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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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현담스님



오래된 카메라는 구도를 좋아한다
적당한 거리 적절한 각도
아침이어도 좋고
저녁 해질 무렵의
그 아련하고 뭔가 기대되는
다양한 표정과 빛깔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아침
그러고 보니 우리 또한 카메라보다 더 예민하고
더 까다로운 카메라가 된 것 같다
세상과 세상의 길에 대한 욕심은
고작 카메라 하나로
뒤따라 올 수 없는 것 같다
앵글의 그 공간에 사물을 다 담을 수 없듯
어차피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고
빈 배는 채울 수 있을 때 가득 채워야 한다


지금 이 아침
누가 우리를 부른다면
한참 바보다
저 길들이 그렇게 바쁘게 부른다고
냅다 달려갈 수는 없다
길은 길이고 나는 나 아닌가
가다가 큰 나무그늘이 있으면 쉬어가는 것이고
굴원이 따로 있나
지나가는 맑은 강물에서는
몸 한번 시원하게 담궈보는 것이다


모처럼 이 아침
차나 한 잔 마시고
우리 저 강물에 들어가 지친 몸 깨끗이 씻고
그 많은 사람들 다 가려준 나무 그늘에서
소박한 개꿈이라도 한 번 꾸면서 쉬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