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입추를 지나면서 살짝 풀썩하는 듯하더니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서울 시내를 걷다보면 사람들뿐만 아니라 길을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도 더워서 헉헉거리는 듯하고 곳곳에 서있는 빌딩들도 덥다고 서로서로 아우성이다. 조금만 지긋하게 버티면 가을이라는 천지자연의 선풍기가 서늘한 바람을 보내줄 것이고 서늘하다 못해 뼈까지 시리게 하는 겨울 냉장고도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중용의 구절을 읽으면서 더위와 하나가 되는 것도 절묘한 피서방법이다.
在下位  재하위
不獲乎上  불획호상
民不可得而治矣  민불가득이치의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獲乎上  획호상
有道  유도
不信乎朋友  불신호붕우
不獲乎上矣  불획호상의
윗사람에게서 믿음을 얻음에
방법이 있으니
친구들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믿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절집 수행에 있어서도 좋은 도반을 얻는 것이 수행의 전부라는 말도 있다. 친구들이나 주위사람의 확실한 믿음과 신임을 얻는 일이 참 정말이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나저나 이즈음의 더위는 뭘 믿고 이리도 설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친구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가. 중용의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본다.
信乎朋友  신호붕우
有道  유도
不順乎親  불순호친
不信乎朋友矣  불신호붕우의
친구들에게 믿음을 얻음에
방법이 있으니
부모님을 따르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믿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버이를 따름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바로 다음 구절은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구절이 이어진다.
順乎親  순호친
有道  유도
反諸身不誠  반저신불성
不順乎親矣  불순호친의
어버이를 따름에
방법이 있으니
자기 몸에 돌이켜보아
성실하지 못하면
어버이를 따르지 못할 것이다
제諸는 이 구절의 경우에는 ‘저’로 읽는데 갈 지之 자와 어조사 어於가 합쳐져서 발음이 ‘저’이다. 『장자莊子』에도 ‘선존저기先存諸己 이후에 존저인存諸人’이라는 말이 있다. ‘먼저 자기에게 간직한 이후에 다른 사람에게 간직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차 함수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이 참고서에 풀이되어 있는 대로 학생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그 학생이 알아들을 수는 없다.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있는 수학 선생님이 되어야 만이 학생도 3차 함수는 물론 30차 함수까지 탄력을 받아 풀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마치 걸리거나 막혀있는 댐의 수문을 툭 쳐서 열어주기만 하면 물이 확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반저신反諸身’의 ‘자기 자신에 돌이켜 살핀다’는 뜻인데, 이렇게 풀이하고 설명하면서도 나 자신에게 돌이켜 살피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올림픽이 한창인데 축구에서 우리나라에게 아깝게 진 멕시코 감독이 언론인터뷰에서 “모두가 내 책임이다”라고 사임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다른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로 돌이키는 살아있는 샘플이다.
誠身有道  성신유도
不明乎善  불명호선
不誠乎身矣  불성호신의
자신을 성실하게 함에
방법이 있으니
선을 밝게 알지 못하면
자신을 성실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주자는 인심과 천명의 본연을 살피지 못하는 것이 선을 밝게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극한 선(至善)이 있는 곳을 알 수 없게 된다. 내 마음속의 북극성이 제자리를 딱 찾으면 나머지 모든 별들도 제 위치를 저절로 찾지만 마음의 북극성의 각도가 초극미세하게 조금만 틀어지면 나머지 별들의 각도까지도 조금씩 틀어지게 되는 건 너무나 자명한 상식이다. 어쩌다가 손가락 뼈마디 하나를 삐게 되면 며칠 동안은 잠을 못잘 정도로 온 몸이 쑤시고 저리게 된다. 손가락 뼈마디 하나에도 사실은 온 몸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誠者  성자
天之道也  천지도야
誠之者  성지자
人之道也  인지도야
성실함 자체는
하늘의 도이고
성실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자기 자신에게 돌이켜 성실해지려고 하는 것이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다.
誠者  성자
不勉而中  불면이중
不思而得  불사이득
從容中道  종용중도
聖人也  성인야
擇善而固執之者也  택선이고집지자야
성실함 자체가 되면
힘쓰지 않아도 도에 맞게 되며
생각하지 않아도
터득하게 되어
자연스레 중도를 행하게 되니
성인이고
성실해지려고 노력하는 자는
선을 택해서 굳게 꼭 잡는 자이다
지금 찾아와 있는 더위나 겨울에 찾아오는 추위 자체를 누가 훌쩍 들어 올려서 어디로 옮겨주고 시원한 날씨를 대신 가져다주면 좀 좋으련만 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
사람에게 주어진 몫인 성실해지려는 노력인 가행정진은 덥든 춥든 시원하든 아프든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이 더위 조금 저편에 청량한 가을기운이 손짓을 보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