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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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소송 제기 금지

장길석
여래사 불자, 법무법인 한별
법무실장·jang-kswi@hanmail.net


(질의) 저(을)는 갑으로부터 빌린 100만 원을 모두 갚았는데, 갑이 저(을)를 피고로 하여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경우 제가 갑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라는 반소를 제기하여야 하나요.


(답) 질의자(을)는 갑의 청구만 기각시키면 채무에서 벗어나므로 위 사례에서 반소를 제기하면 중복소송이 되어 법원이 각하합니다. 반대로 갑이 질의자(을)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걸어온 경우, 질의자(을)가 갑의 확인청구를 기각시킨다고 하여 대여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 경우 질의자(을)가 갑을 피고로 한 대여금청구를 반소로 제기한 후 승소하여야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반소는 중복소송이 아닙니다.


1.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란


이미 사건이 계속되어 있을 때는 그와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는 다시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민사소송법 제259조), 이중소송의 금지원칙이라고도 합니다. 동일사건에 대하여 다시 소제기를 허용하는 것은 소권의 남용으로써, 법원이나 당사자에게 시간·노력·비용을 이중으로 낭비시키는 것이어서 소송경제상 좋지 않고,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판결이 서로 모순·저촉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2. 해당요건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되려면 후소後訴가 전소前訴와 동일사건일 것을 요합니다. 당사자와 청구가 동일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동일사건에 해당됩니다.


가. 당사자의 동일


당사자가 동일하면 원고와 피고가 전소와 후소에서 서로 바뀌어도 무방합니다. 예컨대 전소에서의 원고가 후소에서는 피고(반소원고)로 되어 있어도 된다는 것입니다(갑이 을 상대의 소유권확인청구에 을이 갑 상대의 소유권부존재확인청구). 그러나 계쟁물이 동일하더라도 당사자가 다르면 전소와 후소가 동일사건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갑이 병에게 제기한 소유권확인의 소와 을이 병에게 제기한 같은 물건의 소유권확인의 소는 동일사건이 아닙니다. 또한 전소의 보조참가인을 후소에서 피고로 하였을 때에는 동일사건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후 양소의 당사자가 동일하지 않더라도 후소의 당사자가 기판력의 확장으로 전소의 판결의 효력을 받게 될 경우에는 동일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법 제218조). 따라서 사실심의 변론종결 후에 소송물을 양수받은 승계인이 그 소송이 끝나지 아니하고 아직 소송계속 중인데 같은 당사자에 대하여 별도로 소제기한 경우, 선정당사자가 소제기한 뒤에 선정자가 또 별도로 소제기한 경우에는 동일사건에 해당됩니다. 여기에서 채권자대위소송과 압류채권자의 추심금청구소송이 문제됩니다.


(1) 당사자가 동일한 경우 문제가 되는 사례 1(채권자대위소송 등과 소송경합)
(쟁점 1)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의 후소 제기 : 이 경우 판례는 일관하여 중복소송으로 금지된다고 합니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41187 판결).


(쟁점 2) 채무자가 먼저 소송 계속 중에 채권자가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한 경우 : 판례는 중복소송이라고 봅니다(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2751 판결 등). 다만 근자의 판례는 이 경우에 채권자의 당사자적격의 상실로 나가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65839 판결, 동 1993. 3. 26. 선고 92다32876 판결 등).


(쟁점 3) 채무자 자신의 소송계속 중 압류채권자의 추심금청구소송의 경우(민사집행법 제238조) : 이와 관련하여 제3채무자에게 과도한 이중응소의 부담, 심리중복으로 당사자·법원에 소송경제에 반하지 않고 판결의 모순저촉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하여 중복소송금지의 예외라고 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13. 12. 18. 선고 2013다202120 판결).


(쟁점 4)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에 다른 채권자의 소송 제기의 경우 대위소송의 경합으로 보아 중복소송으로 봅니다(대법원 1989. 4. 11. 선고 87다카3155 판결, 동 1994. 2. 8. 선고 93다53092 판결). 채무자가 대위소송을 알았을 때 다른 채권자대위소송은 중복입니다.


(쟁점 5) 채권자대위소송이 계속되면 위와 같은 중복금지의 효과만이 아니라 시효중단의 효과가 채무자에게 미칩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다80930 판결).


(2) 당사자가 동일한 경우 문제가 되는 사례 2(채권자취소소송의 경합)
판례는 채권자 A에 의한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 다른 채권자 B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대하여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중복제소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 동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 각 채권자는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고유권리로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채권자취소소송을 하는 채권자는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처럼 소송담당자는 아니기 때문에 양자간의 구별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채권자가 피보전권리를 달리하여 이미 제기한 동일한 채권자취소소송은 소송물을 달리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방법의 변경이므로 중복소송이 됩니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80503 판결, 전·후소 중 어느 하나가 승계참가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도 같습니다).


나. 청구(소송물)의 동일
(1) 청구취지가 같으나 청구원인이 다른 경우 : 예를 들면, 기차사고의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서 전소에서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를, 후소에는 계약불이행(상법 제148조)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경우, 공격방법 내지 법률적 관점만 달리할 뿐, 청구(소송물)의 동일성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으므로, 중복소송에 해당됩니다.


(2) 청구취지가 다르면 동일사건이 아닙니다. 다만 청구취지가 전·후소가 서로 다른데 문제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쟁점 6) 선결적 법률관계나 항변(특히 상계항변과 중복소송)


① 갑-을 상대의 1,000만 원 청구, 을이 갑에 대한 매매대금을 원인으로 반대채권 1,000만 원으로 상계항변. 한편 을은 상계항변으로 행사하였던 이 권리를 갖고 별도로 갑을 상대로 지급청구를 하는 경우. 판례는 상계항변 자체가 소송물이 아니고 일종의 방어방법임을 중시하여 중복소송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 때에 상계항변은 예비적 항변이고 확정적인 권리행사가 아닌 특수성 때문입니다(先 상계형,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4050 판결).


