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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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와 양혜왕, 가을 속에서 만나다

박 상 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제비 법문과 맹꽁이 법문이 있다. 제비 법문은 공자님께서 자로에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니라.”고 하는 내용이다. 논어에 나오는 원문이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 知也”이다. 이것을 세 번만 반복해서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하고 읽어보면 영락없이 제비가 끊임없이 지지배배 지지배배하고 지저귀는 것처럼 들린다.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서 법문을 하던 제비는 지금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는 촌사나이들의 심금을 아주 가끔씩 울리곤 한다.
맹꽁이 법문은 맹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양혜왕장구 하편에서 장포가 양혜왕을 만난다. 장포가 왕을 만나고 나서 맹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장포 : 제가 왕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왕께서 저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만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왕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맹자 : 왕께서 음악을 좋아함이 깊어지면 제나라는 거의 다스려질 것입니다.
그 후 어느 날 맹자가 왕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왕에게 묻는다.
맹자 : 왕께서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왕이 안색을 바꾸면서 말한다.
왕 : 단지 요즘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맹자 : 왕께서 음악을 좋아함이 깊어지면 제나라는 거의 다스려질 것입니다.
요즘의 음악이나 옛날의 음악이나 다 같은 음악입니다.
왕 : 좀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맹자 : 혼자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
왕 :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맹자 : 소수의 사람과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과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
왕 : 많은 사람과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여기서 혼자 음악을 즐기는 것은 ‘독악락獨樂樂’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은 ‘여인악락與人樂樂’이다.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는 ‘숙락孰樂’이다. 이것을 연결시켜서 발음해보면 ‘독악락여인악락숙락’이다. 이것도 세 번만 반복해서 ‘독악락여인악락숙락독악락여인악락숙락독악락여인악락숙락’ 하고 읽어보면 세상없이 맹꽁이가 비 내리는 날 우물곁에서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
‘소수의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과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즐겁겠습니까.’ 하는 내용의 한문은 음만 연속으로 세 번 읽어보면 ‘여소악락여중악락숙락여소악락여중악락숙락여소악락여중악락숙락’ 하고 읽게 된다. 맹꽁이들의 합창소리로 들린다.
옛날 서당에서 여러 학동들이 다 함께 이 구절을 소리 내어 읽으면 갑자기 서당에 맹꽁이들이 단체관람이라도 온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영어는 소리 내서 공부하는 발음공부를 그토록 애지중지 가르치면서 한문 공부는 거의 하지도 않고 우리 옛 조상들이 열심히 했던 성독聲讀이라는 방법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어 때로 안타깝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어쩌랴.
절집에서는 염불전통이 이어지고 있긴 한데 듣는 사람들이 염불 소리를 들으면서 직독직해가 되지 않는 바람에 한글 염불하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락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조금만 더 다듬어 가면 훌륭한 한글 염불이 염불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염불을 듣는 사람의 고막과 심금을 우르릉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맹자가 왕에게 음악에 대해서 말한다.


今王 鼓樂於此 百姓聞王 鍾鼓之聲
금왕 고악어차 백성문왕 종고지성
管.之音 擧疾首蹙.而相告曰 吾王之好樂
관약지음 거질수축알이상고왈 오왕지호악
夫何使我至於此極也 父子不相見 兄弟
부하사아지어차극야 부자불상견 형제
妻子離散 今王 田獵於此 百性聞王車馬之音
처자이산 금왕 전렵어차 백성문왕거마지음
見羽.之美 擧疾首蹙.而相告曰
견우모지미 거질수축알이상고왈
吾王之好田獵 夫何使我至於此極也
오왕지호전렵 부하사아지어차극야
父子不相見 兄弟妻子離散
부자불상견 형제처자이산
此無他 不與民同樂也
차무타 불여민동락야
지금 왕께서 이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백성들이 왕의 종소리와 북소리와 피리소리와 젓대소리를 듣다가 모두가 두통을 느끼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서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이 음악 연주하기를 좋아함이여. 어찌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이런 곤궁함에 이르게 해서 부자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며 형제 처자가 흩어지게 하는가.” 할 것이며 지금 왕이 이곳에서 사냥을 하시면 백성들이 왕의 수레 소리와 말달리는 소리를 듣고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모두가 두통을 느끼고 이마를 찌푸리면서 서로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이 사냥을 좋아함이여. 어찌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이렇게 곤궁한 지경에 이르게 해서 부자 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 처자가 흩어지게 하는가.”할 것이니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왕이 음악을 연주하시면 백성들이 왕의 종소리와 북소리와 피리소리와 젓대소리를 듣고는 모두가 흔쾌하게 기뻐하는 얼굴로 서로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질병이 없으신가 보다. 어떻게 이렇게 음악을 잘 연주하시는가.” 할 것이며, 지금 이곳에서 사냥을 하시면 백성들이 왕의 수레소리와 말달리는 소리를 듣고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모두가 흔쾌하게 기뻐하는 얼굴로 서로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질병이 없으신가보다. 어찌 이렇게 사냥을 잘 하시는가.” 할 것이니,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즐기기 때문입니다.
今王 餘百姓同樂 則 王矣
금왕 여백성동락 즉 왕의
지금 왕께서 백성들과 함께 즐기면 왕 노릇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고전이나 읽어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겨울로 달려가는 바람의 스산함이 깊어지는 중이다.
더불어 함께 추위든 더위든 즐거움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마음의 손을 잡고 걸어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