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
하늘에 구름들 제멋대로 떠다니고 있다
누가 그렸는지 모래밭에서 집들이 자꾸 휩쓸려간다
빈 벌판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처럼
양들이 제멋대로 풀을 뜯고 새끼치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내가 그렇게 다시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저녁 시간 오래된 시장에서는
호객과 흥정 보다는 마치
요르단의 어느 계곡도시에서
오랫동안
차를 따르고 향을 팔던 것처럼
사람들은 진중하면서도 은은하게 손님을 맞았으며
손님들 또한 먼 이방인처럼
조용하면서도 신중한 거동으로
차와 향을 사곤하던 시장이 있었던 곳이다
황금과 주석 빛나는 흰색의 은으로 만든
귀걸이와 팔찌 아름다운 꽃병들은
누가 다 모아갔을까
길을 잘못 들었나
그동안 잘못 계산된 세월이 있었나
양들은 왜 이렇게 거칠어졌으며
벌판의 저 모랫바람들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그렇게 도시의 저녁을
단 두개의 뿔로 조용히 가라앉혀주던
흰 소들은 어디 갔으며
그 많던 수백가지 향료와
도시의 밤을 감싸주던 비단들은 어디갔는지
누가 이 그림을 잘못 그렸나
예전의 그 미로 같고 미궁 같던 도시 하나가
먼 세월의 발밑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