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대중화’ 위해 발로 뛰는 월암스님
몇 년 전이다.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간화선 세미나에서 월암스님(함양 벽송선원 선원장)은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을 향해 일갈했다.
“오로지 좌복 위에 앉아 화두 하나만 타파하면 바로 부처가 된다고 믿는 전문 직업수좌의 한탕주의적 발상이 존재한다면 이는 조사선의 종지종풍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직업수좌’라……. 다분히 비하의 뉘앙스가 강한 표현이었다. 스님이 너무 ‘화끈하게’ 얘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스님에 대해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으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는 분이 바로 월암스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스님이 나타나는 자리는 일부러 찾아가게 됐다.
10월 23일에도 스님을 만났다. 역시 교육원이 ‘간화선 수행의 성공사례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였다. 세미나가 열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은 ‘개장 이래’ 가장 많은 대중들이 모여들어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禪) 포교’로 포교 역사를 다시 쓰며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스님에 이어 연단에 오른 월암스님은 이날 ‘벽송선회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을 주제로 법문했다.
알려져 있듯이 스님이 선원장으로 있는 벽송선원은 지난 2006년부터 선회(禪會)를 이어오고 있다. 또 비구, 비구니 스님을 대상으로 하는 간화선 수행 실참향상과정도 개설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재가선회’도 진행한다.
이렇게 다양한 선 대중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님은 먼저 간화선 수행의 과정부터 설명했다.
벽송선회 통해 사부대중에게 간화선 소개
스님은 “벽송선원은 이론과 실참의 겸수를 통해 정견을 획득하고, 나아가 견성오도(見性悟道), 광도중생(廣度衆生)함을 목적으로 선회를 개최한 바 있다”며 “선회를 통해 논의되고, 실구(實究)되어진 간화선 수행 과정은 비교적 여러 단계를 거친다”고 말했다.
스님은 먼저 무상발심(無常發心)에 대해 말했다.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깨달아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하기 위해서 발심,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발심출가한 수행자는 먼저 연기적 중도정관(中道正觀)을 확립하여야 한다. 즉 연기(緣起), 공(空), 무아(無我), 중도(中道), 불성(佛性), 본래부처(本來成佛), 본래면목(本來面目), 자성청정(自性淸淨)의 도리에 대한 진정견해(眞正見解 : 正見)가 확고부동하게 정립되어야 올바른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중도정관을 수립한 수행자는 선지식을 참문하여야 한다. 달마에게 법을 청한 혜가스님의 ‘입설단비(立雪斷臂)’의 열정으로 간절히 스승을 갈앙하는 구도심이 생사해탈의 지름길이 되기에 선지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선지식에게 수행자는 화두를 받는다. 화두는 우주와 인생에 대한 간절한 문제의식에 입각한 현성공안(現成公案)으로 간택하여야 한다.
스님은 “현성공안에 의한 화두를 간택한 수행자는 간단없이(無間斷) 참구해야 한다”며 “생각 생각에 간절히 화두에 대한 의단을 형성하여 순일무잡(純一無雜)한 경계에 이르러 화두삼매에 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순역탁마(順逆琢磨), 운수행각(雲水行脚), 삼매현전(三昧現前)의 과정을 거쳐 선지식을 참방하여 화두공부를 점검해야 한다.
수행자는 때때로 스스로 점검하고, 나아가 선지식을 찾아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수행의 정로에 대해 점검받고 지도를 얻어야 한다. 수행자가 화두수행을 통해 견성오도(見性悟道)했을 때 선지식이 그 깨달음의 경계를 점검하고 올바로 깨달았으면 인가하여 점두(點頭)해 주어야 한다.
간화선에서 깨달음의 정(正)과 사(邪)를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으므로, 수행자가 각고의 수행정진 끝에 깨달음을 성취하였을 때, 선지식의 인가점두를 통하여 객관적 인정을 획득하게 된다.
“선지식 통해 객관성 인정받아야”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수수입전(垂手入廛 : 敎化)이다. 견성성불과 요익중생은 결코 둘일 수 없기에 항상 화두를 참구하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는 두 수레바퀴를 굴려 지혜와 자비가 함께 수행되어지는 비지쌍운(悲智雙運)으로 보현행원을 성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수행은 진행되고 점검되어 마침내 견성하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지적이다. 스님은 “화두공부 역시 하나의 방편임에는 틀림없지만 업식(業識)이 두껍고 번뇌가 치성한 말세중생에게는 가장 실천하기에 적합한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며 간화선 수행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님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오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스님은 먼저 선교겸수(禪敎兼修)로써 정견(正見)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진정한 의미가 불용문자(不用文字)가 아닌 불착문자(不着文字)에 있음을 안다면 경전이나 선어록을 열람하여 불교적 세계관(연기중도관)과 인격이 바탕이 되어야 역사성과 사회성이 동시에 발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님이 말하는 두 번째 문제는 동정수행의 병수(動靜倂修)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말로는 행주좌와를 외치고 있지만 앉음의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간화선 본래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고목선, 하마선, 노파선을 자랑인양 하여 간화선을 사선(死禪)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행상응(解行相應)으로 수행과 깨달음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스님은 교육의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근기맞춤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선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여 보편화, 대중화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스님은 “따라서 하루 빨리 간화선 전문인력 양성 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 대중화 위한 제도적 보완 ‘시급’
스님은 마지막으로 “참선수행자들이 견성성불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깨달음제일주의에서 탈피하여 모든 생명을 살리고 섬기는 보현행원의 구현자가 되어 선을 수행하고 선으로 교화하는 행화일치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중생교화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지금 간화선 수행 풍토와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지적들이다.
스님은 “벽송사는 벽송지엄선사의 창건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화두참선을 근간으로 하는 간화선 수행 근본도량으로 발전되어 왔다”며 “이러한 역사적 의의에 부응하고자 지난 몇 년간 벽송선원에서는 출가자와 재가자를 위한 벽송선회를 열어 간화선풍 진작에 일조하고자 하였다”고 회고했다.
수좌로서는 드물게 ‘돈오선 연구’로 중국 북경대 박사학위를 받고 정진 중인 월암스님. 스님의 선(禪)과 교(敎)를 넘나드는 정진이 있기에 그래도 한국불교는 보다 밝은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 10월 23일 조계종교육원이 주관한 ‘간화선 수행의 성공사례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세미나에서 ‘벽송선회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을 주제로 법문하고 있는 월암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