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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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인품자로 살고 싶다

승한 스님
북한산 중흥사


내 책상 앞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있다.
- 신독愼獨
- 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나쁜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 오로지 말을 조심하라. 함부로 남을 모략하지 말며, 남의 잘못을 전하지 말며, 남에게 상처 입히지 말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지 말며,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하지 마라.
- 군자가 귀히 여기는 세 가지 도 : 몸가짐을 함에는, 사납고 거만함을 멀리 할 것이고, 낯빛을 바르게 함에는, 믿음직하게 할 것이며, 말을 함에는, 더럽고 저속함을 멀리 할 것이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도문도 적혀있다.
주여,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도록 하소서.
아멘.
‘신독愼獨’은 ‘자기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간다.’는 뜻으로,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이다. 청말淸末에서 중국 초기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양계초는 이에 대해 ‘혼자 있을 때에도 조심한다는 의미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의 완성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수양방법’이라고 해제했다.
‘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나쁜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는 메모는 18C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젊은 시절, 곧잘 남을 비판하고 빈정거리며 거만하고 건방졌던 프랭클린은 스무 살 때 첫 번째 영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배부르도록 먹지 말라.’ ‘쓸데없는 말은 피하라.’ ‘결심한 것은 꼭 이행하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게 하라’ 라는 네 가지 삶의 실천계획을 세운 뒤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철저하게 준수했다. 그리고 스물일곱 살 때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뒤엔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성실, 정의, 온건,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이라는 ‘자신이 평생 지켜야 할 13가지 덕목’을 선정해 엄격히 지키고 살았다. 너그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제치고 100달러짜리 지폐에까지 얼굴이 새겨진 프랭클린의 인품(인격)은 이처럼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의 삶의 실천계획과 덕목은 오늘날까지도 각종 자기계발 이론의 근간이 되어 널리 전파되고 응용되고 있다.
‘오로지 말을 조심하라. 함부로 남을 모략하지 말며, 남의 잘못을 전하지 말며, 남에게 상처 입히지 말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지 말며,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하지 마라.’는 메모는 『대장엄론경』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화와 전쟁은 입에서 나온다. 화와 전쟁은 모든 것을 불태우고 파괴한다. 그래서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께서는 인간의 세 가지 기본 번뇌(三毒心)로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을 꼽았고, 고대 인도불교의 유명한 논사論師인 마명馬鳴 또한 화의 근본이 입임을 간파하고 『대장엄론경』에서 이처럼 말조심할 것을 간곡히 천명한 것이다.
‘군자가 귀히 여기는 세 가지 도 : 몸가짐을 함에는, 사납고 거만함을 멀리 할 것이고, 낯빛을 바르게 함에는, 믿음직하게 할 것이며, 말을 함에는, 더럽고 저속함을 멀리 할 것이라.’라는 메모는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말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 구절로 유명하다.
‘주여,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로 시작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은 프란체스코가 한평생 병든 자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면서 되뇌었던 기도문이다. 그리고 이 기도문대로 일생을 헌신하고 삶으로써 자신을 따르는 많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일 아침 나는 책상에 적혀있는 이 메모장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메모들을 읽어가는 동안 내 마음은 가지런히 빗질된다. 몸도 가지런해진다.
이를 위해 내가 새벽마다 하는 것이 있다. ‘삶의 5대 원리 명상(오요명상)’과 ‘돈망頓忘명상’이다.(‘삶의 5대 원리 명상’과 ‘돈망명상’은 스승이신 용타 큰스님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다. 경상남도 함양에 있는 행복마을 동사섭 수련장에서 용타 큰스님은 삶의 5대 원리로 정체·대원·수심·화합·작선을 제시하고 날마다 그것을 명상하도록 한다.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서 최상의 깨달음을 얻었던 깨달음의 방식으로 ‘돈망명상’을 제시하고, 한 생각 일으켜 행동하기 전에 그냥 가만히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너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삶의 원형질을 깨닫게 한다.)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수행점검표(체크리스트)에 동그라미를 치며 “천하 우주의 주인이요 보살도의 도구인 나는, 유형무형 유정무정 우리 모두의 행복 해탈과 상생相生의 삶을 위하여, 안으로는 마음을 잘 닦고 수심해서 ‘마음천국’을 이루고, 밖으로는 서로 잘 교류하고 화합해서 ‘관계천국’을 이루며, 보시하고 감사하고 사과하고 관용하는 마음으로 소임과 비소임의 일을 잘 해 ‘구현천국’을 이루고 살겠습니다.” 하고 ‘삶의 5대 원리 명상’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평온함과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오른다.
‘돈망명상’은 그 몸과 마음에 무한 행복감과 해탈감을 심어준다. 몸과 마음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까지 그대로 수용하며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너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我空法空)’는 마음으로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이 1초1초 그냥 가만히 깨어 있으면 세상 전체가, 우주 전체가 무한천국이요 무한행복이 된다. 그리고 그 몸과 마음으로 책상 앞에 적힌 메모장을 읽고 나면 하루가 기분 좋게 시작된다. 몸과 마음이 평화로우니 세상도 자연히 평화로워지고,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니 세상도 자연히 행복하게 보인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고통과 전쟁이 일어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중국 북송北宋 때 사학자인 사마광(사마온공)은 사람의 인품을 성인聖人과 군자君子와 소인小人과 우인愚人으로 나눴다. 성인은 덕과 재주를 두루 갖춘 사람이고, 군자는 덕이 재주보다 나은 사람이고, 소인은 재주는 출중하되 덕이 없는 사람이며, 우인은 덕도 없고 재주도 없는 사람이다. 이 가운데서 사마광은 우인보다 소인을 가장 낮은 등급의 인간으로 분류했다. 우인이야 아예 무재무덕無才無德하니 남을 헤치지 못하지만, 소인은 재승박덕才勝薄德한 까닭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었다.
꽃의 향기는 십 리를 가고, 말(言)의 향기는 백 리를 가며, 베풂의 향기는 천 리를 가고, 인품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사람의 품격(인품)’에도 반드시 향기가 있다. 그 향기가 선한 향기인지 악한 향기인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인품에 달려있다.
나는 너에게, 오늘, 어떤 향기로 다가갈 것인가? 어떤 향기를 꽃피울 것인가? 간디,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 에이브러햄 링컨,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석가모니 부처를 롤 모델로 가만히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