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애 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슈라바스티의 프라세나짓왕은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수레에서 내려 일산을 물리치고 칼을 풀고 신을 벗고 합장하고 손과 무릎과 머리를 땅에 닿게 절을 한 뒤에 끓어 앉아 아뢰었습니다.
“내일 네거리에 변변찮은 음식을 차려놓고 이 나라 사람들에게 부처님께서 지극히 거룩하시고 존엄하심을 알리려 하옵니다. 그렇게 하여 중생들이 귀신과 삿된 것을 멀리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게 하여 이 나라에 근심과 걱정을 없애려고 하오니 왕림하여 주시옵소서.”
“훌륭하오. 나라의 주인이 된 이는 반드시 공명정대하게 백성을 인도하고 통솔하되 인의도덕으로써 현세와 미래 세상이 복되게 해야 합니다.”
“지극한 정성으로써 초청하오며 저는 물러가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프라세나짓왕은 돌아가 직접 그리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다음날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도착하시자 왕은 뛰어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네거리로 모시고 갔습니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왕은 직접 손 씻을 물을 날랐고 음식을 돌렸습니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왕을 위해 설법하시니 듣는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그 사람들 가운데 상인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제왕과 같고 제자들은 충신과 같구나.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말씀하시면 제자들은 외워 널리 퍼뜨리겠지.
저 왕은 참으로 현명하다.
거룩하신 부처님을 높이 받들고 뜻을 굽힐 줄 아는구나.”
다른 상인이 말했습니다.
“임금은 참으로 어리석다. 자기가 국왕인데 무엇을 더 구하려 하는가?
저 부처는 마치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
저 소가 수레를 끌고 동서남북으로 다니는 것처럼 부처도 그와 같다.
자네는 아무것도 아닌 저 부처에게 무슨 도가 있다고 그처럼 뜻을 굽혀 받드는가?”
얼마 후 그들은 같이 길을 떠나 삼심 리쯤 가서 어떤 주막에 머물러 술을 마시며 장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 대하여 좋은 생각을 한 사람은 사천왕이 보호하였고 나쁜 생각을 한 사람은 태산지옥의 귀신이 뱃속에 들어간 술을 불같이 뜨겁게 했습니다.
그는 술집에서 나와 여관에 가서 잠을 자려 했으나 속이 뜨거워 견딜 수 없자 여관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가 큰 길 바닥에 누워 뒹굴다가 잠이 들었고 이른 새벽에 여러 대의 수레가 지나가면서 그를 깔아뭉개 죽였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동행은 친구가 수레에 깔려 죽은 것을 알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만일 이대로 고향에 돌아가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았다는 의심을 받을 것이다. 옳지 않은 일이지만 재물을 다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 살자.’
그는 다른 나라에 도착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그 곳으로 갔습니다.
그때 그 나라의 왕이 죽고 태자가 없었는데 그 나라의 참서(예언서)에 ‘어떤 나라에서 미천한 사람이 와서 이 나라의 왕이 되며 그 사람을 찾는 방법은 죽은 왕이 타던 말이 왕 될 사람을 보면 그 앞에서 반드시 무릎을 꿇는다.’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말을 잘 꾸미고 옥새를 받들고 왕이 될 사람을 찾아 나서자 구경꾼들이 길을 메웠습니다.
그들 가운데 있던 태사(벼슬이름)가 장사꾼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기 노란 구름 일산이 있고 그 아래 웬 사람이 있으니 저 사람이 반드시 왕이 될 사람이다.”
그들이 그 장사꾼 앞에 이르니 말이 무릎을 꿇고 그 장사꾼의 발을 핥자 신하들은 그를 궁중으로 모시고 가서 미리 준비한 향탕에 목욕시키고 국왕으로 모셨습니다.
그는 왕위에 올라 나랏일을 처리하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착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고 왕업을 익힌 적도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임금이 되었는가?
이 일은 반드시 거룩하신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찬탄한 공덕이다.’
그는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부처님께서 계신 슈라바스티 나라를 향하여 절하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이 미천한 사람은 아무 덕도 없사온데 부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어 이 나라의 임금이 되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내일은 스님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돌보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여라. 내일은 아무게 왕의 초청을 받았으니 모두 신통으로 저 나라에 가서 왕과 백성들을 기쁘게 하도록 하자.”
이튿날 부처님과 스님들은 모두 신통을 부려 그 나라에 가셔서 공양을 하셨으며 부처님께서 손을 씻으시고 왕을 위해 설법을 하셨습니다.
왕이 부처님께 사뢰었습니다.
“저는 본래 미욱하고 하천한 사람으로 훌륭한 공덕은 조금도 없사온데 무슨 인연으로써 왕이 되었습니까?”
“일전에 슈라바스티 나라의 대왕이 네거리에서 나와 대중에게 공양을 베풀 때 그대는 마음속으로 ‘부처님은 국왕과 같고 제자들을 신하들과 같구나.’라고 생각했었소. 그대는 그러한 좋은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스스로 그 결과를 얻은 것이오.
대왕의 친구는 ‘부처님은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 라고 말하였소. 그 생각이 스스로 수레에 깔려 죽을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태산지옥에서 불수레에 깔리는 갚음을 받고 있소. 그대가 지금 왕이 된 것은 어떠한 용맹으로 된 것이 아니오. 눈에 보이는 것이나 귀로 듣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선한 일을 하면 복이 오고 나쁘게 생각하고 악한 일을 행하면 재앙이 따르는 것이오. 선과 악은 다 스스로가 짓는 것이고 신이나 용이나 귀신이 주는 것이 아니며 줄 수도 없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은 모든 일의 주인. 주인은 모든 일 시키네.
마음으로 나쁘게 생각하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 허물로써 따르는 고통 수레가 바퀴 자국 따름과 같다네.
마음은 모든 일의 주인. 주인은 모든 일 시키네.
마음으로 착하게 생각하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 복으로써 받는 즐거움 그림자가 본체를 따름과 같다네.
부처님께서 이 설법을 하시자 법을 들은 왕과 신하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며 모두 법의 눈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라 모든 것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행복도 지옥도 내 마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것은 내 마음이다.
마음을 바로 잡는 일이 행복의 근원이다.
한 마음 밝게 먹으면 밝은 생활이 열리고 한 생각 어둡게 몰고 가면 구렁으로 떨어집니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는 이 마음 열반의 즐거움도 자기 마음에서 오는 것이고 윤회의 고통도 또한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잘 살펴보면 내 마음이 일으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 괴로움과 얽매임이 밖으로부터 오는 줄 착각하고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행복과 평안을 구하지만 끝내 얻지 못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불성을 깨닫고 삶과 죽음을 초월함으로써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것을 이르는 말인 안심입명의 도, 밖으로 찾아서는 결코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괴로움일지라도 안으로 살펴보면 그 모든 괴로움의 뿌리가 다 마음 가운데 있고 그 마음의 실체가 본래 공한 줄 알면 모든 괴로움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일으킨 한 생각에 사로잡혀 옳다 그르다 모양 짓고 그 모양에 집착해서 온갖 괴로움을 스스로 만듭니다.
한 생각 돌이켜서 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말씀을 마음으로 새겨서 마음을 부드럽고 선하게 잘 다스려 행복한 삶 평안한 삶 되시기를 거룩하신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그 분 부처님 공양 올려 마땅한 분 바르게 깨달으신 분께 귀의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경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귀의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법 만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기뻐합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제자 됨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땅에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 되겠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