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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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을 읽는 즐거움

위로와 응원이 빛나는 일감 스님의 금강경 이야기


사기순 민족사 주간


금강경빠가 된 까닭
나는 시쳇말로 금강경빠다. 부처님 말씀이 담긴 경전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금강경을 가장 좋아한다. 간결하면서도 그 뜻이 심오하고, 텅 비었으면서도 온 우주에 충만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끊어 없애버릴 정도로 예리하면서도 다 끌어안아 보듬는 부드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금강경에 대한 찬사는 백 날 천 날 해도 다함이 없을 터, 특히 내가 금강경에 매료된 것은 제 6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의 다음과 같은 말씀 덕분이다.
“나의 설법도 뗏목의 비유와 같은 줄을 알고, 응당히 법도 법이라고 고정되게 생각하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인데(法尙應捨), 하물며 법이 아닌 것에 있어서랴(何況非法)라고 하는 것이니라.”
-본문 중에서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뗏목과 같이 비유하면서 진리에도 매이지 말라고 하신 데에서 나는 전율이 일었다. 이 세상 어느 스승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 정신적 경지에 이르면 ‘나를 따르라’고 군림하려 하는데, 온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온전히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서 벗어난 부처님만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아닌가?
한편 이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종교 간에 일어나는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 가르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도그마로 인해 세상에 평화를 가져와야 할 종교가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종교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독단적인 신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진대 금강경의 사상이야말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금강경을 더욱 가슴에 품게 되었다.
한편 나는 장례식장에 가서 아미타경보다 금강경을 먼저 독경해 준다. 고인의 왕생극락을 기원하기 전에 고인이 갖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픈 마음에서다. 살아 있는 나나 나보다 먼저 간 분이나 다만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상 모든 번뇌가 ‘나’라는 것에서 빚어진다. 나라는 것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났을 때 번뇌 또한 사라진다.
금강경이 이렇게 소중한 가르침으로 되어 있을진대 어찌 나만 그 가치를 알아보겠는가? 육조 혜능 대사도 금강경 사구게를 듣고 깨쳤고, 수많은 조사들이 금강경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다. 금강경이 대단한 만큼 해설서도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금강경 해설서를 쓰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썼다 지웠고, 내가 만든 금강경 해설서도 여러 종류다. 그런데 수많은 금강경 중에서도 최근에 만든 <일감 스님의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내비둬 콘서트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일감 스님의 위로와 응원이 빛나는 금강경 이야기
“종교적 틀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상황에 따라 새롭게 해석해서 그 문제의 새로운 답을 찾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께서 전법의 길로 나설 때, ‘중생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해 길을 나섰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중생들을 위해 법을 세우기도 하고, 버리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 중에서


금강경(金剛經, 金剛般若波羅蜜經의 줄임말)은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소의경전이다. 현재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이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 해설서인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민족사 간)>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감 스님은 조계종 기획실장 소임을 맡기 직전 금산사 템플스테이 수련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것저것 분별하지 않습니다. 나부터 내비두세요’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진행한 금산사와 불교 텔레비전 내비둬 콘서트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특색 있는 템플 스테이를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스님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금산사에서 내비둬 콘서트를 진행, 갖가지 스트레스로 지친 대중들이 마음 깊이 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은 불교 수행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에 대한 사색과 통찰, 실천행이 빛나는 일감 스님의 첫 책이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삶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금강경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순한 금강경 해설서라기보다 스님의 깨달음과 대중을 향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듬뿍 담겨 있어 편편마다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만약 모양 속에서도 여래를 보고 소리 속에서도 여래를 본다면 이 사람은 가는 곳마다 여래를 볼 수 있으리라.”
-본문 중에서


스님의 금강경 사구게 번역은 색다르다. 불교의 공사상을 텅 빈 것, 허무주의로 오해하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준다. 금강경이 삶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는 활공活空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이 공한 것이 아니라 부처로 가득 찬 세상이라는, “가는 곳마다 부처를 볼 수 있으리라”는 스님의 참신한 금강경 해설이 이 책을 읽는 묘미를 더해 준다.
한편 이 세상의 온갖 갈등과 고통은 자기 견해만 내세우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스님은 “내 옳음 속에도 빈틈이 있고, 상대방의 그름 속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소통이 되면 배려하고 양보하고 인정하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삶은 공空”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세상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하는 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절로 느껴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된다.
“자기 입장을 내려놓고 삶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진실되게 다루는 사람, ‘이런 사람을 부처’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통해 부처 되는 것이 멀고도 험한 길이 아닌, 바로 이 자리, 우리들의 삶속에서 구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도 아주 큰 소득이다.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 이 책을 즐겁게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열리고, 에너지가 충전되고 대자유인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관계의 미학의 최고봉인 연기법으로 풀어낸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의 금강경 이야기
“아상我相은 실체로서의 나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만 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상人相은 남을 남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중생상衆生相은 무리, 우리 식구들 등 우리들만 우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자상壽者相은 존재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나를 잘 생각해 보면 ‘나만의 나’가 아닙니다. 독특한 하나의 존재가 아닌, ‘연기적緣起的으로 존재하는 나’입니다. 가장 쉽게 이해해 보자면, 내 옆의 공기가 오염되면 나도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기가 깨끗해야 나도 깨끗합니다. 공기는 더러운데, 나는 깨끗할 수 없습니다. ‘공기는 곧 나’입니다.”
-본문 중에서


금강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장 단단한 ‘금강金剛’의 지혜로 번뇌 망상을 끊고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경전이다. 반야·공사상, 무아사상 등 금강경의 핵심 가르침은 집착과 갈등에서 벗어나 대자유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불자는 물론이고 이웃종교인들까지도 매료되어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은 일감 스님이 잠실 불광사 불자들을 대상으로 법문한 내용을 정리하고 수정 보완하였기에 생생한 현장감이 있고, 그 덕분에 살아 있는 금강경,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생활 속에서 금강경의 사상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금강경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금강경 해설서 중에서 이 책이 우뚝 돋보이는 것은 관계의 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연기법을 기본으로 해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연기적 존재임은 과학이 발달될수록 최첨단 사회가 될수록 증명되고, 요즘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속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내가 일으키는 ‘사랑의 마음’ 하나가 전체를 사랑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내가 일으키는 미움 하나가 전체를 미움으로 물들이기도 할 것입니다. 나는 ‘하나이면서 전체’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바람·공기·땅·하늘·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서, 하늘이나 땅이나 사람이 오염되면 내가 바로 오염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과 땅과 사람을 건강하게 보호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떠나서 살아갈 수 없다. 또한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근본적인 고통도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고통이 관계에서 비롯되고, 불행감과 행복감, 심지어 온갖 질병이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일감 스님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사람과 환경의 관계 또한 연기적 관계로서 공기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관계의 미학을 알면 이 시대의 온갖 갈등을 근원부터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금강경이 금강경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들 삶에서 금강경이 살아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발원”, “금강경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한 말씀이 있다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관계 속에 존재하니, 관계를 좋게 해서 행복하게 잘 살라’는 것이라고 본다”는 스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승호 작가의 사진 밑의 스님의 발원에서도 그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진과 발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공이요, 중생과 부처가 하나인 금강경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부록으로 편집된 금강경 원문을 읽고 독송 공덕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