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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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면 시간은 되돌아옵니다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군종교구장


광화문을 중심으로 1백만 명이 넘는 민초民草들은 나라를 걱정하며, 촛불함성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질서 있는 모습에서 세계인들은 놀라워하였고 민초들은 어수선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서四時節序가 있는 살기 좋은 동방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주변 국가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침략과 약탈의 전쟁을 받아왔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세계 유일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지금보다 더 어려운 일이 일어났어도 반만년을 지켜온 민족정신은 IMF 때처럼,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다림을 가져봅니다.
요즘 일어난 어려운 현실을 보면서 이럴 때일수록 종교가 그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낡고 녹슨 기계라도 기름 몇 방울 떨어트리면 다시 힘차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출가한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불교는 이 사회의 윤활유가 되고 비타민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보리심菩提心은 선근을 장양(善根長養)합니다. 보리심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면 선근은 끊임없이 장양될 것입니다. 불자들이 세상의 튼튼한 나무의 뿌리가 되어주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보리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인은 주인의식을 가졌을 때 주인입니다. 주인이 하인이나 머슴처럼 일을 한다 해서 하인일 수는 없습니다. 머슴이 주인행세 한다고 주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머슴이고 하인일 뿐입니다.


월하노스님께서 열반하신지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통도사에는 어른스님들이 여러분 계신데, 출가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늘 그늘이 되어주시고 울타리가 되어주셨습니다. 어른스님들의 그늘 밑에서 성장한 우리들도 후학들에게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른스님의 자상한 가르침을 자양분으로 성장해왔듯이 우리들도 후학들에게 자애로운 가르침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학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고 앞서 가신 어른스님들의 울타리가 될 수 있는 이 세상의 윤활유와 비타민이 되기를 발원 합니다.
어수선하고 번다한 요즘,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오천년 역사 속에서 어렵고 힘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을 지혜롭게 뒤돌아보면서 이 어려운 난국亂國을 풀어가야 하겠습니다.


군軍에서 제대하고 25살 젊은 나이에 다시 통도사를 떠나게 되어, 걱정하고 계실 어른스님께 편지 인사를 드렸습니다. 월하노스님은 제가 살고 있는 작은 절에 오셔서 힘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벽안노스님은 답서를 보내주셨습니다.


정우를 보내고 궁금하던 차 편지를 받아보고 반겨하였다. 공부를 위한 것이니 아무쪼록 공부를 착실히 하고 돌아와서 통도를 위하고 또 불교를 위해서 크게 활약하고 훌륭한 승려가 되어라. 우리 불교는 이 사회의 바램에 응수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반성해서 구습을 타파하여라.               76.10.12 노승 벽안 답.


40년 전에 보내주신 어른스님의 자상하신 가르침은 오늘의 정우가 있게 하고 구룡사와 여래사가 있게 되었습니다. 어른스님들의 가르침과 아름드리나무의 그늘 밑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늘,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그늘, 부모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늘, 사회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늘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고 우리들의 공동체인 이 사회가 있는 것입니다.
 
공자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들이 나를 모른다고 애태우지 마라. 도리어 내가 상대를 모르고 있음을 부끄러워하라.”
공자님은 하루에 세 번씩 반성을 했다고 합니다. 첫째는 남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상대를 위해서 소홀함은 없었는지, 둘째는 이웃을 사귀는데 믿음을 잃지 않았는지, 셋째는 내가 배운 바를 익히지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살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했다고 하였습니다.


