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정겨운 모습이 많았다.
마루 위에 새끼줄로 조롱조롱 매달아 놓은 메주도 그 중 하나의 풍경이다.
어렸을 적 된장을 만들던 어머니를 여러 번 도와드린 기억이 새롭다.
된장 만드는 과정을 돌이켜 보면 먼저 큰 솥에 콩을 삶은 후 꺼내서 절구통에 넣고 절구로 찧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콩이 자꾸 절구에 묻어나거나 절구통 밖으로 튀어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찧어진 콩을 손바닥으로 쳐서 네모나게 메주를 만들고 곰팡이가 필 때까지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그 다음 짚단으로 꼰 새끼줄로 묶어서 통풍이 잘 되는 처마 밑에 겨우내 잘 말렸다가 마지막으로 메주를 띄워서 만드는 것이 전통된장이다.
지금 생각하면 된장을 만드는 데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정성이 필요했고 단순한 노동력뿐 아니라 가족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쓰임새가 아주 다양한데, 집에서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가장 많이 사용하고 막된장에 찍어먹는 고추, 생선회도 된장과 같이 먹을 만큼 음식에는 약방의 감초와 같다.
발효과정을 거친 된장은 우리 몸에 좋다. 그래서 된장을 먹으면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 될 뿐 아니라 뒤끝도 깨끗하다. 평소 된장의 좋은 점에 대해 노래하듯 자주 이야기를 했더니 단골로 오시는 아주머니께서 강원도에서 담가온 전통된장이라며 가져다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집에서 먹는 된장과 음식점에서 먹는 된장은 뭔가 다르다.
우선 담백하지 못한 맛은 둘째 치고 먹고 난 후에 뒤끝이 영 좋지 않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어떤 때는 된장을 먹고 난 후 배가 더부룩하고 위 속에 뭔가 끈적이는 불쾌함도 생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었더니 이런 느낌에 대해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집에서 만든 전통된장은 메주와 장을 천천히 자연 발효시켜 만든 웰빙식품이다.
국산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말려 발효시키는 과정과 천일염에 장을 담아두는 과정이 필요하고 장독대에서 햇볕과 바람을 받으면서 1년 이상 천천히 자연적으로 발효되고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여기에 전통된장은 다른 재료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물과 콩 그리고 천일염으로 만들어지므로 몸에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된장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간파한 기업에서는 된장을 빨리 만드는 방법을 찾아 제품화했는데 그게 바로 개량된장이다. 개량된장의 특징은 단기간에 만들 수 있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불과 1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 제조공정은 배양한 누룩균을 삶은 콩에 섞어서 1주일 정도 속성 발효시키기 때문에 가능하다. 개량된장에 들어가는 재료도 전통된장과 큰 차이가 난다.
국산콩만 100% 사용하는 전통된장에 비해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수입콩을 쓰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수입밀가루를 많이 넣는데, 밀가루에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어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거기다 소금 또한 천일염이 아닌 정제염을 사용하고 MSG 등 식품첨가물이 첨가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개량된장은 전통된장과 같은 깊은 맛이 나지 않고 개운한 맛이 떨어진다. 또 숙성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밀가루나 식품첨가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먹고 난 후 속이 더부룩하며 가스가 차거나 느끼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구룡사 된장은 제천에서 수확한 국산콩과 전통제조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음식에 기본이 되는 된장만큼은 좋은 것을 찾는 지혜가 필요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