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제자·무애도인 『춘성』
박경희 도서출판 중도 편집실장
1977년 열반할 때까지 호탕한 법문으로 세상을 흔들었던 만해제자 무애도인 춘성스님의 이야기를 다룬 책 『춘성』이 수정판으로 재출간됐다. 2009년 새싹출판사에서 처음 출간했을 때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출판사가 문을 닫으면서 이 책도 사라졌었는데, 저자 김광식 교수가 수정 보완하여 도서출판 중도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저자 김광식 교수는 서문에서 “본 책은 2009년도에 펴낸 초간본의 내용을 수정하고 인터뷰 및 일화를 추가한 것인데, 대중들이 읽기에 편하도록 편집 하였다”며 “춘성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이 땅에서 다양한 춘성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재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저자는 또 “춘성은 승려로, 수행자로, 망월사 주지로 근대불교, 현대불교의 격랑을 헤치며 묵묵히 걸어갔던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한용운의 제자로, 3·1운동 불교대표인 백용성과 함께 화엄사상을 웅변적으로 전하였던 화엄법사로, 수덕사의 선승 만공 회상에서 지독스럽게 참선 수행을 하였던 간화선 수행자로, 도봉산 망월사에서 수좌들을 매섭게 지도하였던 어른으로, 서울 시내의 저자거리에서 부처님 말씀을 원색의 언어로 전하였던 스님으로, 수많은 보살들을 부처님 세상으로 이끌었던 큰스님이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우리는 춘성이 활동을 하던 그때도 그랬고, 그가 떠난 이후에도 결코 춘성의 이름을 부르지도 찾지도 않았다. 아니 그를 부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춘성을 다시 찾아내고, 다시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춘성의 고민, 고투, 노선, 지향, 정신, 사상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그동안 일반에 알려진 일화로 만나는 춘성, 춘성 스님을 회고하는 내가 만난 춘성, 역사로 만나는 춘성으로 나누어 재조명했다.
글을 열어가는 제1부 「일화로 만나는 춘성」에서는 28편(아이 똥이 부처님 / 공중화장실에서 팬티 바람으로 /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 목사를 아들로 둔 사연 / 호남선 완행열차에서 / 무임승차한 사연 / 누구냐, 나는 중대장이다 / 김구 선생의 장례식에서 염불을 하다 / 육영수 여사와의 인연 / 속 좁은 딸의 푸념 / 춘성의 팬, 노보살 /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주는 법문 / 문을 잠글까요 /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 / 100억 원을 내놓아라 / 관음보살을 친견한 이야기 / 종정이 될뻔 하였던 춘성 / 진관사 대웅전 상량식장에서 / 자비심을 나투어 엿장수를 살리다 / 보문사 법당을 불구덩이에서 구한 이야기 / 영화광이었던 노승 / 장학금 지원에도 일등 스님 / 연극으로 되살아난 춘성 / 도올, 춘성을 말하다 / 맥주를 시원하게 잡수신 스님 / 춘성 스님의 세 가지 유훈 / 춘성 스님이 수덕사에서 행한 법문 / 춘성의 좌복)을 실었다.
어느 날 춘성이 통금시간이 넘어서 밤길을 가고 있었는데 방범순찰을 하던 순경이 춘성에게 물었다. “누구요?” 춘성이 어둠 속에서 즉각 답을 하였다. “중대장이다!” 그 소리를 들은 순경은 목소리는 노인 목소리인데, 중대장이라고 하니 의아해서 들고 있던 플래시로 춘성을 비추었다. “아니? 스님 아니시오!” “그래, 내가 중의 대장이지! 맞지?” 이 말을 들은 순경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순경이 춘성에게 밤길을 조심해서 가시라는 인사를 하였음은 물론이다.                                                                      
-본문 중에서-
제2부 「내가 만난 춘성」에서는 23명(오직 정진만을 가르친 스승-혜성 스님 / 대자대비를 실천하신 도인-우송 스님 / 참된 보살이었던 큰스님-혜광 스님 / 진정한 무소유 정신을 실천한 도인-수명 스님 / 참된 염불을 가르쳐 준 스승-견진 스님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은 수행자-대선 스님 / 60방을 맞고 정신을 차렸지요-정일 스님 / 냄새는 바람이 불면 사라지는 법-무비 스님 / 생사를 벗어나려면 촌음을 아껴라-수경 스님 / ‘긴 누비파’의 두목이었던 춘성 스님-명진 스님 / 바랑 하나 누비옷 한 벌 남기신 분-효림 스님 / 죽는 날까지 정진하라-진관 스님 / 좋은 옷은 네가 입어라-연호 스님 / 호방 질탕한 선승-고은 / 분별하지 말라-박경훈 / 우리 시대에 환생한 원효-목정배 / 노 변호사의 사미인곡-황석연 / 스님, 저 막내예요-법계심 보살 / 내 삶을 지탱해 준 도인-평등행 보살 / ‘무’자 화두로 삶의 생기를 되찾게 해 준 은인-고영희 / 이불은 부처와 이별하게 하는 덮개-보현심 보살 / 세계적인 산의 사나이를 키우다-이맹임 / 문학을 일러 준 선승-이행자)이 본 춘성 스님 이야기를 저자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그리움을 담았다.
