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스님
옥천암 주지
취재·정리 이권수 / 조계종 총무원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 중 세 번째 생명결사를 주제로 법문한 옥천사 주지 정범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존귀하니 해치지 말라는 불살생을 설파하셨고 더 적극적인 의미로는 방생을 강조하셨다”며 초기경전 중 하나인 <자비경>을 소개하고 “하루 한 번 자비경을 독송하며 생명결사에 대한 마음을 다잡아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범스님은 이어 생명결사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친환경 우리농작물 애용 △자연생태 훼손하는 생활용품 사용 자제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 및 대중교통 이용 등을 소개하고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대하며 자연생태 보존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이날 법문 요지>
4년 전에 산을 지키고 사찰을 지키고 문화재를 지키고 자연환경을 지켜야 된다는 그 중요한 상황들 속에서 충남 서산에 있는 가야산 살리기 운동에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산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기와 물도 안 들어오고 아무것도 없는 가야산 산골짜기에 천막을 쳐 놨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먹고 마시고 잠자고 편하게 살던 부분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절실하게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족문화수호라든가 생명결사와 같은 소중한 인연의 씨앗으로 승화되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절실히 하게 됩니다.
비록 이웃나라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재해를 지켜보면서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거리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우리는 감히 온몸으로 전율되어 느껴지는 생명의 귀중함과 더불어서 허무함 속에서 말을 붙이기조차 어렵고 죄송한 것이 우리 불자들의 심경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명결사라고 하면 어떤 부분이 우리에게 생명의 가치로서 다가와야 할까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 몸이 건강하면 아픈 사람을 보아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또 죽어가는 사람을 보더라도 생명의 가치로서 내 팔과 다리가 잘려져 나가는 듯한 슬픔과 고통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주 친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대성통곡을 하며 슬픔을 나누지만 슬픔을 나누는 실체가 내 것이 아니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잊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중생의 삶을 사는 우리들이기에 부처님께서는 제일 첫 번째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계율이 바로 불살생입니다. 불쌍한 생명들을 가엾이 여기고 놓아줘라. 도와줘라. 보살펴 줘라. 이처럼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존귀한 것이니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고귀한 가르침을 전해 주셨습니다. 이 불살생 계율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방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담은 <자카타>를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생명존귀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에게 전해주고 계십니다.
황금빛 사슴이야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 중 황금빛 사슴이야기는, 부처님 전생의 시절에 사슴고기만을 좋아하는 왕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신하들은 뒤뜰에 사슴동산을 만들어 차례대로 사슴을 잡아 왕에게 바쳤답니다. 그렇게 차례대로 사슴들은 왕의 먹이가 되어갔는데, 그러던 어느 날 새끼를 밴 사슴이 왕의 먹이가 될 차례가 되었답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황금빛의 니그로다 사슴이 대신해서 왕의 먹잇감으로 나갑니다. 니그로다 사슴을 본 그 왕은 아무리 사슴을 좋아하지만, 황금빛 사슴만큼은 잡아먹고 싶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신하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뒤 황금빛의 니그로다 사슴이 새끼 밴 사슴을 대신해서 자신의 먹잇감으로 자청해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깨달아 사슴들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네 발 달린 짐승은 물론, 두발 달린 새, 물고기 등 살아있는 생명들은 모두 다 귀하게 여기겠노라라는 왕의 다짐을 받고 나머지 사슴들과 함께 숲으로 돌아갔다는 부처님 전생담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던졌던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들으면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보여주신 부처님의 크나 큰 가르침에 절로 감복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님처럼 살겠다고 서원합니다. 하지만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알고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부처님은 어떻게 사셨는지 되새겨봐야 합니다.
생명에 대한 경전을 찾다가 남방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자비경>을 찾게 됐습니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불자는 마땅히 이러해야 할지니, 저 평온의 상태를 체험해서 유능하고, 정직하며, 부드럽고 고운 말을 하며,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 바라는 게 적어 공양하기 쉽고, 소박하고 간소하게 생활하며, 감관이 고요하고, 현명하여 세인들처럼 욕심 부리지 말라. 다른 현자들이 비난할 어떤 일도 하지 말라. 오직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고 안온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길 건 크건 아니면 중간치건 또는 짧건, 미세하건 또는 거대하건, 눈에 보이는 것이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건, 또 멀리 살건 가까이 살건, 태어났건, 태어나려 하고 있건,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야 한다. 다른 이를 속여서는 안 되며 누구라도 경멸해서는 안 된다. 분노 때문에, 원한 때문에 서로에게 괴로움을 끼쳐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모든 존재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을 닦아야 한다. 온누리의 가장 높고 깊고 넓은 곳 그 끝까지 모두를 감싸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미움과 원망을 넘어선 자애의 마음 챙김을 하되 걷거나 앉거나 누웠을 때라도 항상 깨어 있어서 바른 생각을 놓치지 않도록 전심전력하라. 이것을 세상에서는 거룩한 경지라고 말한다. 누구든 이렇게 잘못된 견해를 가까이하지 않고, 계를 지니고, 참된 안목을 갖추고, 감각적 욕망을 탐하는 것을 극복하면 그는 결코 불행의 굴레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듣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경전입니다. 자비의 씨앗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비경>을 소개한 것입니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자비경>을 독송하며 생명결사에 대한 마음을 다잡아 보기 바랍니다. 진정한 불자라면 참회를 잘해야 합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다음 다섯 가지로 정해서 참회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불교계 내부의 청정성 회복과 자정이 게으르고 불의를 용인한 것을 참회합니다.
둘째, 저는 권력이나 분력과 타협하여 고통 받는 중생들을 외면하며 살아온 지난날을 참회합니다.
셋째, 저는 한국불교 1700년 전통과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참회합니다.
넷째, 저는 비불교적 행위를 용인하고 그들과 타협해 온 지난 과거를 참회합니다.
다섯째, 저는 정부의 종교 편향과 이교도의 훼불행위를 저지하지 못하여 삼보를 외호하지 못했음을 참회합니다.
그렇다고 참회만 하고 끝나면 안 됩니다.
발원과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참회가 되는 것이요, 진정한 불자입니다.
참회를 통해 자비심을 키우고 생명결사에 대한 마음도 다잡는 진정한 불자가 되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