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
시간을 알 수 없는 어느 땅에
눈 먼 과수원이 하나 있다고 한다
이 나라 나무들은 모두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들뿐만 아니라
해와 달과 흐르는 물까지
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기르는 염소와 닭들은
새벽을 부르지 못한다고 한다
아침은 저녁을 부르고
저녁노을들 아침을 불러보지 못한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밤나무처럼
키가 크고 몸이 튼실한 나무들
아직 하늘이 푸른지
바다의 갈매기들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아직 히말라야의 설산은
얼마나 높이 솟아있는지
잉카의 황금투구는
누가 쓰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어쩌면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될 그 무엇들이 많아서인가
펼쳐둔 책장들
하얀 식탁보들
오래된 피아노 건반 위의 악보들
바쁘게 날아가던 새떼
들 항아리에
가득 담긴 술과 향기들 넘쳐나지만
누구 권하거나
먹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몇시인가
세상은 너무 멀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