② 갑-을 상대의 1,000만 원 청구하는데 별도로 을-갑 상대의 1,000만 원 청구를 하면서, 이것을 갖고 전소인 갑-을 간의 소송에서 을이 상계항변으로 이용하는 경우. 이 때에도 부적법은 아닙니다(後 상계형, 위 판례).


(쟁점 7) 동일권리에 대한 원고의 적극적 확인청구(이행청구)와 피고의 소극적 확인청구
이것은 피고가 원고청구기각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동일사건으로 봅니다(대법원 2001. 7. 24. 선고 2001다22246 판결).


(쟁점 8) 동일권리에 대한 확인청구와 이행청구 예를 들면 갑이 을에게 100만 원의 대여금채권존재 또는 부존재확인을 구하는데, 을이 갑에게 별도의 소 또는 반소로 그 100만 원 대여금의 이행청구를 하는 경우, 판례는 이 경우 본소(또는 전소) 청구에 대한 확인의 이익이 소멸되어 본소가 부적법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대법원 1999. 6. 8. 선고 99다17401·17418 판결). 만약 이 경우 중복제소라고 한다면, 을은 갑에게 100만 원의 대여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므로(즉,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기각만 한다면 집행권원을 얻을 수 없으므로), 불합리한 것입니다.


(쟁점 9) 일부청구와 잔부청구
전소가 동일채권의 명시적 일부청구일 때, 예를 들어 갑이 을 상대의 불법행위로 인한 8,000만 원의 장래의 총 기대수입 손해금 중 6,000만 원만 소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인데, 나머지 2,000만 원을 별도의 소로 청구하는 경우, 판례는 전소에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는 중복소송이지만, 명시적 일부청구의 소송계속 중 유보된 나머지 청구의 후소 제기는 중복소송이 아니라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552 판결). 그러나 일부청구가 상고심도 아닌 사실심에 계류중이어서 잔부마저 청구취지의 확장으로 동일 사건에서 간편하게 추가 청구할 수 있으므로, 소권남용의 여지가 있어 중복소송으로 봅니다(2009. 8. 21.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12303 판결). 이 경우 오늘날은 소송물을 합쳐서 절차의 단일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일부청구와 잔부청구의 남용 사례) 원주의 제1군사령부 예하부대에서 군용차 사고가 나서 인명피해로 갑이 사망하여 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여 사고지(불법행위지)인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청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손해액으로 적극적 손해배상인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 만을 일부청구하였습니다.
한편 이 소송이 계속 중인데도 갑의 유족들은 국가소송의 법률상 대리를 할 법무부 소재지인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는 남겨 놓은 소극적 손해 즉, 수입상의 일실손해에 대하여 별도의 소제기를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알 길 없는 원주지원이나 안양지원은 각기 갑의 유족들이 양보심이 있다고 후하게 보아주기를 기대해서 이렇게 소를 제기하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① 잔부청구인 후소를 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중복소송으로 보고 부적법 각하할 것인지, ② 후소인 안양지원 사건을 전소인 원주지원으로 소송이송 결정으로 보내어, 두 소송이 병합이 되어 하나의 사건이 되도록 할 것인가인데, 민사소송에서 전자소송이 일반화되어 있고,
법원 스스로 전산망을 통하여 검색이 가능한 오늘날에는
뒤의 절차가 맞을 것입니다.


다. 전소의 계속 중에 후소를 제기하였을 것


(1) 전·후 양소가 동일한 사건이면 전소와 같은 법원에 제기되었든 다른 법원에 제기되었든 가리지 않습니다. 후소가 단일한 독립의 소일 것에 한하지 아니하며, 다른 청구와 병합되어 있든지 다른 소송에서 소의 변경·반소·소송참가(법 제79조, 제81조, 제82조, 대법원 1967. 1. 31. 선고 65다2371·2372 판결)의 방법이 제기되었든지 문제되지 않습니다.


(2) 전소가 소송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부적법한 소라도 무방합니다. 후소의 변론종결시까지 전소가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그 계속이 소멸되지 아니하면 후소는 중복소송에 해당되어 각하를 면치 못합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45532 판결).


3. 효과


중복소제기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기 때문에(대법원 1990. 4. 27. 선고 88다카25274·25281 판결), 이에 해당하면 법원은 피고의 항변을 기다릴 필요 없이 판결로써 후소를 부적법각하하여야 합니다(다만 하나의 절차로 쉽게 통합할 수 있는데도 두 개의 절차를 벌이는 경우에는 우선 중복절차의 방지 즉 단일절차 병합의 조치를 필요로 합니다).


동일한 사건이라 하여도 전소의 기록분실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 기록의 재편제를 위한 신소의 제기는 중복소송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55. 11.10. 선고 4298민상339 등). 만일 중복소제기임을 법원이 간과하고 본안판결을 하였을 때에는 상소로 다툴 수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당연히 재심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당연무효의 판결도 아닙니다(대법원 1995. 12. 5. 판결 94다59028 판결 등). 다만 전·후 양소의 판결이 모두 확정되었으나 그 내용이 서로 모순저촉이 되는 때에는 어느 것이 먼저 제소되었는가에 관계 없이 뒤의 확정판결이 재심사유가 될 뿐입니다(법 제451조 제1항 제10호). 그러나 재심판결에 의하여 취소되기까지는 뒤의 판결이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기판력의 경우 전소판결과 후소판결은 저촉되는 상태에서 그대로 기판력을 갖게 됩니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3270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