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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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행복으로 채워지는 인생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당신의 몸! 더 입체적으로 건강하고 멋지게 바뀔 수 있습니다.” 커다란 간판의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꿈속에서의 일이다. 며칠 전 꿈을 꾸다가 본 간판이다. 맞은편 건물의 간판을 보니 “당신의 마음도 물론 부드러우면서 파워풀하게 건강해집니다.” 하고 써져 있다. 앞쪽을 바라보았더니 두 건물을 아늑하게 감싸주는 건물이 서있다. 역시 간판이 붙어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서 간판을 쳐다보았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으면 지극한 행복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워줍니다.”
각각의 건물에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주고받는 말과 몸짓에 인정된 활력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하고 있는 단정한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 온다. “이 건물들이 선생님을 뵙게 돼서 반갑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건물을 둘러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건물을 바라보니 건물들도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다.
“예. 오가는 사람들도 활력과 안정감이 넘치는데 건물까지도 아주 훌륭하군요. 그런데 저 몸이 멋지게 바뀐다는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은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건물입니까?”
“차례차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젊은이가 친절하게 앞장선다. “이곳은 체육관입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만드는 체육관이 아니고 우리가 음식을 먹었을 때 위장까지 전달해주는 식도의 안쪽 근육을 우선 입체적으로 튼튼하게 해주는 곳입니다.” 젊은이의 몸이 갑자기 너무 멋있게 보였다.
“우리는 우리 몸이 바로 법당임을 잘 압니다. 법당인 몸이 튼튼해야 그 안에 계신 불보살님이 편안할 수 있으니까요.”
퍼뜩 고령 신찬스님이 은사스님의 등을 밀어드리다가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好好法堂 호호법당
佛無靈驗 불무영험
훌륭하고 훌륭한 법당인데
부처님이 영험이 없으시네요


은사스님이 고개 돌려 바라보니 신찬스님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며칠이 지난 뒤에 신찬스님이 은사스님의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은사스님은 창 아래 있는 티 테이블에서 고색창연한 종이로 되어있는 경전을 그윽한 표정으로 읽고 있었다. 때마침 벌 한 마리가 열려져있는 출입문을 통해 날아 들어왔다. 벌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동에너지가 온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진동에너지가 천장을 치고 바닥을 치고 사방 벽을 치면서 은사스님이 읽고 있는 경전의 종이 갈피갈피마다 스며들었다. 붕붕 날아다니던 벌이 방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는지 갑자기 은사스님이 경전을 읽고 있는 창 쪽으로 휘익 몸을 날리더니 창문의 종이를 향해 죽을힘을 다해가면서 헤딩을 하기 시작했다. 은사스님은 테이블에서 경전을 보느라 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벌은 창문의 종이를 뚫으려 않고 있었다. 벌은 창문의 종이를 뚫으려 애쓰고 은사스님은 경전의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벌과 은사스님이 어쩌면 전생에 사형사제였는지도 모른다.
신찬스님이 은사스님 곁으로 다가가서 나직하게 게송을 읊었다.


空門不肯出 공문불긍출
投窓也太痴 투창야태치
百年鑽古紙 백년찬고지
何日出頭期 하일출두기
텅 빈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창문을 들이받고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구나
백 년 동안 종이를 뚫으려 해 본들
어느 날에 벗어날 기약이 있으리오.


