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목에 이물질이 걸린 것 같은데, 뱉어지지 않고 넘어가지도 않아 잔기침이 계속 나온다는 40대 중반 여성이 왔다. 병원에서 역류성 식도염 진단받아 치료했는데 그때만 괜찮다가 다시 그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 것이었다.
음식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면서 생기는 증상인 역류성 식도염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원래 식도는 음식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도로 역할을 한다. 어떤 원인으로 내려가야 할 음식이 역류하면 음식에 포함된 강한 위산이 식도벽을 자극하여 화상을 입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는 것이다.
이 질환으로 불에 덴 것처럼 타는 듯한 통증, 가슴쓰림, 속쓰림, 신트림, 가슴 답답함이나 목에 이물질이 걸려있는 느낌이 들고 나아가 목쓰림이 오기도 한다. 목소리 변화가 생겨 쉰 목소리가 오는 사람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에는 주로 위산을 억제시키는 제산제를 많이 쓴다. 이미 경험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약을 먹을 때 괜찮다가 재발이 쉽게 된다. 원인치료가 아닌 대증치료만 되었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재발이 반복되어 만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 식도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상기한 것처럼 제산제와 같은 치료약 복용과 과식, 음주, 흡연, 맵고 짠 자극성 음식, 스트레스 등 역류성 식도염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고쳤는데도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면 위 자체의 문제보다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림을 보면 위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붉은 띠가 있는데, 위쪽은 분문이고 아래쪽은 유문이다. 식도와 위 사이에 괄약근(분문)이 있듯이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도 괄약근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유문이라고 한다. 위는 음식이 들어가면 1~4시간정도 머물다가 유문이 열리면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유문이 열리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위에서 강한 위산과 섞인 음식이 넘어갈 때 장에서는 강한 알칼리성인 담즙, 췌장액, 장액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한다. 장에서 산과 알칼리가 섞여 중화될 준비가 되면 유문은 그때야 열어준다. 만약 준비 없이 음식이 넘어오면 강산성으로 인해 장벽이 타버린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유문은 문을 굳게 닫고 열어주지 않는다. 이때 위에서 오래 머무는 음식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생겨 배가 더부룩해진다. 가스로 복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견디지 못하고 분문이 열리면서 음식이 식도로 역류를 반복하여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는 것이다.
의료혜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속이 더부룩하고 신물이 넘어올 때 가정에서 소다나 소금을 한 주먹 먹기도 했다. 소다나 소금이 위산과 섞여서 중화되면 바로 유문이 열리면서 위속에 막혔던 음식이 장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소다나 소금이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산제처럼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계속 도진다면 근본치료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문이 잘 열려야 한다.
유문이 잘 열리는 기본조건은 대변을 잘 보는 것이다. 하수구를 연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수구가 막혔을 때, 가정에서 물을 버리면 빠져나지 못해 위로 역류하고 만다. 역류성 식도염도 이와 같은 이치인데, 쾌변을 통해서 장을 비워주면 위에 머물러 있던 음식이 위로 역류하지 않게 된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고 모두 장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 재발되는 식도염이나 평소 원활치 못한 배변습관이 있는 분이 식도염이 있다면 장을 비워주면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먹고 배설하는 기본이 건강유지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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