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색은 식을 인연하여 일어난다 -
조준호
철학박사·동국대불교학과
1. 12연기에 있어 명색의 위치
이번 주제는 12연기 가운데 무명과 행 그리고 식에 이어 4번째 고리에 해당하는 명색(名色)이다. 유전연기는 '식을 조건으로 명색이 있다’또는‘명색은 식을 연하여 일어난다’고 되어 있으며 반대로 환멸연기는 ‘식이 소멸함에 의해 명색이 소멸한다’로 나타난다.
이는 다시 12연기의 5번째 고리인 육입(六入)과 관련 하여‘명색을 조건으로 육입이 있다’라고 나타난다.
명색은 불교 이외의 다른 인도종교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베다>에 이어 <우파니샤드>에서 명색은 궁극적 실재인 범(梵)의 2대 전개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으나 불교의 쓰임새와 그 의미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대략 그 쓰임새에 있어 바라문 종교에서는
명색을 본체계에 상대개념인 현상세계를 나타내는 말인데 반해 불교는 현상계 넘어 따로 본체계를 인정하
지 않는 명색이다.
2. 명색의 어원과 의미 그리고 성격
명색의 빠알리와 산스끄리뜨는 na-ma-ru-pa이다.
명(名)의 na-ma는 문자 그대로 이름(name)을 뜻하고 rupa는 색과 형태를 가진 물질을 의미한다. 하지만 불
교에서 명의 쓰임새는‘마음’이나‘심리작용’이나‘심리현상’을 나타내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색은 한역에서 형(形)과 색(色)이라는 말로 옮겨졌다. 명은 일반적으로 오온(五蘊) 가운데 색을 제외한 수(受)·상(想)· 행(行)·식(識)의 4온(蘊)이라한다. 때문에 이러한 4온을 무색온(無色蘊)이라하기도 한다.
식을 조건으로 해서 명색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명이란 정신적인 일반을, 그리고 색이란 물질적인 일반을 의미한다. 즉 인식이 성립하려면 그 대상인 명색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12연기의 4번째 고리로서 명색은‘행(行) 또는 업(業)의 결과로서 생기는 과보(果報: vipa-ka)’로서 수(受)·상(想)과 식(識)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마음의 기능’과‘마음의 현상’이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다른 경전에서는 수(受)·상(想) 등에 이어 사(思: cetana)· 촉(觸: phassa) 그리고 작의(作意: manasika-ra)까지를 포함하여 명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명색이란 무엇인가? 수·상·사·촉 그리고 작의가 있으니, 이를 명이라 이름 한다. 사대가 있으니 이를 색이라 이름 한다. 이것이 명이고, 이것이 색이니 명색이라 한다.”
이는 후대 아비달마에 가서는 여기에 생명력(jivita)과 삼매(三昧) 2개를 더 부가하면서 이들은 어떠한 식(識)의 상태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마음의 기능’또는 ‘마음의 현상’임을 설명하고 있다. 아비달마 설명에서는 최종적으로 수(受)·상(想)을 제외한 50개가량의 더 세분화한‘마음의 기능’이며‘마음의 현상’을 정리하고 있다. 이는 오온 가운데 행(行)에 속하는 것으로 선(善)과 불선(不善) 그리고 무기(無記)의 범주로 나열하고 있다.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사(思)·촉(觸)·작의(作意) 그리고 생명력(jivita)·삼매(三昧)에 이어 심(尋)·사(伺)·승해(勝解)·정진(精進)·희(喜)·욕(欲) 등 50개이다. 아비달마 불교에서 이렇게 세분화한 것은 위빠사나 수행 시에 섬세하게 포착되는 미세한 마음의 작용과 기능 그리고 현상으로 다시 위빠사나 수행 시 이러한 마음의 작용과 현상이 섬세하게 포착될 수 있는 경지가 되어야함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 전통에서 부처님에 이어 후세에 이르기까지 12 연기의 가르침이 중요시되며 강조적으로 설명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렇게 이른 시기의 경전에서부터 12연기의 설명 시 명색을 각각 둘로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다음은 명에 이어 색(色)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색은 사대(四大) 로서 성립되는 색깔과 형태를 가진 것으로 다름 아닌   지(地)·수(水)·화(火)·풍(風)을 말한다. 색에 대한 영역은 shape나 matter 그리고 form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한역이나 한글역에서의 색채나 빛깔을 의미하는 color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색을 빛깔로 옮기는 것은 설일체유부 교학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데 유부는 색을 현색(顯色)과 형색(形色)으로 구분하여 현색이란 푸르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빛깔로 12가지를 이야기하였기 때문이다. 형상 있는 모든 것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이고 초기경전에서도 그 근거를 또한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색은 물질을 총칭하는 말로 변화하고 부서지는 가운데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눈·귀·코· 혀·몸의 오근(五根)이나 이에 인연하는 색·성·향· 미·촉의 오경(五境)도 색에 해당된다. 색을 성립시키는 사대에 대한 좀 더 철학적인 설명은 지(地)·수 (水)·화(火)·풍(風)이 각각 견성(堅性)·습성(習性)·
난성(暖性) 그리고 동성(動性)으로 제시된다.
