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ㅣ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화병(火病) 또는 울화병(鬱火病)은 한방에서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중요 질병 중의 한 분야로 분류하여 치료해 왔다. 주로 남성보다 여성, 특히 부인에게서 많이 생기는 질병으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양의학에서는 병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질환이다. 그러던 것이 수년 전 세계보건기구에 질병으로 인정된 이후로 질병의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미약한 자극이나 스트레스에도 신체적·생리적 반응을 더 강하게 일으킨다. 스트레스 반응이 강해지면서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첫째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지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서 심장 혈관 내벽에 손상을 가져온다. 둘째 지방이 많이 분비되어 혈중 지방이 높아지고 자연히 간에서 콜레스테롤로 전환되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게 나타난다. 셋째 혈중 혈소판을 더 많이 응고시켜 동맥혈관을 막아 심장 질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화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끼쳐 인체기능저하를 가져오는데, 우선 가벼운 감기에서부터 큰병에 이르기까지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또 면역체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질병들에도 쉽게 노출된다.
암이 좋은 예다. 혈액 속에 있는 NK세포는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작용을 하는데 만성적인 분노는 NK세포의 기능을 억제하여 암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린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과식·음주·흡연도 많이 하기 때문에 혈중 지방량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관상동맥 질환을 일으킬 위험도 높다.
물론 면역 기능도 손상된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분노 수준이 높은 사람은 대사 증후군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혈당 수준과 혈중 인슐린 수준이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이 생기며 혈중 지방 수준도 높아지고 체중이 증가되는 것이다.
이렇듯 인체에 많은 질병을 야기하는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우선 화가 날 때에는 그 상황의 사실들을 올바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하라. 그런 다음 자기 자신에게 중요성·정당성·변경·가치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중요성의 문제다. “이것이 나에게 중요한 일인가?”스스로 질문해 보고 사소한 문제라면 그냥 흘려버린다.
두 번째는 정당성의 문제로“내 분노와 생각과 느낌들이 적절한 것인가?”하고 질문한다. 현재 상황의 사실들을 놓고 볼 때 이성적인 사람들이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을 경험할까에 대해 자문하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반응을 수정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변경의 문제다. “지금 상황이 바뀔수 있는 것인가?”“내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이 상황을 바꾸고 괜찮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만약 교통체증이라면 체증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내가 그 상황을 바꿀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내가 이런 걸 원하는데 누군가 바보 같다고 말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있다.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가치의 문제다. “중요한 일이고 자기분노가 적절한 것이며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상황에서 행동을 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이들 네 가지 가운데 무엇 하나라도“아니다” 라는 대답을 얻었다면 자신의 반응을 수정해야만 한다. 자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좀 더 즐거운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네 가지 질문 모두“그렇다”라는 대답을 얻었다면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래도 공격적인 행동은 안 된다. 그러면 더욱 공격적인 행동이 되돌아올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방에게 자기주장을 하여 행동을 바꾸도록 요청해야 한다.
상기한 과정을 통해서도 화 다스리기가 어려우면 명상이나 이완 훈련 등을 통해 자기 마음을 통제하고 자기를 분노케 하는 것으로부터 멀리하는 방법도 있다. 명상을 통하여 이완을 해주면 뇌파에 변화를 유도하여 알파파나 세타파를 생성함으로써 화병을 다스릴 수 있다. 또 진심(鎭心) 안심(安心)의 효능이 있는 한방처방을 응용하여 화병을 치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