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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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동의보감에 제일 자주 쓰이는 한약재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감초는 한의사가 아닌 일반인들도 아는 흔한 한약재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처방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의보감에는 감초보다 더 자주 처방되는 약재가 있고, 그것은 바로 술이다. 인체에 해롭다고 알고 있던 술이 우리나라 최고의 한방의서로 알려진 동의보감에서는 감초보다 자주 쓰였던 이유가 뭘까?


동의보감에서 술은 성질이 매우 뜨겁고 모든 경락에 약 기운을 운행시키며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고 혈맥을 통하게 하고 위장을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며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몸의 정精을 보충하거나 굳은 피를 몰아낼 때 쓰는 약은 거의 술과 같이 복용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술은 예로부터 귀한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


술은 피부부터 오장육부, 뼈, 뇌수, 자궁 등 인체의 가장 깊은 부분과 먼 부분까지 약 기운을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추운 날씨에 몹시 손발이 시릴 때 술 한 잔 마시면 금세 손발이 따끈해진다. 이는 술이 심장의 펌핑 작용을 왕성하게 부추겨 인체의 끝까지 혈액순환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넘어지거나 부딪혀 멍들었을 때 술이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도 이런 이치에서 시작한다. 한약을 물에 달여서 복용하면 술만큼 깊고 먼 부위까지 효과가 파급되지 못한다. 그래서 보약의 효과를 온 몸에 전달하기 위해 술과 같이 복용토록 하기도 한다. 보약의 대표처방인 경옥고의 경우에도 술과 같이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포도주의 사례를 봐도 고대사회에서부터 술은 음식이면서 건강을 위한 약으로 사용되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포도주를 약으로 사용했다는 최초의 기록이 있다. 포도주를 마시고 다음 날 깨어난 노예가 원기가 아주 왕성해졌고 이 상황을 목격한 왕은 이후로 포도주를 약으로 썼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술을 내장실환 치료약으로 사용했고 로마군이 유럽을 제패했던 것도 포도주로 인해 질병에 대한 강한 면역력이 있었던 덕이라고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학자들은 알코올이 심장혈관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기능이 있어 적당량의 술은 약이라는 점을 증명하였다. 물론 술을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커지지만 한두 잔 정도의 음주는 오히려 사망률을 낮춘다. 이처럼 술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반대로 몸을 상하게도 한다. 이는 술만큼 강한 약이 없기 때문인데 술은 대열大熱하고 대독大毒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물은 쉽게 얼지만 술은 잘 얼지 않는데, 이는 술이 가지고 있는 열에서 기인한다. 식품이나 약을 먹어도 술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술을 마시면 심장이 금방 뛰고 열이 오르며 얼굴이 붉어지고 감정도 일렁인다. 어떤 이는 구토하기도 하고 졸려서 잠자기도 하며 용감해지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기쁨에 겨워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의 성질은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런 성질을 잘 활용하여 적당량의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며 혈액순환에 그만이다. 하지만 과음하게 되면 술을 따라 기가 올라가 위에서는 담이 쌓이고 밑에서는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며 오래되어 병이 깊어지면 당뇨 황달 기침이 생기고 천수를 다하지 못한다고 했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지나치면 부족한만 못하다고 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술 또한 장점과 단점이 있으므로 잘 활용하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