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생활의 지혜
    금강계단
    고전속의 명구감상
    불교설화
    반야샘터
    반야샘터2
    불서
    즐거움을 뿌려라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속쓰림-약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문 상 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얼마 전 곱게 차려입은 60대 부인이 오셨다. 창백한 얼굴에 기운이 없고 피곤해 보였는데, 경험상 이런 경우는 스스로 허약하다고 생각해서 보약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예상대로 밥맛이 나고 기운 차릴 수 있는 보약을 처방받고 싶어 했다. 진맥하고 복진도 하였는데, 특이하게 마른 체형에 비해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었다. 평소 속쓰림이 자주 있고 소화가 안 되는 편이라 음식량이 적고 특히 저녁에는 최소한 적게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입에 맞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과식하면 소화가 안 되어 며칠 간 고생하는 편이었다. 부인 말씀으로는 10년 넘게 속쓰림 증상이 있는데, 밥맛이 없고 음식을 먹고 나면 금새 속이 더부룩해지며 1시간 이상 지나도 음식이 위장에 그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달고 산다고 했다. 그동안 병원에서 제산제 등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 나아지는 기미가 없고 갈수록 속쓰림과 소화불량이 더해서 몸은 말라 기력이 떨어진다며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은 보약을 원하였으나 이렇게 흡수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 정작 보약은 처방할 타이밍이 아니다. 진찰을 마친 후 저산증이 의심되므로 보약보다는 치료약이 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치료약을 드시라는 말과 저산증이라는 진단에 부인은 몹시 혼란스러워하며 뭔가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10년 여 동안 속쓰림의 원인이 위산과다로 알고 치료했던 입장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속쓰림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저산증이다. 저산증이란 소화에 필요한 위액 중에 위산이 없거나 훨씬 적을 때를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위산분비가 많아서 속쓰림이 생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적은 위산분비로 인해 속쓰림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위산분비가 적으면 단백질 흡수가 안 되어 위점막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위벽이 얇아져서 적은 위산에도 속쓰림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산증과 위산과다 둘 다 속쓰림 증세를 가지고 있다 보니 속쓰림 증상만으로 쉽게 위산과다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만성병을 앓은 분들 여러 병원약을 처방받아서 드실 때 습관적인 처방으로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처방받아서 드시는 분들에게 저산증이 많다.
위산은 음식을 살균하고 소독하는 역할을 한다.
위산분비가 잘 되는 사람들은 조금 상한 음식이나 더러운 음식을 섭취해도 배탈이 잘 나지 않는다. 이상한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탈 나는 사람, 식후 트림이 심하게 올라오거나 급격하게 가스가 차는 사람은 위산이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앞서 설명한 60대 부인처럼 저산증을 위산과다로 알고 위산분비억제제나 제산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많다. 저산증인데 오히려 위산을 억제시켰기 때문에 병은 낫지 않고 갈수록 만성으로 악화되는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어떻게 저산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가깝게는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음식을 적게 먹고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하며 많이 씹는 게 좋다. 식후에 바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위산을 묽게 하여 소화를 방해하므로 식사하고 2시간이 지나서 마시면 좋다. 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이나 무를 갈아서 양념장으로 쓰면 위산분비가 많아져 속이 편해지고 소화도 잘 된다. 적당량의 감식초 초간장을 섭취하거나 생강차 유자차 귤차 레몬차 연한 커피 홍차를 마시면 위산분비에 효과적이다. 또 조리되거나 섬유소가 적은 과일과 채소도 추천식품이다. 기름에 튀긴 음식, 지방질이 많은 돼지고기, 내장곱창, 찬 음료, 우유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야채라도 섬유소가 많으면 위가 비는 시간을 지연하므로 저섬유 식사가 필요하다.
위산분비가 감소되면 철의 흡수가 나빠져 빈혈에 걸리기 쉬우므로 철분이 많은 쇠간, 닭간, 쇠고기, 굴, 당밀 같은 음식을 적절하게 먹으면 좋다.
이처럼 위장질환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처음부터 치료에 의존하기보다 음식습관을 바꿔보고 증상의 변화가 없다면 그때 전문가를 찾아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