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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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불교 쉽게 풀어내는 도심 수행자

-‘제2의 법정’ 원철스님 최근 두 권의 책 연달아 펴내-


유철주
조계종 기획실 홍보팀 주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어려운 내용을 쉬운 글로 바꿔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한문이 많은 불교에서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다. 한자(漢字)도 잘 모르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불교는 한국과 중국의 거리, 한국과 인도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종교이다. 뒤늦게나마 조계종과 여러 기관에서 한문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제2의 법정’으로 불리는 원철스님(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의 글은 그래서 항상 많은 독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재치와 해학은 물론 쉽게 술술 읽히는 글 때문이다.
2009년 8월 출간됐던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는 화두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와 선(禪)의 정신을 현대적 용어와 감각으로 설명해 호평을 받았다. 필자 역시 선(禪)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8년 출간된 스님의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는 1년여 만에 3만부 가까이 나갔다. 그만큼 사람들이 어려운 불교를 재밌고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같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원철스님이 최근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해 화제다. 절집 안과 밖의 얘기들을 특유의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내 불자와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명 ‘주지학 개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는 사찰 주지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현대 한국불교에서 바람직한 주지 ‘상’을 제시하고 있다. 스님은 “평생 주지 자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고려대장경 전산화 작업에 모든 것을 바친 모 대덕 스님까지도 ‘승려의 꽃은 주지’라고 평가할 정도로 주지의 역할을 막중하다”며 “종교가 제몫을 다할 때 비로소 사바세계를 맑고 향기로운 땅으로 만들 수 있다. 주지가 바로 서기 위해선 올바른 ‘주지학 개론’이 필요했다. 우선 선종의 고전적 주지 모습을 선어록에서 발췌했다. 이후 눈 밝은 이들의 더 좋은 책들이 나와 주지학의 지남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책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그러면서 스님은 “주지가 바로 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는 강력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원철스님은 “조선시대에 들어서서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을 나눠 방장을 이판의 꽃, 주지를 사판의 꽃이라고 해왔지만 사실 중국이나 일본 만해도 그런 구분이 없다. 소림사 방장은 곧 소림사 주지를 의미한다”며 “한국 불교계에서 수행과 행정을 너무 구분해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책은 부처님이 최초의 사찰인 기원정사(祇園精舍)의 주지였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시작된다. 당시 자이나교에서는 인도의 우기(雨期) 3개월에 맞춰 수행자들이 외출을 하지 않는 안거제도가 있었지만 신흥종교이던 불교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사문’이라는 말 자체가 ‘집 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문은 탁발 공양을 하고 같은 나무 아래에서도 너무 오래 앉아있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문들이 우기에 돌아다니다 각종 생명체를 밟아 죽이는 것에 대한 비난을 받은 후 부처님은 떠돌이 생활에서 정주(定住)의 기초가 된 사찰 창건을 허락한다. 부처님은 당연히 기원정사의 창건주이자 주지였다.
원철스님은 “결과적으로 떠돌이 생활에서 승원 거주생활로 바뀐 사실이 교단을 후세까지 존속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며 “부처님이 주지가 되신 것은 법을 이 세상에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한 종합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주지 선출 방법으로 사자상전(師資相傳), 법류상속(法類相續), 초대계석(招待繼席) 등을 제시한 스님은 “관공서에서 사찰을 잘 도와주고, 신도들이 모여 들고, 그 산에 머무르는 데 장애가 없고, 알맞은 수의 대중이 늘 머물고, 그리하여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도량이 되어야 하는 주지복”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스님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주지가 너무 세력을 부리거나 너무 엄격하거나, 너무 쉽게 보이지 않으면서 대중과 함께 가야한다는 ‘중도(中道) 주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지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다. 그렇다고 날아다니는 것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며 주지스님들에게 본분을 잊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절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는 원철스님의 눈으로 본 건축 이야기다. 원철스님 스스로 ‘취미’라고 말하는 여행과 건축책 읽기의 결과물로,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건축여행기라고 할 수도 있다.
사찰과 암자, 토굴에서 해우소까지 우리 땅 곳곳의 불교 건축 이야기가 많지만 서울 조계사 주변에서 오래 지낸 스님이 경복궁과 삼청동, 북촌, 피맛골, 템플스테이 정보센터 등의 도심 건축물을 돌아본 감상도 재미있다. 터키 이스탄불, 프랑스 라 투레트 수도원, 중국 쓰촨성 아미산, 러시아 세르기예프 수도원, 유럽의 묘지 등 외국의 건축물, 개성 선죽교와 금강산 신계사 등 북한에 있는 건축물까지 두루 다뤘다.
건축가 조성룡씨는 “원철스님은 이 책에서 무량사, 낙산사, 해인사의 작은 절집과 선교장 같은 살림집의 격조 있는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인다”며 “그는 흔히 스쳐가는 작은 암자의 주련 글귀에서 시심을 읽어내어 얼마간 건조한 건축나들이에 문득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합쳐지는 순간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풀어낸다”고 평했다.
건축가 정기용씨도 “원철스님은 이제 스님이면서 동시에 문필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며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물질로 된 건축물과 건축의 본질을 오가며 때로는 사찰 문화의 미래까지 사고하면서도 결국은 불심으로 돌아오는 경쾌한 글쓰기다. 그리고 불자들은 물론 만인을 즐겁게 하고 동시에 진지하게 근원적인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한다”고 추천했다. 
원철스님은 “언제부턴가 공적인 큰 집보다는 사적인 작은 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찰보다는 아기자기한 작은 절들에 더 관심이 갔다”며 “암자와 작은 집은 사는 사람의 삶과 사상이 투영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인 불교에 머물지 않고, 불교로 세상을 보기 위한 작업을 쉬지 않는 스님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고 경쾌하다.
다음 책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