3. 식과 명색의 관계
초기불교의 여러 부파들은 12연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여러 입장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였던 설일체유부의 설명은 12연기를 삼세양중인과 설(三世兩重因果說)로 해석하였다. 즉 명색의 앞 고리인 식을 모태 중에 잉태되는 찰나의 오온으로, 다음의 명색은 잉태 이후 육처(六處)가 생겨나기 이전까지의 오온으로, 갈라람·알부담·폐시·건남과, 발라사가 일부인 태내의 다섯 단계를 말한다.
『구사론』에서는“결생식(結生識) 후 육처가 생하기 전 중간 상태를 통털어서 명색이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대승의『성유식론』에도 거의 비슷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태생학적(胎生學的)인 12연
기 이해는 대승의 12연기 이해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으나 현재 여러 가지 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의 근거는 초기경전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중아함의『대인
경(大因經)』에 다음과 같이 식과 명색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명색에는 어떤 연이 있는가’라고 묻거든 마땅히‘식(識)을 인연한다’고 이렇게 대답하라.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른바 식을 인연하여 명색이 있는 것이니라. 아난아, 만일 식이 어머니 태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이 몸을 이루는 명색이 있겠는가?”
“없습니다.”“아난아, 만일 식이 태에 들어갔다가 곧 나온다면 명색이 정(精)을 만나겠는가?”“만나지 못합니다.”“아난아, 만일 어린 소년과 소녀의 식(識)이 처음부터 끊어지고 부서져서 없다면 명색이 더 자랄 수 있겠는가?”
“없습니다.”“아난아,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 명색의 원인, 명색의 성취, 명색의 근본, 명색의 인연은 곧 이 식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식을 인연하여 곧 명색이 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만일 어떤 사람이‘식에도 연이 있는가’라고 묻거든 마땅히‘식에도 또한 연이 있다’고 이렇게 대답하라. 만일 어떤 사람이 ‘식에는 어떤 연이 있는가'라고 묻거든, 마땅히 '명색을 인연한다'고 이렇게 대답하라.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른바 명색을 인연하여 식이 있는 것이니라. 아난아, 만일 식이 명색을 얻지 못하고, 만일 식이 명색에 서지도[立] 않고 의지하지도 않는다면, 식은 과연 남이 있고 늙음이 있으며, 병이 있고 죽음이 있으며, 괴로움이 있겠는가?”“없습니다.”“아난아,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 식의 원인, 식의 성취, 식의 근본, 식의 인연은 곧 이 명색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명색을 인연하여 곧 식이 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이것을 명색을 인연하여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하여 또한 명색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로 말미 암아 말을 보태고 거듭 말을 보태어 설명하고, 전하고
전하여 설명하며, 주장할 만한 것이 있게 되니, 그것은 곧‘식과 명색은 함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같이 식과 명색의 관계를 태생학적인 관계로 설명 하는 것은 같은 초기경전인 빠알리경전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다시 같은 초기경전에서 생명이“다시 태어 나기 위해서는‘3가지 조건이 부합’[三事和合]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부모의 교합, 둘째, 여성의 가임기(可姙期), 셋째는 건달바(gandhabha), 여기서 건달바는 다분히 신화적인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그 의미하는 바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이 이루어질 때
생명으로 나갈 수 있는 직접적인 씨앗과 같은 요소를 말한다. 윤회전생을 설명하는 다른 경전에서 식(識)은
씨앗에 비유하는 맥락도 이런 이유라 생각하면 된다.
즉 양자의 관계는 간접적인 조건과 좀 더 직접적인 요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다른 경전에서 이러한 건달바를 식(識)과 관련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인지 몇몇 초기 경전에서 12연기의 식연명색(識緣名色)의 설명에 있어 식이 여성의 모태에 임하지 않으면 다음의 명색(名色)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더 나아가 자궁에 착상했 다하더라도 얼마 뒤에 소멸되는 경우에는 또한 명색으로 발전하여 태어남이 있을 수 없다한다. 하지만 아무리 초기경전에 나온다하더라도 이러한 설명은 후세의 이해가 초기경전 속에 반영된 것으로 많은 현대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12연기의 각 지분과 지분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분분한 이견이 있어왔다. 하지만 불교의 근본적인 의미에서 12연기는 중생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 또는 상황을 직시하게 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은 실천 수행을 통해 고통의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실천적 관점에서 인간존재의 실상을 깊이 통찰하는 수행 일수록 그만큼 마음의 작용과 기능 그리고 현상 또한 섬세하게 포착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앞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눈과 색을 인연 하여 인식작용인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 식의 6식의 세계가 성립한다. ‘명색은 식에 인연하여 일어난다’할 때 명색은 육근과 육경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인식과 인식내용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명색은 식과의 작용에 따라 비로소 명색 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식은 명색의 인연으로 보고 듣고 그리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한다. 따라서 이 두 지분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의 인용 경문에서도“명색을 인연하여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하여 또한 명색이 있다”그리고“색과 명색은 함께 있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경전에서는“이것은 마치 두 묶음의 갈대 다발 이 서로 기대고 서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로 식과 명색의 쌍조건인 관계를 말한다. 이처럼 식과 명색은 상호 의존관계임을 말 수 있다. 하지만‘명색’보다는 ‘식’이 보다 더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기에 먼저 위치해 있고 다시 이 식의 조건을 추구해 보면 그것이‘행’ 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 12연기의 구조이다.
식과 명색은 상호 의존관계임을 말 수 있다. 하지만‘명색’보다는‘식’이 보다 더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기에 먼저 위치해 있고 다시 이 식의 조건을 추구해 보면 그것이‘행’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 12연기의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