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미국의 통계오류가 글로벌 금융위기 초래
때로는 진리(眞理) 보다는 오류(誤謬)가 역사를 움직인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대란의 원인이 미국의 통계 오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4월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통계가 실제와는 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1.8%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0.4%에 그쳤다. 무려 1.4%포인트의 오류격차를 발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완만하게 성장세를 지속하는 줄 알았던, 미국 경제가 실제로는 더블딥(double dip, 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되는 경제현상)의 언저리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1분기 경제성장률 1.8%라고 발표하면서 경제가, 실제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정치인이나 투자자들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견조세(堅調勢)를 보이면서 회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엉터리 통계수치를 가지고, 경제현실을 잘못 진단하고, 세계를 상대로 경제정책을 펴왔다는 얘기다.
통계오류의 심각성...주식시장 본질 훼손
미국과 같은 글로벌 리더국가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통계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실제 이번 통계오류 파문 때문에 일어난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다, 세계 경제에 미친 엄청난 파급을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발 세계 주식시장 충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의 국가등급하락에 따른 파장(波長)으로, 8월 19일 단 하루만에 주가지수가 4자리에서 3자리로 내려가면서, 64조원 이상이 공중 분해되었다. 64조원이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예상되는 경제효과와 비슷한 규모이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사이드카(sidecar)와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와 같은 주식중단조치가 연일 취해지기도 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와 동반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매일 경제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미국 증시의 상황이 한국 증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 미국의 신용강등으로 인해 위험자산 기피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그동안 지푸라기처럼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기초단계, 즉 펀더멘털까지 훼손되면서 체계적 위험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진단이다. 64조원 공중분해와 같은 주가하락 현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어서, 주식시장의 본질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오류의 원인진단…최신정보의 허구성
그렇다면 왜 통계오류가 발생하는가? 미국에만 발생하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미국의 이번 통계오류를 보면 이렇다. 통상 분기별 성장률은 해당 분기가 지난 지 한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대략의 수치로 발표된다. 그러니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는 시점에서는 지난해 분기별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게 된다.
그러니까, 발표시점에서 집계되는 통계숫자가 아니라 그 이전에 발생한 자료를 토대로 추정치가 발표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최신의 정보를 신뢰하지만 정작 최신정보가 실제로는 정보가치가 높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최신의 정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번 세계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의 통계오류의 과정을 보면 이렇다. 당초 지난 5월 1.8%로 발표했다가, 6월에는 오히려 더 올라간 1.9%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치는 0.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으니, 오류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의 근본원인은 잠정치 통계의 상당 부문을 전월치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즉, 국민들이 전화요금 사용액이 얼마인지, 기업의 건설비용 지출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통계치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과거의 수치를 원용해 집계하고 발표하고 있다. 실제 1차 발표 이후 3차 발표할 때 조차도 통계의 22%는 예상치를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통계상 오류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계절적 요소를 감안한다거나 실제 통계와 차이를 줄이기 위한 통계기법을 사용한다.
통계오류는 특히 경기 추세가 바뀌는 시점에서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할 때는 실제 지표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고 정상이다. 그러나, 수치가 안나오다 보니 통계 집계할 때는 과거 감소했던 시기의 수치가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거꾸로 경기가 추락할 때는 상대적으로 호황 수치가 사용되기 때문에 정말 경기가 어려운지 제대로 실상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적절한 시점에 정확한 정보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확한 정보가 안나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 실정이다.
신용평가사도 오류 투성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킨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의 오류도 지적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Standard & Poor’s가 아니라 Sub-Standard & Poor라는 오명을 얻었다. 스탠더드 앞에 <∼이하 또는 ∼아래>라는 뜻인 접두사 sub를 붙였다. 그리고, 푸어스에서 <‘s’>를 떼어냈다. 즉, Sub-Standard & Poor는 기준 이하이며 한심한 회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오명을 얻게 된 이유는 이렇다. 먼저,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2조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분을 계산하지 않은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부실채권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이유다. 신용평가사가 신용평가를 하면서, 그것도 세계 최고 시장국가인 미국의 신용을 평가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재정적자 부문에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신용등급이 면죄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결정이 틀렸을지는 몰라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최근 5년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상비상(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미 정부의 통계오류가 초래한 세계 금융시장 위기를 보면서, 금강경(金剛經)의 말씀이 생각난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금강경 제5 여리실견분] - 즉 모든 조건과 존재와 고정관념은 허망한 것이다. 만일 모든 현상을 현상 아닌 것으로 보면 여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현상도 마찬가지다. 통계 숫자가 경제현상의 실체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의 흐름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실상의 에너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움직이는지,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봐야 경제현상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도 이번 주가폭락사태에서 각각 1조원 이상의 주식가치를 잃었다고 하는데,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어떻겠는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태평양 바닷물을 다 먹어봐야 짠맛을 알 수 있나? 한 점의 바닷물로도 태평양 물맛은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니, 부처님께서는 이미 2600년 전에 요즘의 경제현상을 보는 안목과 시각도 이미 열어놓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