춘성 스님이 욕을 잘한다는 소문이 많은데, 내가 그 옆에서 지켜보니깐 노스님의 욕은 상스럽지가 않았어요. 유머스럽고, 웃음이 나오게 하고, 말하자 면 친근감이 있어. 그러니깐 욕이 욕 같지 않아. 그리고 염불을 할 때에 보면 스님은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여서 그런지 그 음성은 아주 우렁차고, 단전에서 올라오는 소리여. 산천이 진동해. 그래서 춘성 스님의 염불 소리에 임산부가 놀랬다는 일화도 있어. 그런 말 들어 보셨나? 내가 스님을 모시고 시다림을 하는 곳에 따라 가보면 처음에는 살살하시다가, 어느 때부터는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셔. 따라간 나도 놀랬으니, 그 주변에 있는 여자들은 얼마나 놀랬겠어? 그 소리는 누가 따라올 수 없어.                                                 -본문 중에서-
제3부 「역사로 만나는 춘성」에서는 춘성 스님이 만해 한용운 스님을 만나 출가하게 된 배경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춘성 스님의 일대기(탑골공원에서 만난 무애도인 / 만해를 만나 머리를 깎다 / 옥바라지를 하며 배운 독립정신 / 저자거리에서 사자후를 하다 / 달마는 왜 서쪽에서 왔는가 / 도봉산 호랑이가 되어 / 돌장승이 아이 낳는 도리 / 만해·만공의 선풍을 잇다 / 삼세 불조도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다)를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대한 감회 등을 다뤘다.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서」는 그간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 조선독립감상의 대요, 조선독립 이유서, 독립 이유서, 3·1독립선언 이유서, 3·1독립 이유 답변서, 독립 이유서 등으로도 불렸다. 당시 그 글을 읽은 일본 검사도 한용운의 탁월한 인격과 고매한 사상에 감복하고 경의를 표하였다. 해방 전, 한용운의 거처인 심우장에서 한용운을 잠시 만났던 시인 조지훈은 한용운을 혁명가, 선승, 시인의 일체화로 평가하였다. 조지훈의 한용운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한용운 연구사에 고전이 되었다. 조지훈은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서」를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최남선의 독립선언문보다 문장과 내용에서 한 발 앞섰던 글이라고 평가하였다. 바로 이 같은 독립운동사, 3·1운동사에 영원히 빛날 「조선독립의 서」를 빛을 보게 한 숨은 공로자가 바로 춘성이었다. 춘성의 열렬한 시봉과 한용운에게 배운 춘성의 독립정신이 없었다면 「조선독립의 서」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여기에서 역사의 조연자, 역사의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수많은 무명인에 대한 복권 및 재평가도 후세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본문 중에서-
한편 저자 김광식 교수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백담사 만해마을 연구실장, 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부천대 겸임교수, 조계종 불교사 연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동국대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근대불교사 연구』, 『한국 현대불교사 연구』, 『민족불교의 이상과 현실』, 『용성』, 『한용운 평전』, 『아! 청담』, 『그리운 스승 한암 스님』, 『불교근대화의 이상과 현실』 등 30권이 있다.
 
김광식 지음
도서출판 중도 刊
(02-2278-2240)
신국판, 442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