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행
여래사 불자
비오는 이른 아침 아이들과 경의선 전철을 탔다.
오랜만에 타보는 경의선!
우린 종점인 용문까지 간다.
기차 한 칸에 책들이 가득 하다.
책을 보려 하는데 자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칸으로 간다.
에어컨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용문산 등반을 위해 다른 일정이 있어 가는 이들이
우리와 함께 순례객이 된다.
큰아이에게
“일회용 우비라도 살까?”
하고 묻자,
“아뇨, 우산 쓰고 걷는 산길도 좋아요.”
한다.
속으로 ‘엄마는 춥고 가방 졌잖아!’
그냥 속으로만 되뇐다.
다행히 예불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함께 하기로 한 108배와 사시불공은
빗님을 핑계 삼아 다음으로 미룬다.
페이스북으로 인연 맺은 태정스님과 잠시 차담을 했다.
차담을 마치고 보살님의 안내로 맛난 공양을 했다.
편견을 가지면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中道를 거스르는 것’이란 말을 머릿속에 되새긴다.
1100년 동안 한자리를 묵묵히 불심으로 서 있는
은행나무야 말로 큰스님이고 부처님이시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한땐 마을 어귀의 성황당 역할도 했을 것이다.
한동안 여러 사람의 손길로 아팠던 때를
오래 전 순례길 기억 속에 서 있다.
은행나무는 많은 아픔과 많은 것을 들었을 것이다.
많은 세월 속에 은행나무는 사성제四聖諦를 알고
연기법緣起法을 깨닫고 체험 했을 것이다.
그랬으니 아직도 푸른 잎 건강한 열매를 맺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절로 삼배의 예를 갖춘다.
돌아오면서 출렁 다리를 건너며 아이들과 소리도 질러보고,
아이들의 꿈도 얘기한다.
큰아이는 꿈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꿈은 꿀 수록 좋다.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으니까…
작은아이는 건축사가 꿈이라 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말했다.
남들 보다 조금 늦다고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으로만 보려고 한다.
내가 남을 욕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질투심에서,
내안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용문사 부처님께서는 오온五蘊의 위에 앉아 계셨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내 육체의 욕심과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용문사 대웅전 부처님께서는 그걸 알려 주셨다.
불교는 절부터 시작이다.
그건 항상 하심下心을 놓지 말라는 뜻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웃음꽃 만발한 순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