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특별기고
    선불교 이야기
    생활의 지혜
    고전속의 명구감상
    자연과 시
    반야샘터
    생활법률상식
    불서
    구룡사 한가족
    구룡사 한가족
    구룡사 한가족
    인간불교

과월호보기

평화유지와 종교의 역할을 생각하며

여정 강건욱
법사 / 레바논 평화유지단


자랑스러운 한국의 동명부대가 ‘레바논에 평화를, 조국에는 영광을’이라는 기치 아래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임무수행 중인 이곳 레바논은 참 아름다운 나라이다.
서쪽으로는 에메랄드 빛 지중해가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는 만년설의 멋진 자연경관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문화적으로도 3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페니키아 등 장대한 문명을 지닌 나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 UN평화유지군이 주둔해 있는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레바논은 지리상으로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시리아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현재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나라가 불안정하고, 이스라엘과는 레바논 내의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무장단체들로 인해 갈등과 긴장이 상존한다.
이렇게 종교가 다른 국가 간의 반복되는 테러와 전쟁 속에서, 과연 종교와 평화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그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오늘날 중동지역의 모든 갈등과 불화의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로 보여지지만, 그 근본 원인이 종교 간의 문제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혼재되어 있는 레바논과, 유대교의 이스라엘 간의 모든 갈등의 원인 역시 결국 ‘종교의 문제’에서 비롯한다. 레바논이 위치한 중동지역은 세계 그 어느 곳 보다 종교에 민감한 곳이다. 레바논을 ‘이슬람 국가’라고 정의할 수는 없으나 주변국을 비롯한 국가의 구성은 이슬람 사회가 다수인 이슬람 권역에 속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이슬람 세계의 사회, 정치적인 모습들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때에는 종교를 삶의 원칙으로 삼는 이슬람식의 사고방식에 따라 이해해야한다. 이슬람이 단순한 신앙체계만이 아니라 종교와 세속 모두를 포괄하는 ‘신앙과 실천의 체계’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이슬람 사회가 삶과 종교가 일치하는 독특한 가치관의 세계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항상 이슬람의 깃발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이슬람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오해와 편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이슬람 사회의 제도, 관습, 종교, 문화를 볼 수 있어야 하며 고정적 시각과 편견의 잣대를 버리고, 그들이 처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상대주의적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슬람 사회 스스로는 ‘왜 유독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이름으로 오늘날의 여러 분쟁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가 분명히 인지하고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숙고와 반성 없이는 작금의 어두운 현상들은 반복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종교는 평화적이어야 옳다. 모든 종교의 목표가 반드시 평화는 아니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내적인, 외적인 평화 그리고 개별 종교가 갖는 열반과 구원이라는 핵심가치 역시 평화에 기반 한다. 종교와 폭력은 병존하거나 공존할 수 없다. 따라서 테러와 전쟁과 같은 폭력의 행위는 어떤 경우, 어떤 이유에서든지 종교적이고 평화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어떤 종교이든지 그 종교가 진리를 추구하고 구현하는데 있어 평화의 방법이 아닌 전쟁과 테러와 같은 폭력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결코 종교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리적인 폭력으로 종교의 진리는 보여질 수 없으며, 또 증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종교라는 이름아래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들이 종교의 핵심 기반인 ‘평화’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종교는 이러한 폭력에 맞서 ‘평화’라는 인류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물러서지 말고 당당히 서 있어야 한다.
또한 종교 본연의 진리 추구와 가치 실현을 위해 세상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하며, 이곳 레바논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폭력과 전쟁들이 진정 종교를 위한 일인지, 그리고 종교에서 가르치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종교의 허울을 쓰고 자행되는 개인과 국가, 또는 민족의 이기적 이익을 위한 테러와 전쟁을 종교의 진정한 이름인 ‘평화’로 상쇄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종교의 길이다.


이곳 UNIFIL(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에는 39개국의 군인들이 파병되어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종교인이 공존하고, 또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인간이 종교를 믿거나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주요한 가치를 위해 임무수행 하고 있는 국제연합의 평화유지 군인들은 더욱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각 사회의 정치, 종교, 문화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사회가 처한 특수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그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시각과,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적인 시각으로 이른바 ‘평화를 유지하는 군인’으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다한다면 분명 레바논과 세계 평화에 작은 기여를 하는 것임을 믿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