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혁진 / 불교포커스 기자
호반의 도시 춘천의 10월은 마라톤의 열기로 채워진다. 매년 가을 < 조선일보> 가 주최하는‘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는 가을 마라톤의 대표적인 대회다. 조승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말아톤’도 춘천마라톤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춘천 호반을 끼고 달리는 가을의 마라톤 코스는 단풍과 푸른 물빛으로 아름답고도 역동적인 가을 풍경을 연출한다.
 
비슷한 시기에 매년‘조선일보반대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무슨 마라톤 대회가 특정신문을 반대하며 열리는가 하겠지만, 올해로 벌써다섯 번째다. ‘조선일보 반대마라톤대회’는‘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 반대의 뜻으로 시작됐다. 조선일보 반대마라톤은“친일행위로 점철된 조선일보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그릇된 펜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심지어 마라톤대회를 통해 공익성을 강조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으로 출발했다. 올해는 < 조선일보> 보급소가 1개소도 없다는 충북 옥천에서 열렸다.
불교계가 < 조선일보> 의 구독 거부를 선언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 조선일보> 를 반대하며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듯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에서의 구독거부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는 지난달 5일 긴급전체회의를 열고 본사주지회의는 또 별도의 결의문을 통해“종교적 편견과 정치적 의도로 불교 위상을 손상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일간지 < 조선일보> 에 대해 범불교적인
거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를 위해 전국 본말사와 불교기관에 < 조선일보 > 구독 거부 현수막을 내걸고 구독을 거부 하기로 했다.
부처님께서 조계종의 조선일보 거부운동을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불교를 호지하고 부처님의 뜻을
여법하게 받드는 방편이라고 칭찬을 하실까.
진정으로 이기려면 부디 자신을 들여다보고 침묵을 지키라고 하실까.
교구본사주지회의는“사찰 관리 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몇몇 사찰들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한다”면서도“언론기관은 선정적인 보도를 중지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그 선정보도의 핵심 언론으로 < 조선일보> 를 지목했다.
전국의 사찰 입구에‘조선일보 구독을 거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몇몇 사찰에서는 사찰을 찾는 불자들을 대상으로 구독거부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조선일보 수거용’전용 쓰레기통도 등장했다. 총무원은 각 사찰별로 구독거부 현황을 집계해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대국민 홍보를 위해 차량용·가정용 스티커 70만장과 전단지 40만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조계종이“종단의 자정을 위해 힘쓰기보다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를 공격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조계종은 < 조선일보> 에 대한 구독거부 운동이 언론이“크건 작건 불교계가 신정아·변양균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이용해 권력으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은 것처럼 보도”하고“대부분 정상적인 국고지원인데도 부정한 행위, 즉 공모의 대가로 받은 것처럼 오해하게끔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인 기사로 < 조선일보> 9월 21 일자 1면 기사를 꼽았다. <조선일보> 는 신정아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될 무렵부터 오대산 월정사가 수십억 원의 국고를 집중 지원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다. 기사는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불교계 전반을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여기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특정 정당의 움직임도 가세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등 신문’< 조선일보> 도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본사주지회의의 결의가 있던 10월 5일 다음날 아침 < 조선일보> 편집장 일행이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주석하는 북한산 경국사를 찾았다.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관스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만나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관계자는“단기간 내에 구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없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신문의 이미지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고, 특히 신문사 내부에서는 불교관련 기업 등의 광고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조선일보 거부’에 대한 명확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시작한 까닭에 벌여놓은 판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종단 차원에서 조선일보를 거부한다고 선언해놓고도 금강산 신계사 낙성법회의 조선일보 취재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알리는 < 조선일보 > 기사를 종단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가 호된 질타를 받고 기사를 내렸다. 종단 관계자는“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시작한 것이지 취재와 기자의 출입까지 막자는 것은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 혜경스님은 < 미디어오늘> 과의 인터뷰에서“그간 조선일보 보도로 인한 불교계의 피해가 회복될 때까지 무기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혜경스님은“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효과가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며“설령 조선일보와 관계가 악화돼 전쟁상태로까지 되더라도 계속한다는 게 교단의 의지”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지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끝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정한 조건이나 기한을 두고 시작한‘조선일보 구독거부’운동이 아니기에 종단으로서도 이를 어떻게 마무리할까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한국불교 장자종단이 특정 신문에만 거부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도 어른답지 못하
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불교집안에서 시위하듯 구독거부를 벌이는 것이 과연 불교적인가 하는 이의제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스님은“불교계가 어려운 처지에 있다지만, 특정신문 구독을 거부하고 사람을 동원하는 대규모 결의대회 같은 대응 방식은 불교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음해하는 상대를 조복시킨 부처님처럼 불 교계도 끊임없는 참회와 설득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10월 19일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는 문경 봉암사에서 열린 봉암사 결사 60주년 대법회에서는‘조선일보 반대’현수막을 펴들고 입장하려는 불자들을 종단 관계자들이 막아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재의 불교계의 어려움에 대해 남의 탓을 하기 전에 참회와 자정이 먼저라는 뜻이었을까.
부처님께서 조계종의‘조선일보 거부운동’을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불교를 호지하고 부처님의 뜻을 여법하게 받드는 방편’ 이라고 칭찬을 하실까. ‘진정으로 이기려면 부디 자신을 들여다보고 침묵을 지키라’고 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