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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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1)

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지난호에 이어서>


『증일아함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좋은 의사와 간호사가 갖춰야 하는 조건을 설명할 것 외에도, 병자가 행해야 하는 다섯 가지 법을 지적하셨다. 즉 적절한 음식을 먹고, 제 시간에 음식을 먹으며, 의사를 가까이하고, 근심 걱정을 품지 않으며, 자비심으로 사물을 대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경전에서 설명한 것을 종합해 보면 불교에서 생각하는 건강 유지의 바른 도리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서 알 수 있다.


①올바른 음식 습관: 『니건자경尼乾子經』에는 “지나치게 먹는 사람은 몸이 무겁고 게을러, 현세와 미래에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다. 졸음 때문에 깨어 있기 힘드니, 마땅히 먹을 양과 먹을 때를 알아야 한다”라는 법문이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약을 먹는 것과 같아 그 가운데에서 양분을 섭취하고, 그 양분으로 몸을 보호한다. 그러므로 음식을 섭취할 때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고기를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는다.
둘째, 소금기를 적게 먹고 담백한 것을 많이 먹는다.
셋째, 설탕을 적게 먹고 과일을 많이 먹는다. 소식하고 많이 씹는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먹어야 내장이 가볍고 상쾌하다.
이것이야말로 으뜸가는 건강 비결이다.


②올바른 습관: 정당한 직업이란 적극적이고 사회 대중에게 이로운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업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여기는 것은 일을 돈벌이의 수단이나 명예 추구의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보면 싫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일체지덕경一切智德經』에서는 “인애仁愛를 은혜롭게 베풀어 남을 이롭게 하되 고루 이롭게 하며, 일체를 구제하여 중생을 화합하게 한다” 하였다. 자비와 보시를 일에 접목시켜, 일을 법보시하는 거라 여기면 일도 즐겁고 기분도 달라질 것이다.


③올바른 행위: 『십송률十誦律』에서는 “굶주림은 병의 으뜸이고, 행行은 괴로움의 으뜸이다. 이와 같은 귀한 가르침을 안다면 열반 제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였다. 행위가 바르고 마음이 떳떳하면 번뇌와 근심 걱정이 없으니, 이것이 양생養生의 바른 길이다.


④올바른 처신: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는 “이로움과 손실(利哀), 비방과 높이 기림(毁譽), 칭찬과 비웃음(稱譏), 괴로움과 즐거움(苦樂), 이것은 모두 비상법非常法이니 근심하고 기뻐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람의 몸은 사대에 의해 조합된 정혈精血의 몸체일 뿐이다. 결국에는 훼손되고 사라지는 존재임을 꿰뚫고 간파하면 사람으로서 오욕五欲과 육진六塵을 탐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허영과 명리를 생각하지 않고, 오온五蘊과 삼계三界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정당한 인생관을 세우면 신심이 절로 평안해진다.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정신 보건’에 대해 불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①마음을 자재롭게: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미륵보살의 기상과 도량처럼 이러쿵저러쿵 매사를 따지지 않는다면 절로 자유롭고 막힘이 없을 것이다.
②내려놓아 편안하게: 『제경요집諸經要集』에서는 “일체의 선하지 못한 법을 다 버리면 부채에서 벗어나고, 중병을 앓는 사람이 차도를 보이는 것과 같으며,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은 풍족한 나라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매사에 비교하지도 따지지도 말며, 놓아버릴 때는 놓아버려야 마음이 편안하고 모든 병이 사라진다.
③선정으로 수행을: 선정에 들어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수행에 정진하면 기분이 맑고 상쾌하여 하는 일마다 순조롭고 걸릴 것이 없다.
④행향行香과 예불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쉼 없이 예불을 드리면 항하사와 같이 많은 죄를 없애주고 무량한 복을 준다.
⑤수식지관數息止觀을: 정신을 가다듬고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면 신심이 굳세어지고 지혜를 깨우치게 된다.
⑥진취적이고 낙관적으로: 열심히 발심·발원하고 힘써 일하면 법희가 충만하고 몸에 병이나 탈이 없게 된다.
명나라 때 감산 덕청(.山德淸, 1546~1622) 대사는 “생로병사를 누가 대신할 수 있는가? 시고, 달고, 쓰고, 매운 것이 스스로 받게 되는 것이다. 한 제(20첩)의 약으로 몸을 다스리는 데는 평위산이 으뜸이요, 두 종지로 기를 조화시키는 데는 이진탕二陳湯이 최고로다(老病死生誰替得 酸甛苦辣自承擔 一劑養神平胃散 兩重和氣瀉肝腸)”라고 하였다. 보통 질병은 심리, 생리, 행위, 그리고 생활 주변의 환경과 관련하여 생겨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즐겨 먹고, 할 일 없이 빈둥댄다. 하지만 먹는 데서도 병이 생기고, 한가한 데서도 병이 생길 수 있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지나친 데서 병이 생기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조급함에서 병이 나타날 수 있다. 마음이 유약하고 의기소침한 사람은 답답함에서 병이 생기고, 시시비비를 많이 따지는 사람은 기운에서 병이 생긴다.
결국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기가 조화롭지 못하고, 입을 다스리지 못하고, 성냄을 제어하지 못하고,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빈곤해도 편안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을 멈추지 못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질병이 생긴다.
질병 치료에 대한 세간의 의학은 대부분 음식, 물리, 화학, 심리, 환경, 기후, 의약 등의 요법을 강조하며, 유한적 틀 안에서 병에 맞춰 치료한다. 불교의 의학은 세간의 의학 외에, 마음속 탐·진·치 삼독의 근절을 더욱 중시한다.
절집에서는 오랫동안 “마음의 병은 마음을 치료하는 약으로 고쳐야 한다”고 하였다. 무릇 생리生理와 심리心理가 조화로워야 건강하다. 위에서 설명한 음식 조절, 예불 참회, 지속적인 염불, 선정 수행, 행향 예배行香禮拜, 수식 지관數息止觀, 낙관적 진취적, 자재로운 마음, 모든 걸 내려놓아 편안한 마음 등이야말로 건강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