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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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오백 명의 사람들

한 애 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의 기타 숲 외로운 이 돕는 절에 계시던 어느 때 바이샤알리에 앞을 못 보는 사람 오백 명이 구걸하며 살았습니다.
그들은 말하기를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매우 뛰어나시고 특별하셔서 우리 중생들은 그분을 뵙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낫는다.
나이가 많고 백가지 천가지 병이 있어도 모두 낫는 은혜를 입는다.
예를 들면 앞을 못 보는 이는 앞을 보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는 소리를 듣고 말을 못하는 이는 말을 하고 등이 굽은 이는 등이 펴지고 다리를 못 쓰는 이는 일어나고 정신이 이상한 이는 정상이 되고 가난한 이는 옷과 먹을 것이 생기는 등 근심과 모든 괴로움에서 모두 벗어난다.’라는 소문을 듣고 모든 맹인들이 모여 상의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죄업이 많아 지독한 괴로움을 당하고 있으나 만약 부처님을 뵙는다면 반드시 구제받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곁을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물었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어느 나라에 계시는지 아십니까?”
“바이샤알리에 계십니다.”
이 말을 들은 그들은 길가에 죽 늘어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들의 괴로움을 구원해 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누구든지 자비심과 사랑을 가져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바이샤알리의 부처님 처소까지 데려다 주십시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오랫동안 애원하였으나 누구도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자 맹인들은 다시 상의하였습니다.
“아무런 보답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니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으니 지금부터 구걸하여 각각 조금씩 돈을 모아 사람에게 돈을 주고 바이샤알리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자.”
이렇게 상의한 그들은 몇 시간을 여기저기에 흩어져 구걸을 하여 각각 얻은 것을 모아 놓고 길가는 사람들을 향하여 말했습니다.
“누구든지 우리들을 바이샤알리까지 데려다 주면 이 돈을 모두 주겠습니다.”
마침 길 가던 어떤 사람이 와서 데려다 주기로 결정을 해서 맹인들은 그에게 모은 돈을 모두 주었습니다.
그 길잡이는 모든 맹인들에게 서로 손을 잡게 하고 앞에서 그들을 이끌고 마가다에 이르러 그들을 평지에 버려두고 도망을 쳤습니다.
맹인들은 그들이 어느 나라 어느 곳인지 몰라 서로 의지하며 손을 잡고 어떤 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밭에는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모두 밟아 버렸습니다.
마침 밭주인이 멀리서 자기 밭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거기에 가서보니 농작물이 모두 밟혀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크게 화를 내다가 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맹인들로서 용서를 빌고 애원하며 앞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자 밭주인은 그들을 가엾게 여겨 자기 집 하인 한 사람에게 그들을 바이샤알리로 데려다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도와주어 맹인들은 바이샤알리에 도착하였으나 부처님께서 마가다에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의 길잡이는 그들을 데리고 마가다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부처님께서 바이샤알리로 가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길잡이는 그들을 데리고 다시 바이샤알리로 향하였습니다.
맹인들은 모든 힘든 고통을 참으며 오직 부처님을 공경하고 우러러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마음으로 비록 눈으로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의 눈으로 이미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기쁜 생각이 일어나 피로도 모르고 바이샤알리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처님께서 마가다에 가시고 이렇게 일곱 번이나 길이 어긋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때에 여래께서 모든 맹인들의 선근이 이미 익숙하였으며 공경하고 믿음이 순수함을 관찰하시고 바이샤알리에 머물러 그들을 기다리셨습니다.
길잡이가 그들을 데리고 부처님의 처소에 가까이 이르자 부처님께서 놓으시는 밝은 빛이 그들의 몸에 닿으니 그들은 말할 수 없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즉시 그들의 두 눈이 밝아졌으며 여래께서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신데 몸빛이 휘황찬란하셔서 자마금 산과 같음을 보고 특별한 은혜에 감사하고 공경히 받들며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들은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와 손과 발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절을 올렸으며 부처님께 사뢰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사랑을 드리우셔서 저희가 길을 오는 도중에 있었던 사연을 들어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때 맞춰 왔구나! 비구들아.”
