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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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현장의 가르침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구룡사 회주


『무량수경無量壽經』에 “한 부처님 출현하시면, 만 중생이 깨달음을 얻고 한 법당이 이룩되면 사바세계娑婆世界 안에 곧 극락정토極樂淨土 이루어진다.”


얼마 전 달라이라마 스님의 85번째 생신을 코로나 때문에 직접 모임을 가질 수 없어 붓다TV로 생신축하영상을 보내드렸더니, 세계 각국의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하나의 영상으로 보시고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존자님은 영상에서 “내 나이는 86세인데, 세상 사람들이 만 85세 생신이라고 축하를 보내왔다. 나이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런 위안을 받고 기도를 접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세상에 아직은 좀 더 필요한 시간에 머물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말을 수용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하셨습니다.


85세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이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인연을 맺으면서 살고자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누군가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머무르며, 그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대만 불광산사의 성운 대사님의 95회 생신에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드렸더니 ‘불망초심不忘初心 불청지우不請之友 불념구악不念舊惡 불변수연不變隨緣’이라는 가르침으로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불망초심不忘初心은 처음 발심한 그대로 그 마음을 잃어버리지 말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하자는 가르침입니다.
불청지우不請之友는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어서 그들을 안락하게 해주는 이를 말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서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념구악不念舊惡은 남의 잘못이나 원망을 마음에 가둬두지 말고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늘 그들을 대하면서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불변수연不變隨緣은 인생에서 원칙과 환경의 변화로 수용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셨습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세상과 더불어 잘 어울림을 가지며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도를 구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항상 정성을 다하라.
정성이 서로 감응하면 그 도과를 얻는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 수행하라.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도를 구하면 반드시 이루어지고 그것을 얻을 것이다.” 했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재색지화財色之禍는 심어독사甚於毒蛇하니 성기지비省己知非하야 상수월리常須遠離’ 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물질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에 노출되어 그것에 한없이 목마름을 가질 것이 아니라,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구증불감不增不減한 모든 법의 공한 모습을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는 어떤 법이 불생이며 불멸인가.
좋지 않은 법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 불생이요, 좋은 법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멸입니다. 어떤 것이 좋은 법이며 어떤 것이 나쁜 법일까요.
좋지 않은 법이란 번뇌와 망상이요, 좋은 법이란 번뇌와 망상을 없애는 것입니다. 타던 불이 꺼지면 끓던 물이 잠잠해지는 것처럼,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을 번뇌라 하고 재색식명수財色食名睡 오욕락五慾樂을 망상冥想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번뇌와 망상이 없다면 좋지 않은 법은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생사윤회生死輪廻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악업이든 선업이든 그 업이라는 것 자체를 제거하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단 업이라면, 업業인 이상 생사윤회의 수레바퀴를 탈 수밖에 없습니다. 업을 저장하면 저장할수록 그 윤회의 수레바퀴는 더 세차게 돌아가고 결국 나고 죽고, 죽고 나는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진 삶, 원력보살願力菩薩로 전환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될 수 있도록 수행하고 정진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라는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분별하고 시비하는 의식으로부터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6식과 제7식 말라식末那識과 제8식 아뢰야식阿賴耶識의 사량분별식思量分別識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한 순간, 한 찰라 찰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업業이라고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업 때문이라고 할 일은 아닙니다. 만일 모든 것이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결과라면 악업惡業이 지중한 사람은 한없이 나쁜 일만 생길 것이고 선업善業이 수승한 사람은 한없이 좋은 일만 생겨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바세계의 현실입니다. 어떤 이는 사는 게 입맛을 다실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호의호식하며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부처님 제자로서 금쪽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의 지혜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복福은 짓는 것이고, 덕德은 나누는 것이며, 수행修行은 닦는 것임을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원각경圓覺經』 「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에도 이르기를 “나의 지금 이 몸은 사대四大로 화합된 것이다. 이른바 머리카락, 털, 손발톱, 치아, 가죽, 살, 힘줄, 뼈, 골수는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 침, 콧물, 고름, 피, 진액, 점액, 가래, 눈물, 정기精氣, 대소변은 모두 물로 돌아가고, 따뜻한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작용은 바람으로 돌아간다. 사대가 각각 분리되면 지금의 허망한 몸은 어디에 있겠는가? 곧 알라. 이 몸이 필 경 실체가 없거늘 화합해서 형상이 이루어진 것은 진실로 환幻이나 허깨비와 같은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를 일러 생로병사生老病死라 합니다. 발생한 원인 속에는 그것이 소멸하는 원인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한순간에 발생하고 또 한순간에 머무르고 또 한순간에 분해되는 것을 생로병사의 생주이멸生住異滅 법칙 속에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면서 세상을 허망하게, 소멸시키지 말고 하루하루를 소중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불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과因果를 믿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밖으로만 눈을 돌려서 구하고 찾으려 하지 말고, 안을 들여다보는 혜안慧眼을 길러야 합니다.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다보면 괴로움만 가중될 뿐입니다.
그러니 항상 사홍서원四弘誓願의 보리심菩提心을 드리우는 건강한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항상 세상과 더불어 어울림 속에 건강함을 스스로 지키면서 살아가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