 만발하는 청련 백련 홍련 황련 등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꽃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거운 깨우침을 준다.
첫째는 씨가 많아서 자손이 끊어질 염려가 없다[종자부실(種子不失)]고 한다.
본래 수명이 긴 것은 물론이고 삼세인과를 깨우쳐 준다. 심으면 반드시 싹을 틔우고 산다는 필연성이다. 그래서 연은 다산(多産)을 상징하기도 한다.
둘째는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늘 깨끗한 모습이다[처염상정(處染常淨)].
연꽃은 더러운 진흙 밭의 물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더러운 진흙에 물들지 않고 늘 고고하고 순수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연잎에 빗물이 묻지 않는 것처럼…’이라는 표현도 있고, 연꽃이 피면 어느 곳이나 향기로 가득 채운다[계향충만(戒香充滿)]고 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연꽃은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양분으로 삼고 산소를 내뿜어 물을 정화하는 힘을 가진 식물이다. 
셋째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핀다[화과동시(花果同時)].
대부분의 식물은 꽃이 지고 열매를 맺지만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 그래서 사람도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웃들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이웃을 위해 사는 일이야 말로 바로 깨달음의 실천이라 할 것이다.
넷째는 연꽃과 수련은 그릇에 따라 자신의 꽃과 잎의 크기를 조절한다.
작은 곳에서는 작게 피지만 넓은 연못에선 크게 피어 빈곳 없이 가득 채우곤 한다. 연꽃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꽃을 오므리는 성질이 있다. 오늘도 그렇고 다음날도 그렇다. 그래서 연꽃은 부활과 영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는 꽃과 잎과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연꽃은 아름다움과 함께 사람의 먹을 것이 되고 약초가 되며 차도 되고 약도 된다. 연근은 자양강장제 약제가 되기도 하고 식용으로 널리 이용되기도 한다. 또 연잎은 갈아서 칼국수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가 하면 지혈제로, 야뇨증치료제로 이용되고 지네에 물린데 해독제가 되기도 한다. 생 연뿌리는 폐결핵 각혈, 코피를 멈추게 하는데 쓰기도 했다. 연잎으로 술을 빚은 것은 연엽주라고 한다. 연차로 이용되기도 한다. ‘부생육기(浮生六記)’에도 기록되었듯이 중국인들은 갓 피어난 연꽃 속에 차 잎을 넣고 연꽃잎이 오무라들 때 차의 기운을 받도록 하여 이를 따 차를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연차, 연잎차, 연꽃차는 지금 우리도 즐기는 좋은 차가 되었다. 그러니 연을 보는 사람은 모두 길하다[견자개길(見者皆吉)]는 말도 나왔다. 
이렇게 연은 상서롭고 의미 깊은 꽃이다. 청정하고 순결한 꽃이기도 하다. 심지어 연은 이롭고 생산적인 꽃이기도 하다. 향기로운 연차를 마시면서 연을 상찬하다보면 모름지기 연꽃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700년 만에 핀 연꽃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혼탁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향기의 경책을 내리려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