『법구경法句經』에도 “나의 스승이란 어떤 분이냐. 단점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잘못한 것을 솔직히 지적해주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거든 주저하지 말고 그를 따르라. 그 사람은 나에게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사람이니 좋은 일은 있어도 나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나를 칭찬하는 이는 나의 적이요, 나의 단점을 지적해주는 이가 진정한 나의 스승이다.”라 하였습니다.
『화엄경華嚴經』에서 이르시기를,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탐貪, 진嗔, 치痴의 십업十業을 지으면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나 혹 인간 세상에 태어나도 살생을 많이 한 이는 단명하거나 병고病苦에 시달린다.”고 하였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또 생각하기를 열 가지의 나쁜 업을 크게 지으면 지옥의 인이 되고 중간으로 지으면 축생의 인이 되고 적게 지으면 아귀의 원인이 되는데, 그 중에서 살생한 죄를 지은 중생들은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질 것이며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으리니 하나는 단명하고 둘은 병이 많음이다.” 십악업에 대해서도 이렇게 상세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바이다 바라가 지은 『칼릴라와 딤나』에 보면 다음의 세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첫째는 권력자를 보좌 보필하는 사람이다. 왕이나 권력자를 보좌 보필하는 일은 어리석은 자들이 하는 일이다. 둘째는 소인배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일이다. 셋째는 시험 삼아서라도 독약 먹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였습니다.
『열반경涅槃經』에서도 이르기를, “높은데 있는 사람은 반드시 어려움과 위태로움이 늘 그림자처럼 따르게 되어 있고,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는 반드시 궁색함이 뒤를 따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억만장자도 사업에 실패하고 보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올 때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갈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보관하고 있을 때 좀 더 값지고 소중하게 쓸 수 있는 복덕과 지혜를 가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는 반드시 그림자처럼 죽음이 뒤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불빛은 반드시 어두움을 동반합니다. 이것이 바로 불변의 진리입니다.
절에 열심히 다니는 불자들은 말을 안 해도 행동하는 모습으로 알게 되어 있습니다. 반만년, 강대국 사이에서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들을 겪었습니까. 그 시련을 극복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만들었습니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허물이 있으면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이것이 장부의 기상이다. 허물을 고쳐서 스스로 새롭게 되면 잘못도 이내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입니다.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 잘못했거나, 국가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목격해야 하고 아파해야 하는 민초들은 공동허물이 되었습니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요, 죄업이라는 것은 자성이 없어서 본래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허상입니다. 생멸生滅이 있고 증감增減이 있고 미추美醜가 있고 대소大小가 있고 장단長短이 있고 전후前後가 있고 좌우左右가 있는 것들입니다. 상대적으로 벌어진 것들은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멸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법칙이고 성주괴공成住壞空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생성된 지 45억 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지구만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우주도 어느 날인가는 없어진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주에는 태양보다 더 큰 태양이 있는데, 단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샛별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허공이나 우주도 성주괴공으로 이루어진 것은 어느 날 우주의 블랙홀에 빨려들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선가귀감』에서 “참회懺悔라고 하는 것은 지은 허물, 잘못된 것을 뉘우쳐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하는 맹세입니다.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의 참회법이 있는데, 부끄러워함은 내적으로는 자신을 꾸짖고 밖으로는 허물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마음이란 본래 비어있어서 고요하고 적적한 것이므로 죄업이 깃들 곳이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마음을 열면 시간은 되돌아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늦은 시간이 아닙니다. 마음을 열면 시간은 되돌아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많이 떠올려봅니다. 추억도 많습니다. 아름다운 추억도 있고 부끄러운 기억도 있습니다.
우리네 본분사가 수행이라면, 깨달음의 완성이고 그것은 죽음의 가치를 진정한 삶의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에서 늘 전미개오轉迷開悟하는 마음을 깨달음으로 전환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입니다.
국가가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 우리는 국난을 극복해 내야 합니다.
5천년 역사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흔들림을 극복하며, 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신 선조 先祖님의 유훈처럼, 우리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동요하는 일 없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앞장서서 실천해야 합니다. 한민족의 혼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을 천하가 다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편안한 한민족의 혼을 이웃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될 때 부끄러움 없는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광화문 거리에서 촛불 들고 모인 민초들은 전국적으로 확산 되어가고 있는데, 이 모임의 앞자리에서는 낯익은 얼굴들에 비치는 회심의 미소와 파안대소는 결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백성百姓들의 모임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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