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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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의술에 담긴 자비심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당신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영적 지도자이자
전 세계에 사랑과 평화를 일깨워 주고 계신
달라이라마(85, 뗀진갸초) 성하이십니다.”
“성하의 말씀에 따르면,
행복은 기성품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행동으로
실현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행복 습관을 들이라 하셨습니다.
자비심으로 타인을 이해할 때만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성취하리라 하셨습니다.”


인도 힌두 종교단체 크리슈나 국제영성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 ISKCON)를 대표해 가우르 고빨 다스(Gaur Gopal Das)는 달라이라마를 칭송하며 서언을 열었다. 전직 HP(Hewlett Packard) IT기업의 핵심 기술 엔지니어에서 출가해 현재 협회의 국제부서를 이끄는 고팔다스는 달라이라마와 대담에서, 대중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불교 수행의 정수는 무엇이며 수행자의 환경이 깨달음과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는지 물었다.
하레 크리슈나 운동으로 알려진 이 국제단체는 바가바드 기타의 전통 사상을 중심으로 신의 사랑과 실천인 박티 요가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1900년도 이후 현재까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지부를 열었다.
이어서 인도 아폴로병원의 의료 책임자이자 인도의료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소아과 의사 아누팜 시빌은 달라이라마가 평소 강조해온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중히 달라이라마에게 행복의 혜안을 구했다.
인도는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백사십만 명에 이른 가운데 미국 브라질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심각성의 최전선에 있다. 아누팔 시빌 회장은 연일 17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코로나19 관련 신규 발표논문을 섭렵하는 것 또한 엄청난 압박감을 안긴다고 털어놓았다.
인도 통행 금지령 4개월 차에 접어든 8월, 코로나19로 인한 질병 관리 조치로 다람살라 남걀사원의 폐쇄령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달라이라마의 이번 대담에 인도 지성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7월 14일과 23일, 몬순기에 접어든 다람살라의 달라이라마 관저에서 이번 대담은 각각 1시간 동안 랜선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지난 3000년 이상의 장대한 인류문명의 역사를 이어온 인도는 현재 물질 만능의 소비 중심으로 변모했음을 느낍니다. 문밖을 걸어 나가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이나와 상키아학파를 비롯한 인도 철학의 뼈대인 숭고한 정신 ‘아힘사’, 다시 말해 비폭력의 사상은 강당에서 학자들에 의해서만 회자하여 논의되고 있을 뿐입니다.
인도는 출가 비구 달라이라마에게 선지식의 법맥이자 스승님의 땅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법문하실 때마다 여느 성인과 구분되는 특별한 논리를 항시 전제에 두셨습니다. 모든 논리의 전제는 까루나의 아힘사, 비폭력 사상이라는 점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비구 비구니에게 항시 당부하기를 말을 분석하여 이해한 후에 비로소 취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인도의 나란다 승원은 단순한 종교 기관이 아닙니다. 용수보살 무착보살 불호논사 진나논사 법칭논사 모두 나란나승원 출신의 선지식입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모든 문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일어난 것입니다. 수행을 한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번뇌는 기도로 제거될 수 있다며 요행을 부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해답을 구하는 수행자 스스로가 합리적으로 번뇌의 그릇된 점을 알아차릴 때만 근본 무명을 찾아 그 뿌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집중명상인 사마타와 관찰명상인 위빠사나를 통해 우리 마음의 제 6식을 활용하여 분석하는 방식으로서 가능합니다. 인도는 교육적 측면에서 내면의 힘을 성장시키는 논리적인 단계를 통해 구현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자비의 참된 의미를 수행으로써 일깨우도록 팔만사천 가지의 법문으로 펼쳐 엮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사랑과 자비를 핵심으로 합니다. 지구상의 다양한 종교와 철학이 각기 다양한 논리의 방식을 내놓으며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사랑과 자비를 방편으로 삼고 있습니다. 마음이 평온할 때에 사랑은 비로소 그 씨앗을 발아시킵니다. 이 시대의 보편적이고 타당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윤리적인 접근법으로만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데 저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전 세계의 현안이 된 이후로, 우리는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청결하고 위생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캠페인과 공공기관의 협력을 통해 그 방법을 지속해서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행자는 면밀하게 의식을 살핌으로써 그에 대한 성과로 내면을 평안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 역시 인간이 지닌 사유의 힘을 통해 공공의 행복을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직 종교만이 우월하여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다고 절대 오만하지 않습니다. 고대의 지혜, 선지식의 가르침이 있기에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혜안을 밝히는 데 뜻을 모으기를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인류의 폭력적인 측면을 우리는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까요. 우리가 인류의 평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때 누군가 대신하고 있으니 굳이 내가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설득해야 할까요. 내가 누리고자 하는 일상의 평화는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먼저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사유할 수 있는 지적 판단과 지성 능력이 있습니다.
명상은 뇌과학의 시각에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대상을 착각하고 실상과 허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에 근본 의제를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대상의 형태가 지닌 속성의 공한 본성을 점차 자세히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사랑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지닌 강력한 힘의 파장을, 그 힘의 가능성을,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부분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서 협력을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와 무관하게 더욱 건강한 인류가 보편적인 가치를 누리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일을 설계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