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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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본 사람, 달마의 인생 공략집

김명환 불광출판사 홍보팀장


혹시 ‘달마’를 아시나요?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달마야 놀자’에서 나오는 그 이름. 한때 흉화를 없애준다고 하여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올랐던 ‘달마도’에서 느껴지는 그 신비로운 이름. 그만큼 ‘달마’라는 이름은 우리들에게 이래저래 너무도 친숙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우리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놀이를 할 때, ‘달마가 굴렀다’라고 외칠 만큼 달마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달마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포대화상의 불룩한 배를 만지며 어이없게도 달마라고 혼동한다. 그렇기에 그가 누구이든 별 상관이 없다.
중국 선종禪宗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달마임에도 선종을 완성한 6조 혜능의 위광에 가리고 달마도 그림의 위세에 짓눌려, 달마의 실제 삶과 말은 산산이 흩어졌다. 실제 달마는 참다운 자기다움을 지키려 애썼고, 혁명을 꿈꾼 죄로 죽어야 했다. 그리하여 전설 속의 달마는 신비롭고, 현실 속의 달마는 그 누구보다 쓸쓸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은 인간으로서의 달마를 복원하며 달마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보려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로 읽힌다. 한국 선불교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중국 선종을 창시한 초조 보리달마의 삶과 사상을 작금의 현실과 접목해 창조적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느끼는 가난하고 외로운 삶에 대한 한탄조차 업이 적은 삶이라고 ‘쿨’하게 말한다. 우리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개인의 명성조차 사람 사는 세상에서의 현실 수완쯤으로 치부하고 그래서 이름이 볼품없는 삶은 고되고, 이름을 거부하는 삶은 외롭다고 일러준다. 한편으로 우리가 찾는 마음의 평안이니 ‘보래부처’로 산다는 건 궁핍과 천대를 자초하는 일일지도 모르니 명성을 좇건 마음을 찾건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달마의 삶과 말을 빌어 독자들을, 저자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영광스러웠어야 했으나 영광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쓸쓸해 보이는 달마의 삶을 통해 삶은 그저 그런 것이라고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달마대사의 전기가 실린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속고승전』에 따르면 달마는 원래 남인도 팔라바왕조의 왕자로 태어났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527년, 달마는 동쪽으로, 중국으로 건너왔으며,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수행을 하며 교화를 펼쳤다. 그러다 536년 교단 기득권 세력에 의해 독살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존재하는 그대로가 진실이고 완성이란 것. 달마에서 시작된 조사선의 일관된 논지다.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능가하는 가치는 없으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이상의 기적은 없다는 설법으로 요약된다. 이렇게 ‘완전체完全體’인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면, ‘살아서의 모든 것’을 정혼이라 깎아내리고 만다. 치욕을 못 견디고 못남을 불안해한다.
제풀에 중생이 되어 부처와 멀어지는 것이다. 반면 달마가 바라본 최적의 삶이란 매우 간명하다. 삶과 하나가 되어 걷거나 견딜 뿐, 삶을 따로 떼어내어 손가락질하거나 닦달하지 않는 삶이다.”
누구에게든 ‘살아있음’이란, 자신에게는 우주적이며 절대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살아도 살아도 허기진 삶, 욕망의 부속이자 체제의 파편으로 살아가는 외로운 존재들이다. 달마 또한 1,500여 년 전 그 누구보다 고독하고 불행했던 사람이다.
달마는 삶에 대해 헛된 기대나 희망을 부여하지 않았다. 한 생각 일어나면 또 한 생각이 일어나고 곧 한 삶이 펼쳐지듯이 쓸데없이 생각,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자기 마음은 물론이고 사회도 저절로 편안해짐을 알았다. 오직 무심無心으로 삶을 관통하며, 지금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진실이자 완성임을 당당하게 펼쳐보였다.
치욕을 못 견디고 못남을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완전체完全體’인 자신에 대해 확신만 있다면 그따위 불행쯤, 아무렇지 않게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좌절과 울분, 자책과 낙담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자족과 검약이 스스로 따라올 뿐이다.
“그래도 적게 먹고 적게 가지며 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참된 생명의 길이다.
업을 줄이면 업보도 적다. 그러나 살아있는 한 완전히 소멸시킬 수도 없는 것이, 업보의 또 다른 속성이다. 진정한 무애無碍는 자초한 업이든 떠안은 업이든, 감내하겠다는 결기에서 비롯된다.”
이 책의 저자는 불교계에서 제법 글을 잘 쓰는 글쟁이로 정평이 나있는 불교신문 장영섭 기자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길 위의 절』을 비롯해 그동안 5권의 책을 펴냈다. 냉철한 글쓰기와 관련해 “간결하고 명쾌하며 재미있고 유익하다. 날카롭기가 칼날 같고 번쩍거리기가 번갯불 같다.”는 호평을 들으며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세상에 이로운 진짜 ‘글’을 써보겠다는 일념으로 월간 「불광」에 ‘보리달마 공략집’을 연재했다. 2년 연재 후 단행본으로 엮으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런데 1년 6개월 만에 손을 놓아버렸다. 갑작스럽게 찾아든 마흔앓이 때문이었다.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동안, 글은 한 줄도 쓸 수 없었으며 다니던 신문사마저 휴직해야 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이후,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달마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유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글쓰기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은 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쓴 책이며, 그 사람을 살아내게끔 한 달마가 주인공이다. 우리 삶을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온갖 거짓된 눈속임과 구조적인 모순에 천착해, 달마의 삶과 말에서 길어낸 사상을 곁들였다. 돈, 외모, 경쟁, 처세, 권력, 관계, 마음, 행복, 희망, 자유, 사랑, 심리, 철학과 종교, 삶과 죽음의 문제 등 살면서 시시때때로 맞부딪치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총망라하여, 정확히 본질을 짚어내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덕분에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쯤이면, 저절로 ‘달마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달마의 진면목을 알아차리면, 행복과 불행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출생은 위대한 탄생이다. 오직 현재를 살 뿐,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능가하는 가치는 없다. 달마는 고독을 못 견뎌하거나 불행을 회피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아직 달마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을 통해 달마의 불행하나 불행하지 않았던 삶을 만나보자. 그와 말없이 햇살 바른 곳에 나란히 앉아, 이토록 명백히 처연한 삶과 마주해 보자. 
그리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삶을 들여다보자. 슬픔뿐인 삶을 들여다보자.
하루에 40명이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오늘. 고개를 들고 달마를 바로 보자. 그 사람도 살아냈다.
지금 여기, 달마의 독한 위로가 시작된다.
“불안한 그 마음을 가져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