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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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쥐의 지혜, 위험에 대비하고 분수를 지키자

이 우 상 소설가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도 무자년(戊子年)이었다. 올해는 60년만에 다시 맞는 무자년 쥐띠해다. 쥐가 12지에 채택된 연유가 재미있다. 원래는 쥐 대신 고양이가 12지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채택된 12지 동물들
이 신 앞에 가서 정식 임명을 받기로 한 전날, 고양이가 그만 독감에 걸려 자리에 누웠다.
내일이면 12지에 채택되고 임명장을 받는데 안타깝게 되었다. 이때 이웃에 살던 쥐가 그 소문을 듣고 고양이 대신 12지로 임명될 꾀를 냈다.

드디어 운명의 날, 이른 아침에 소가 가장 먼저 기상했다. 가장 일찍 일어난 것을 확인한 소는 자신이 12지 중 제일 앞자리에 놓일 줄 알았다. 그런데 꾀 많은 쥐가 소의 꼬리에 몰래 붙어 신 앞에 당도했다. 소가 거의 도착할 무렵 쥐가 소꼬리에서 냉큼 뛰어내려 신 앞에 먼저 가서 등록했다. 소는 이미 한발 늦었고, 그 다음에 호랑이 토끼 용···. 순서대로 등록 하여 임명장을 받았다. 결국 고양이만 안타깝게 되었다는 농담 같은 우화다.

쥐띠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물의 세밀한 면을 잘 챙기고 이재에 밝다. 쥐띠생 사람은 매우 근면하고 절약가이다. 남들이 모르는 곳에서 노력하는 타입으로 인내심이 강하기로는 12지 가운데 최고다. 친구들에게 친절하며 인간관계도 원활하다.

붓다의 가르침은 종교라기보다 철학이다.
절대적인 것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침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찾으라고 안내할 뿐이다.
위험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분수를 알면 상대가 모두 귀하게 보인다.
미물마저 귀히 여기는 정신을 가진다면 미워할 그 무엇이 있으랴.

쥐띠생은 체질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는 것과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목표를 정한다면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쥐띠들은 무슨 일을 행할 때는 늘 뒷문부터 점검해 놓고 시작한다. 위험이 적은 것을 택하다보니 자기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적응력이 뛰어난 실속파다. 단점이 있다면 구두쇠, 욕심꾸러기다. 이만하면 됐다 싶지만 좀체 만족할 줄 모른다.

쥐띠의 좋은 특징들을 살리면 더 나은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무자년은 더없이 중차대한 한 해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이자, 세계 경제불안이 위협하는 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쥐띠의 장점으로 무장
하는 것이다. 위험감지능력을 갖추고 과욕은 버리자. 사방을 두루 살피고 문단속, 입단속 잘하자. 위험에 대처하지 못하고 샴페인을 터트렸다가는‘눈물의 비디오’속편을 만들지도 모른다.

쥐띠해에 명심할 것이 두 가지다. 늘 위험에 대비하고, 제 분수를 지킨다면 우리의 한해 살이는 행복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이르시길,‘ 자기 분수에 맞는 곳에 살고 공덕을 쌓고 스스로 바른 서원을 하고 있으면 더없이 행복하다’고.

인간을 위한 쥐의 희생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연 3,000만 마리의 실험용 동물이 희생된다. 그중 절대 다수가 쥐다. 쥐가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척추동물인 데다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 보관이 쉽고 번식력이 뛰어나다. 또 수명이 2년 정도라 세대가 빨리 늘어나, 실험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소신공양 같은 쥐의 희생 덕분에 인간은 질병을 고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개발 된다.

돌이켜보면, 건국 이후 참으로 정신없이, 치열하게, 창처럼 팔 치켜들고 살아왔다. 산업화, 민주화의 강과 산맥을 너머 여기까지 왔다. 무한경쟁과 제로섬 게임이 세상살이의 정도인 줄 알았다. 아량과 양보는 무능으로 찍히고 독선과 이기가 유능이라 외치는 구호 속에 살았다.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한다. 글자의 뜻은, 귀에 거슬림이 없다는 것이다. 예순쯤 되면 상대의 주장을 너그러이 수용하는 포용력이 생긴다. 인간은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부처님께서 경고했다. 이제는 서걱
거리는 쇠붙이 다 녹이고 좋은 말, 고운 얼굴을 만들 때다. 5천년 역사를 자양으로 현대 민주국가가 태어난 지 60년이면 그럴 때도 됐다.

붓다의 가르침은 종교라기보다 철학이다.
절대적인 것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침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찾으라고 안내할 뿐이다. 위험은 과욕에서 비롯된다. 분수를 알면 상대가 모두 귀하게 보인다. 미물마저 귀히 여기는 정신을 가진다면 미워할 그 무엇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