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수
인천 보명사 불자
많은 화분 속에 유독 마음이 가고 싹을 틔우는
너를 보며 참 신기하구나!
유난히 더웠던 여름.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너희들 오죽하랴 싶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 안 가득 뿜은 호스로 화초에 물을 준다.
시들시들 메마른 잎과 나무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영양도 듬뿍 주니 그 모습을 본 난 기쁘고 즐겁다.
그래서인지 내가 키우고 있는 화초는 유독 윤기가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참 이상하지?
이게 뭘까?
빈 화분 속에서 뭔가 올라오고 있네?”
콩나물 싹이 올라오는 모습과 같다. 단지 잎이 옅은 보라색이라는 것 빼고는 하나만 올라오고 말겠지~ 싶어 무심코 지나쳤다. 그다음 날은 두 개, 날이 갈수록 올라오는 개수가 많아지고 잎은 넓어졌다. 콩나물 줄기처럼 가느다랗고 만지면 끊어질 것 같아 만지지도 않고 눈으로만 날마다 관찰했다. 그 수가 점점 늘어 이제 제법 화분 가득 채우고 있다.
가만가만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 꽃은 2년 전에 죽었고, 쓰다 남은 흙이 있으면 모아두는 화분이었다.
이번 봄에 화분 갈이를 하면서 먼지 날릴까 봐 미리 물을 준 기억이 되살아났다.
위에 흙은 화분 갈이로 사용하고 남은 흙은 그대로 두었는데, 물을 머금으면서 잠자고 있던 싹이 올라온 것이다. 이 꽃 이름이 뭘까? 새삼 궁금해 컴퓨터를 켜 검색을 한다. ‘잎이 세 개 달린 자주색 꽃’이라고 치고 쭉 찾아보니 자주색 사랑초라고 한다.
사랑초는 ‘흐린 날과 밤에 꽃과 잎이 오그라들고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한다. 흙을 파 보면 알뿌리가 보인다. 알뿌리를 몇 개 떼어내서 다른 화분에 심어도 금방 번식한다. 잎은 어긋나며 대개 세 장의 작은 잎이 나온다.’라고 쓰여 있다.
그 화초를 키우면서도 단 한 번도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예쁜 화분들 속에 존재감이 없었다. 쉽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널 쳐다보고 날마다 관찰하고 있는 나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너는 다른 나무와 화초들의 시기를 살 만큼 그 존재감이 컸다는 것도 알고 있지.
이 사랑초를 보면서 나 자신을 본다. 지금 절에서는 수능 백일기도 기간이다. 많은 보살이 자식을 위해 제일 간절하고 같은 마음으로 절에 오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고3 때 번질나게 드나들었던 절도 지금은 가끔 가고 있거나 일이 생기면 가지 않고 있다. 때론 그때의 간절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생활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음속의 불심은 항상 간직하고 있다. 불심이 물을 만나고 햇빛을 받아 누구보다 튼튼한 싹을 틔우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사랑초처럼 휴면 기간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