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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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福德과 지혜智慧를 구족한 삶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군종교구장


입춘立春은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서귀포에 홍매화 핀 소식이 전해지더니, 남해안南海岸 고로쇠 물은 봄바람으로 북상北上하고 있습니다.
꽁꽁 얼었던 한강물도 우수 경칩에, 마음까지 녹이면서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의 까치소리는 훈훈한 봄날의 깃발이 되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도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런 삶도 얽매이고 집착하다 안주하면, 타성에 젖어 무기력한 인생이 되어 버립니다. 자동차 엔진 기어처럼 당겼다 늦췄다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때는 빠르게 가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가 되기도 하는 시간들을 다시금 음미해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추었으면 합니다.


입춘이 되면, 삼재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삼재든 사람만 변고가 생기고 삼재 안든 사람은 삼재(水災·火災·風災)가 없는 것일까요?
몇 년에 한 번씩 온다는 삼재三災(老·病·死)를 미리 점검해보는 지혜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오장 육부는 오대양五大洋 육대주六大洲와 흡사 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바닷물을 혀끝으로 맛보고도 짠 줄을 압니다.
그 많은 바닷물의 짠맛을 어찌 혀끝으로 알 수 있을까요. 우리의 생노병사와 춘하추동을 아침, 점심, 저녁, 밤의 하루로 나누어 볼 수도 있었으면 합니다.
백년도 못 살 인생을 천 년은 살 것처럼 쉽게 허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열심히 살다가 스스럼없이 떠나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떠나야 하는 인생을, 나(我)만은 한없이 살 것이라는 망념妄念이 얼마나 허망虛妄하고 헛된 망상妄想이었는가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생은 정해진 사람만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아닙니다. 삼재가 들었거나 들지 않았거나 다 늙고 병들어 죽습니다. 삼재三災의 호신첩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연민심으로 나누어주는 지혜로운 방편이었습니다.
방편方便의 원력은 보리심菩提心이며, 선근善根과 지혜智慧의 보살행입니다.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般若,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果德智)의 보리심은 바라밀다의 씨앗을 움 틔우게 합니다.
수행의 덕목德目인 과덕果德은 보시의 씨앗이 되고, 보시의 열매는 지계의 씨앗이 되고, 지계의 열매는 인욕의 씨앗이 되고, 인욕의 열매는 정진의 씨앗이 되고, 정진의 열매는 선정의 씨앗이 되고, 선정의 열매는 반야의 씨앗이 되고, 반야의 열매는 방편의 씨앗이 되고 방편의 원력의 열매는 바라밀다가 되어 일체종지를 이루게 하는 편안함과 넉넉함을 가지게 하는 수행입니다. 그런 인생을 살아 왔는데도 왜 하필이면 내가 …. 이런 식으로 상처받지 않아야 합니다.
비 온 다음에 땅이 굳어지듯이,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도 ‘장애 있는 곳에서 도를 구하라’ 하신 구법 정신이 선재동자의 53선지식의 참 방기입니다.


『아함경阿含經』에 “흘러간 과거는 뒤 쫒지 마라. 오지 않은 미래도 갈구 하지 말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린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그러므로 현재의 일을 있는 그대로 흔들리지 말고 보아라. 흔들림 없이 동요됨 없이 정확히 보고 실천하라.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해라. 누가 있어 내일 죽는 것을 알리요. 저 죽음의 군대와 마주치지 않을 자는 없다. 이와 같이 잘 깨달은 사람은 한 마음으로 게으름 없이 오늘의 일을 실천할 것이니라.”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올 오늘입니다. 수행이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삶의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라.” 하였습니다.
욕심 없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실로 모든 얽매임이나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은 모든 공포에서 초월하는 자유인입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도 “허물이 있으면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이것이 장부의 기상이라.” 하였습니다.
참회懺悔란 지은 허물을 뉘우쳐 다시 짓지 않겠다는 맹세입니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안으로 자신을 꾸짖고 밖으로는 허물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항상 준비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떠나지 않고도 언제든 떠나갈 사람처럼 준비하며 살게 되면, 후회 없는 삶, 여한 없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월하月下노스님께서는 구룡사가 천막 법당에서 대중포교를 발원하며 지낼 때, 노심초사 늘 걱정되셔서 자주 오셨습니다. 이층집을 세 얻어 살 때는 오시면 여러 날 지켜보시다 가셨습니다.
만불전에 원불점안 회향식 하던 날, 주지실에 오셔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이제 안심이다. 구룡사는 네가 중심이 되어서 잘 살아라. 내가 자주 올라오지 못 하드라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벌써 삼십 여 년 전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 것이라는 믿음을 주시고 가셨던 노스님의 가르침을 우리는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후학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자양분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어느 덧 60대 중반으로 흘러가버린 초로初老의 인생이 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가슴을 따르지 않고 머리로 생각하는 습관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하셨습니다. 초심初心이 정답正答인 일들이 참 많습니다.
중생들은 내 복밭이고 선지식입니다. 힘과 용기와 지혜를 드러내는 인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살아온 날들은 늘 아쉽고 미진하고 부족한 것들 뿐입니다.
『화엄경華嚴經』에 “불자들이여, 보살이 보시를 하는 것은 명예나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속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하였습니다.
『열반경涅槃經』에는 “지혜가 있어서 많은 대중들이 나를 따른다고 해서 교만해지면 가지고 있는 지혜를 버리라.” 하셨습니다.
“가지고 있는 지혜를 버려라. 지혜 때문에 생긴 교만이라면 지혜를 버리라. 차라리 무지無智해도 교만한 자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관 사유하라. 자신을 들여다보라. 선정삼매를 닦아라. 그러나 지혜의 통찰력이 없고 변별력이 없어 판단할 수 없다면 선정 닦음을 버리라.” 하였습니다. 선정삼매를 닦는 수행법은 지혜를 가지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나 지혜가 없어서 변별력이 없으면 선정 닦음을 내려놓고 반야지혜를 닦으라 하는 연유가 있습니다.


경經에 “삼륜三輪이 청정해야 진정한 보시가 이루어진다.” 하였더니…….
“저 사람은 파계했다, 저 사람은 외도다. 저 사람은 삿된 사람이라.”고 비난하지 말고 보시 바라밀다를 실천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죽은 소가 어디에 쓸모가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죽은 소에도 우황이 들어 있고 죽은 노루에도 사향이 들어 있다.” 하셨습니다.
주고받는 이와 물건이 깨끗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이보다 더 좋은 인연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우황과 사향은 병든 이들에게 치료할 수 있는 약재로 쓸 수 있듯이, 아무리 잘못 살아온 인생이라도, 그 사람에게 불성이 있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보시를 할 적에는 자신을 돌아보지 말고, 받을 사람을 가리지 말고, 그가 청정한지, 파계 했는지 하는 생각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선지식이거나, 선지식이 아니거나 따지지 말라는 뜻입니다. 보시 받을 사람의 계행이나 그 결과를 따지면 그는 끝내 보시하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보시하지 않으면 보시바라밀다를 갖출 수가 없고 보시바라밀을 갖추지 못하면 바른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매년, 구룡사와 여래사 등等 포교당에서 실천하고 있는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는 자비의 쌀 나눔은 우리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습니다.
무주상無住相 복덕福德과 지혜智慧를 갖추는 불자佛子가 되었으면 합니다.
asanjungw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