순간 그들의 머리카락과 수염은 저절로 깎았고 몸에는 가사가 입혀졌으며 부처님께서 거듭 설법하시니 그들은 즉시에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 때에 아난다가 모든 맹인들의 눈이 밝아지고 또 모든 번뇌를 벗어나 아라한이 된 것을 보고 부처님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세존께서 세상에 오심은 진실로 다시 없이 뛰어나고 특별하여 저희들의 생각과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희로우십니다.
저 모든 맹인들이 특별히 뛰어난 은혜를 받아 눈 이 벌써 밝아졌고 또 지혜의 눈까지 얻었으니 여래께서 세상에 오심은 저들을 위하심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오늘만 저들의 눈을 뜨게 한 것이 아니고 지나간 옛날 옛적에도 또한 저들의 눈을 뜨게 해주었느니라.”
“저들에게 지나간 옛날에 눈을 뜨게 하신 사연은 어떤 사연이셨습니까?”
“옛날 옛적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겁 이전에 이 잠부드비파에 오백 명의 상인이 함께 인적이 없는 길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길은 험악했고 깊은 산골짜기는 너무나 어두워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상인들은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여 고민하고 걱정하며 재물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했으며 또 그곳에는 도적들이 많아 무서웠다. 그들은 다 같은 마음이 되어 하늘·땅·해·달·산·강·바다의 신을 향하여 울면서 불쌍한 처지를 구해 주십사하고 빌었다.
그때에 상인들을 인솔하던 우두머리가 모든 상인들이 쩔쩔 매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보며 대자비심으로 불쌍히 여겨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큰 횃불이 될 터이니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 마음을 안정시켜라.’
우두머리는 흰 모포로써 자기의 두 팔을 꽁꽁 묶게 하고 그것을 우유에서 빼낸 향유에 오래 담갔다가 불을 붙였다. 모든 상인들이 그곳을 다 지나가는데 일곱 시간이 걸렸고 그의 팔은 일곱 시간동안 횃불이 되어 그곳의 어둠을 밝혔느니라. 상인들이 헤아릴 수 없는 은혜와 자비심에 감사드리고 공경하며 모두가 어려운 길을 통과하여 편안하게 되자 기뻐하며 감사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의 상인 우두머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내가 바로 그 때의 우두머리였느니라.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라와 처자와 살과 피로써 항상 중생에게 대자비심으로 베푼 공덕 때문에 지금 부처가 되었느니라.
그때의 오백 명의 상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 이 오백 명의 비구들이다.
과거 세상에 나고 죽음을 초월한 마음으로써 그들에게 광명을 베풀었고 지금 부처가 되어 또 번뇌가 다한 지혜의 눈을 베풀어 주었느니라.”
그때에 모인 이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스로타판나·사크르다가민·아나가민·아라한이 된 이도 있었고 벽지불이 된 이와 위없는 도를 성취하려는 마음을 낸 이도 매우 많았습니다.
아난다 및 모든 대중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기약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생을 생각하고 내생을 바라보며 금생을 살아가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어제는 돌아볼 줄 알고 내일은 기약하면서 왜 전생과 내생은 잊고 사는 것일까요?
그것은 전생과 내생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는 이상 전생. 금생. 내생의 삼세윤회는 반드시 있으며 인·연·업·과의 넷으로 구성된 필연적 연기의 법칙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있다고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인과응보와 윤회를 믿지 않지만 만물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라나고 있고 모든 것은 모르는 사이에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늘 근심·걱정·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며 가끔 ‘나는 그동안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고 괴로울까 생각하지만 바로 전생에 지은 업, 전 전생에 지은 업 그리고 내 부모와 조상이 잘못 지은 업장이 있다면 지금 받는 괴로움은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식과 후손을 위해서라도 오늘 선한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의 살아가는 삶이 바로 우리들의 전생이고 내생이 됩니다.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또 내 전 전생은 무엇이었을까?
부처님께서 설하셨습니다.
지금 선업을 닦으면 선과를 받고 지금 악업을 지으면 악과를 받는 것이다.
온갖 중생들이 받는 고락의 과보는 모두가 현세의 업 때문만은 아니며 원이이 과거세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현세에 좋은 인을 심지 않으면 미래세에도 받아야 할 좋은 과보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더 늦기 전에 거룩하신 부처님과 가르침에 귀의합시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