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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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하여

현담스님


새벽안개 자욱한 아침
나는 처음으로 집을 나왔다.
세상의 모든 길들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고
나는 하나의 작은 종이배였다.


자욱한 안개는 말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라고
지금 떠나면 다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길들은 둥둥 떠가고 있었고
그렇게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길을 나섰다.


먼 길 돌아온 이들이여
늦은 저녁에 떠나는 이여
섬겨야 할 것 많고 피해가야 할 것 많았던
세상의 크고 작은 길 돌아온 지금
누가 나에게 부럽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고향의 한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고무신을 들고 먼지 나는 황톳길을 함께 걸었던 그 친구는
태어나 단 한 발자국도 고향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 하늘 그 땅에서 물마시고 땀 흘리고
때로는 홍수에 물난리에
떠내려가는 집을 부둥켜안고 버틴 자이다.
나는 친구의 그 하늘과
이른 아침의 강가를 그리워하고 몹시 부러워한다.


내가 더 아픈 것은
지금 나에게는 내가 돌아온 그 많은 길들을 보여주고
힘께 노래할 그 하늘과
새벽의 강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 들판 떠도는 개들처럼
거리에서 마음대로 오줌 누고
흙먼지 자욱이 뒤집어쓴 황톳길을 걸어와
처음 만난 사거리 버스터미널에서
하나 둘 버스는 떠나갔었다.


돌아보면 생이란 채워지지 않는 빈 창고
낡은 창고지기의 목마름은 누가 와도 적셔줄 수 없는 법
이제 와서 어디로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시간
비록 우리들의 행로가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지만
그 나머지 길
그대와 나는 지금 잘 돌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