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원
시인·여래사 불자
낮달 보름 속으로
따뜻한 할머니 손 떠나
살아난 결실의 빛깔
만발이다
별이 쏟아지듯
귀뚜라미 별곡
창가에 만발이다
태풍 따라 천둥번개 치고
비바람 몰아칠 때
죽은 체 숨었다
수없이 물매를 맞으며
하늘을 잊고 산 죄
용서를 빌며 울었다
생과 사 너머
따뜻한 품 떠나
큰 시련 이겨내야
정상은 만발하는가
자연이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
오롯이 슬프다
하늘이 무섭다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
만발한 벼이삭
색깔 속으로
영웅이다
알밤, 툭 튀어나오고
늙은 호박, 우뚝
알몸을 보일 때
영롱하다
가을, 색깔 속으로
동부콩 한 다발
영롱하다
가을, 빛깔 속으로
우뚝 선 영웅
만발이다
산과 들에 핀  별이
빛깔 속으로
참나 되어
영웅이다
낮달 속으로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