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기온이 떨어지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청국장이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은 고소한 향기와 부드러운 맛뿐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좋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건강식의 대표선수 격인 이 음식이 변비부터 시작해서 혈액순환 다이어트 소화불량 항노화 심지어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그 효능이 무궁무진한 약이자 음식이다.
하지만 팔방미인처럼 다양한 효능을 가진 청국장이 어떤 상황에서나, 아무나 먹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특정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다다익선은커녕 오히려 과유불급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미 청국장의 좋은 점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오늘 지면에서는 문제점을 주로 파악해 보려고 한다.
다음 내용은 청국장이 약만큼이나 특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깃한 어떤 환자의 체험 사례다. 평소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60대 중반의 이 남자는 청국장이 혈액순환에 좋다는 이야기만 믿고 매일 세끼 청국장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 뜨겁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혈압이 상승하는 증상이 생겨 처음에는 왜 그럴까 의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국장 때문에 오는 일종의 부작용임을 인지하고 바로 끊으면서 그 증상은 사그러들었다고 한다.
청국장의 성분 중 비타민K와 낫또키나아제가 있다.
비타민K는 된장, 두부, 콩기름 등 콩 음식에 많고 특히 청국장에는 다른 식품보다 5배가량이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K의 가장 주된 기능이 혈액을 응고시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대개 와파린을 복용하는데, 혈액을 묽게 하는 이 약이 심장이나 뇌에서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불행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파린을 복용 중인 사람이 청국장을 많이 먹으면 와파린과 비타민K가 충돌하면서 혈액이 응고되는 부작용이 오는 것이다. 낫도키나아제는 비타민K와 정반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혈액응고기능이 있는 비타민K에 비해 낫도키나아제는 혈액을 묽게 녹여주는데, 이 혈전용해기능이 지나칠 경우 다량의 혈전을 녹여 일시적으로 혈액 속의 지방이 높아지는 고지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청국장은 건강을 해치는 음식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국장 그 자체는 나쁜 음식이 아니다. 발효를 거쳐 만든 웰빙식 중 하나이고 도리어 뛰어난 혈전용해제이면서 혈액순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대부분의 자료나 청국장 회사들이 좋은 점만 나열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 등은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청국장에 대한 과용이나 맹신으로 인한 부작용까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또는 와파린 아스피린 같은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사람일지라도 청국장은 먹을 수 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 된다. 다만 과용하지 않으면 된다. 날마다 많은 양의 청국장을 먹는 게 아니고 별미로 먹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옛말을 새겨들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