은사스님이 홀연히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음 날 제자를 법석에 오르게 하고 법문을 듣는다.
이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일화이다. 신찬스님이 은사스님의 등을 밀어드리면서 몸을 법당이라고 한 대목이 지금 젊은이가 하는 말과 공명효과를 일으키면서 다가온다.
“위장 안쪽의 근육과 십이지장 안팎의 근육도 단련할 수 있겠군요.” 젊은이가 지체 없이 대답을 해온다. “물론입니다. 저희 체육관에서는 뼈마디마디까지 다 근육으로 보고 단련을 시킵니다. 뼈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강력한 근육을 단련해주는 스트레칭법도 아주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습니다.”
거참 기특한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가 말을 잇는다. “선생님께서 더 잘 아시겠습니다만 우리 몸의 뼈들이 얼핏 보면 정상인 것 같지만 사는 동안에 이런저런 일로 조금씩 변형되거나 약해져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지요. 저는 다리 고관절 아래쪽이 부러지면서 다섯 조각이 나는 바람에 전신 깁스를 하고 병원에 꼼짝 못하고 드러누운 적도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공부를 하셨군요. 후배나 동기들이 누워있는 동안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그게 참. 어떤 후배들은 전신 깁스를 한 채로 신경질을 냈더니 5층인가 하는 입원실에서 창밖으로 던져버리겠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동기들이 고생이 참 많았지요. 나중에 인도에 유학 가서 공부하고 와서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기생도 참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는데 언젠가는 은혜를 원수로라도 갚아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선생님. 원수를 은혜로 갚으시겠다는 말씀이겠지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우리는 마음도 건강해지다는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 쪽으로 길을 건너왔다. “이 건물의 용도는 어떻게 됩니까?”
“선생님의 질문이 아까부터 참 예리하십니다. 이 곳은 동서양과 중동지역과 지구촌 모든 곳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대출 열람하는 도서관과 그 모든 고전을 번역본 참고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원적으로 강의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부처님은 논문에 니은 자도 쓴 적이 없는데 요즘 논문 때문에 더러 일도 벌어지고 고생들도 많이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은 전혀 없습니다. 선생님 동기 분 중에 인도에 다녀본 분이 계시다고 하니 언제 한 번 뵙고 빨리어 원전이나 범어 원전만 딱 놓고 강의하는 강의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예 그러시지요. 이차 삼차 자료도 물론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원전만 딱 놓고 읽는 매력은 참 대단한 바가 있지요.”
“인도에서 직접 범어 원전을 연구한 학자를 초빙해서 동기분과 합동강의를 부탁드리면 듣는 사람들이 그냥 환희심에 젖어들 것 같습니다. 뼈를 스트레칭해서 풀고 고전 강의를 들으면 몸속에 있는 무형의 근육까지 쫘악 풀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체육관에서 뼈까지 풀고 반드시 고전강의를 듣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소장과 대장과 나머지 장기들도 근육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소장과 대장의 근육을 푸는 프로그램은 없습니까?”
“선생님 좋은 질문 감사드립니다. 요즘 사람들이 알코올뿐만 아니라 커피 등등을 마구 들여놓는 바람에 소장근육과 대장근육이 안 지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바로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만 소장근육과 대장근육과 방광근육까지도 스트레칭을 통해서 정상회복 활성화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 빨리 좀 보급해 주십시오. 알코올이나 커피 정도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소장과 근육이 튼튼해진 대장을 갖추면 많은 사람들이 더 활력 넘치게 인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 선생님 물론입니다. 체육관에서 하는 단련법과 고전강의를 함께 들으면 모든 장기들과 모든 세포들이 심도 깊게 풀리고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간판 앞에 함께 섰다. “몸과 마음을 다 내려놓으면 길거리마다 몸과 마음이 넘쳐나겠습니다. 길거리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젊은이가 요란하지 않게 한참 웃더니 말을 한다. “선생님 듣던 대로 농담을 아주 재미없게 잘 하시는군요. 길거리도 이곳에서는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줄 압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어떤 동네입니까?” 젊은이가 약간 차분하게 정색을 하더니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꿈속에서 이 곳 저희 <활력 명상 마을>을 방문하고 계십니다. 꿈에서 깨어나도 이곳을 다녀간 기억이 생생할 것입니다. 꿈에서 깨어난 세상에서도 활력이 어디에서나 넘치기를 저희들이 간절하게 기도하겠습니다. 조심해서 살펴 가십시오.”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꿈에서 스르르 깨어났다. 너무 생생한 꿈을 오랜만에 꾸었다. 그렇다. 꿈꾸는 것만큼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