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태 / 서라벌대 강사, 국제불교정법대학 강사
제사의례란 조상을 생각하며 추모하는 의식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존재하게 한 근본에 보답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효도이다. 효도란 부모와 조상을 극진한 정성과 공경으로 섬기는 일인데, 살아계신 조상은 지성으로 섬기면서 돌아가신 조상을 잊는다면 도리라 할 수 없다. 자기존재에 대한 보답을 조상이 살아계신 동안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살아있는 한은 멈출 수 없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계신 조상 섬기듯이 모시는 것이며 그와 같은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 제사의례다.
 
종교학의 입장에서 보면 조상숭배는 민속일 뿐만 아니라 엄연한 종교적인 현상에 속한다. 그 안에 아주 높은 종교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제사장인 가장을 중심으로 자손들이 가정이란 공동체속에서 종교의식(제사의례)이 거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성찬을 돌리듯 음식을 나누며 가장은 가족들 앞에서 말씀을 주신다. 그것은 차원 높은 말씀이 아니라 그가 살아오면서 느낀 삶의 지혜와 조상을 회고하며 나누는 덕담 등이다. 제사의 형식을 빌리며 조상을 추모하는 가정은 작은 종교의 성소가 되는 것이다.
제사는 고려 말에 들어온 유교에 의하면 자손들이 모실 수 있는 조상은 원래 계층(신분)에 따라 한정되어 있었다. 대부(大夫, 3품) 이상은 3대를, 6품 이상은 2대를, 그리고 서민들은 부모만 제사지내도록 용인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급격히 붕괴되면서 누구나 4대를 제사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신분상승을 바라는 서민들의 희망이며 제사의례를 통해 간접적인 신분상승을 이룬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지침서인『四禮便覽』이란 책에 의하면 사시제, 선조제, 이제 차례, 기일제, 식앙제, 속절제, 묘제 등의 제사가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모두 축약되고 기제사, 차례, 시제사 정도의 제사만 지내고 있다.
 
제사의 순서를 살펴보면 신이 내리는 형식인 강신 과정이 있어서 조상이 내려오길 빈다. 그 다음 신이 강림하면 술을 올리는 순서가 세 번 있다. 이른바 초헌, 아헌, 종헌이다. 제문도 읽어야 하는데 보통 초헌이 끝나면 그 순서가 있다. 그러나 조상들이 술만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밥을 먹을 수 있게 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아 놓는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엎드려 있던지, 조상 령들이 식사하는 동안 밖으로 나가 자리를 피해 기다린다.(합문 闔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조상들을 보내는 사신이다.
 
이것으로 제사는 다 끝나지만 사실 더 중요한 순서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다. 바로 조상들께 바친 술과 음식을 참가한 자손들이 같이 먹는 음복 과정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음복 과정을 제사를 끝내고 치르는 마지막 순서정도로 생각하는 데 종교학적으로 한 조상이 남긴 음식을 같은 자손들이 함께 공유함으로 가족간 동류의식이 더 공고해진다고 보고 있다. 크게 보면 문중의식이 생기는 것으로 한 할아버지 자손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의식이다.
차례(茶禮)
차례는 집에서 기제사를 받드는 모든 조상을 대상으로 지내는 약식제사다. 지내는 장소는 설날은 가묘나 정청(큰방)에서 한 번의 절차로 지내고, 한식과 한가위는 각 조상의 묘지 또는 가묘나 집에서 지낸다. 예전에는 한 해에 4번 설날, 한식, 추석, 동지에 제를 올렸는데 언제부터인지 동지는 빠지고 설날이나 추석(또는 한식) 등의 날에 두세 번 지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차례가 제사와 다른 것은 제사가 자정 즈음에 제를 올리는 것에 비해 차례는 명절날 아침에 지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제사는 조상 령이 밤에 집을 찾아온다는 것, 혼령들은 밤에 활동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그리고 차례 때는 집안에 모셔진 조상들을 모두 한상에서 제를 올린다. 또 제수도 조금 차이가 있다. 제사 때처럼 밥과 국을 일률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햅쌀밥(송편), 한식에는 화전을 올린다. 절기별로 제를 올릴 때는 그 절기에 맞는 음식을 올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두에는 국수를, 동지에는 팥죽을 올렸다.
 
절차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사에서는 잔을 세 번 올리지만 차례에서는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다. 차례는 조상만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손들이 즐기는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니까 이런 명절날은 감사제 같은 성격이 있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우선시되고 그런 기회에 조상들의 은혜나 은덕을 기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차례는 제사처럼 조상들의 혼이강림한다고 생각했으면 당연히 혼이 다니는 밤에 지내야 한다. 그러나 차례는 감사제의 성격이 짙어 살아 있는 자들이 활동하는 시간인 아침에 지내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모시는 조상도 한 번에같은 상에 모시는 것이리라.
음식도 그때그때마다 후손들이 즐기는 음식으로 내고 잔도 한 번 드리는 것으로 끝낼 뿐 아니라 조상들께 올리는 축문도 생략하는 것은 모두 축제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차례(茶禮)라는 말을 살펴보면 예전 유교가 들어오기 전 불교가 국교처럼 대우받던 고려 시대에는 조상에 대한 제례를 지낼 때 술을 쓰지 않고 차(茶)를 올렸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자손 모두가 참여하는 시제(時祭)
 
시제는 5대조 이상의 조상을 모시는 것으로 묘 앞에서 지내기 때문에 묘제라고도 하고 1년에 한 번 지내기 때문에 세일제(歲一祭)라고도 한다. 묘지가 없을 때에는 특별히 만든 제단(祭壇)에서 지낸다. 이 시제를 지내기 위해 조직된 것이 바로 종친회(혹은 문중)이다.
세제는 보통 10월 중에 드리는데 조상이 많은 문중에서는 10월 한 달을 전국을 누비면서 제사만을 드리는 경우도 있다. 시제날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손들이 모이는 날이기 때문에 하루정도 일찍 도착해 시제 당일에 치러지는 행사의 역할 분담을 한다. 가령 초헌관은 당연히 종손이 해야 하지만 아헌이나 종헌 혹은 축문을 읽을 사람들은 그때 논의를 해서 결정한다.
제사가 끝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음복의 순서다. 이때에는 참여한 사람은 물론 참석하지 못한 후손들을 위해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두 음식을 싸서 준다. 조상의 음덕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도 있지만 가족 단위의 제사에서 살펴보았듯이 문중의 유대감, 결속을 다지는 음식공유라고 생각한다.
 
이외 명문의 가문에서는 고래로 불천위(不遷位) 제사가 있다. 불천위란 5대조 이상의 조상이 되어도 개별적으로 제사를 맡을 수 있는 조상을 말한다. 이것은 과거에 대학자였거나 큰 정치가였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가령 최영 장군, 이순신 장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은 연년이 자손들이 따로 제사를 모시는데 이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