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앰비애드에이 프로모션팀장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왔다.
길고 지루했다는 뜻은 ‘이번 겨울만큼 추웠던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특히 올 겨울 서울에서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길가에 가득 쌓인 눈을 지긋지긋하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따사로이 내리비치는 햇살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춥다고, 또 눈이 온다고 집과 사무실, 업무 현장에만 틀어박혀 있었나 보다.

찬란한 봄!
바야흐로 대한민국도 축제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조금 있으면 남녀노소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벚꽃축제를 시작으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는 정말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더더욱 그럴 것이,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우리가 다 아는 기념일 외에도, 부부의 날, 다문화의 날 등 정부가 지정한 특별한 기념일 또한 많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당연히 부처님오신날! 올해의 연등축제가 또 기대가 된다. 이에 더하여 지역특산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긴 겨울, 안으로만 움츠렸던 활동반경을 서서히 다양한 공연과 테마가 있는 축제의 장으로 옮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축제!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축제라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는 축제에는 많은 부담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부담감이 있을까? 축제에는 당연히 장점도 있겠지만 특이한 단점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특이한 축제의 단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순수함과 특별함을 간직한 축제를 위해서....

대한민국 축제의 특이한 단점
1. 왜 우리는 외국인 모시기에 급급할까?
글로벌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특히 한류의
붐을 타고 대한민국에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혹시 저녁시간에 명동거리를 가보신 적이 있나요?
명동은 대한민국인지, 일본인지, 중국인지 혼동될 정도로 외국인 반, 한국인 반이였습니다. 간판 또한 그렇더군요.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축제들이 외국인 모시기에 과도한 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개최되는 축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많이 하면, 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평가 항목이 있다. 결국 축제의 담당자들은 축제의 순수함을 잃은 채 외국인 유치에 많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2. 파티는 없고 대형화에만 투자한다.
대한민국의 축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수많은 축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또한 사라지고 있다. 축제라는 것은 작은 파티에서 시작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차츰차츰 콘텐츠와 특별함을 채워나가야 하는데.... 우리의 축제의 모습은? 너도 나도 외형 키우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역을 알리고 그 지방만의 특색을 표현하는 축제라면, 외형보다는 쏠쏠한 재미를 부여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우리 동네에는 1년에 작은 파티가 몇 번 있을까?
특히 도시권에서는 동네 부녀회와 명절 놀이마당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파티문화가 전무하다.
바로 대형축제가 탄생한다. 결국 외형만 커졌지 볼게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강릉 단오축제를 가보신 분? 단오라는 오래된 전통에, 지역의 특색을 살려, 낮에는 물론 밤에도 볼거리가 가득한 강릉 단오축제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3. 너무나도 판에 박힌 축제 프로그램
대한민국 축제는 너무나도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도 공감 또 공감할 것이다. 홍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지역의 축제를 알리기란 정말 어렵다. 그렇다 보니 효과적인 광고와 홍보를 위해 대한민국 축제의 프로그램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무슨 얘기냐구요? 바로 말씀드리죠.

축제 1일차
축제 1일차 낮에는 리허설로 정신이 없다가 축제의 개회식을 한다.
여유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지자체 대표의 개회사에 이어, 국회의원과 의회의원들의 축사, 경과보고, 홍보영상상영, 기념공연, 축제 개막 퍼포먼스, 축제장 시찰로 이어진다. 이런 개회식은 어느 곳이나 동일하다. 너무 딱딱하지 않나요?
좀 색다른 개회식을 만들어보는 것도 축제의 차별화가 아닐까요?
개회식 이후 당일 저녁에는 당연히 화려한 공연이 열린다. 어떻게 된 것이 전부다 공개방송위주인 프로그램. 축제의 예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출연료가 억대가 넘는다는 초특급 아이돌을 초청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성인가수와 7080, 퍼포먼스 공연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축제 2일차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
축제장은 축제의 주제인 테마관과 체험관, 먹거리 마당, 공연마당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공연마당에서는 항상 노래자랑이 반을 차지하는 것도 참 이상하다.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전국에서는 무수히 많은 노래자랑이 프로그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축제에는 많은 체험부스가 마련되지만, 절대로 방문객의 인원과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체험의 가짓수만 늘리기에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축제 방문객들은 이렇다 할 체험을 할 수가 없어 짜증을 낸다. 인기 있는 체험은 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50개의 체험프로그램보다는 5개의 특화된 체험프로그램을 방문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축제 3일차 ~마지막 날
축제의 종료를 알리는 폐막식이 진행된다.
폐막식 또한 모든 공무원들이 총출동한다. 축제의 주인은 일반인인데, 어떻게 축제의 개막과 폐막을 알리는 무대에는 공무원들로만 가득가득한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자화자찬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축제의 뜻에 맞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축제의 평가는 공무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주민과 관람객들이 해야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폐회식 다음에는 이상하게도 다들 불꽃놀이를 한다. 하~하~

대한민국의 축제는 이렇게 특이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치명적인 단점이 아닌 것에 감사하다. 그 이유는 조금만 노력하고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특이한 단점을 특이한 장점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특이한 단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축제와 문화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축제의 현상을 언급한 이유는 축제의 장소를 ‘그저 아이들 때문에, 갈 곳이 없어서 간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축제의 장점이든 단점이든 가고자 하는 축제에 대해 사전에 조금 이해하고 간다면 그 재미는 한층 더 쏠쏠해지기 때문이다.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야구 규칙을 아는 여자 친구와 야구장을 가는 것과, 야구 규칙을 모르는 여자 친구와 야구장을 가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바로 이해할 듯 싶다.
바야흐로 축제의 전성시대를 앞둔 대한민국!
다음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축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따뜻한 봄! 재밌고 다양한 축제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시길 진심으로 서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