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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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깨달은 자의 사랑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겁쟁이는 두려움 없는 사람이 되고
포박된 이는 자유로울지니
나약한 이는 힘센 이가 되어
서로가 친애하는 마음을 나누네.
길 위의 모든 이들이
향하는 그 어는 곳이건 안락하여
무슨 이유와 목적이건
서원한 바를 성취하네.
                           샨티데바 『입보리행론』 중에서


인도 티베트망명정부 중앙행정부(총리 시롭상상게 박사) 수립 58년만 최초로 주관한 보드가야 깔라차크라 법회. 지난 해 1월 행사를 계획했지만 예산 편성과 망명정부 총리 직무 연임 등의 관련 사안으로 한해가 연기 되어 올해 1월 2~14일 총 13일간 개최 되었다. 달라이라마(뗀진갸초, 81)의 생애 서른네 번째 깔라차크라 법회가 열린 석가모니 붓다의 성도지 보드가야에 마련된 광장에는 공식 추산 20만 명이 참석을 하였지만 법석에 자리를 잡지 못해 광장 밖에서 법회를 들은 이들까지 합해 실제 30만 명이 법회를 찾았다고 집계했다.
반면 티베트 본토에서 이번 달라이라마의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7천여 명의 티베트인이 보드가야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에서 1월 15일까지 중국으로 귀환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강력한 명령해 불가피하게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망명정부는 공식 기자 회견을 열고 중국정부의 티베트 백서에 명시된 바와 달리 자치주 소수민족에 대한 불합리한 억압을 엄중히 비판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이번 법회에 참석하지 못한 티베트의 형제들을 위한 특별한 관정 의식의 기도를 행하겠다는 답을 주었다.
보드가야에서 5시간 거리에 위치한 빠뜨나에서는 깔라차크라 시작 5일 째인 1월 6일, 시크교의 창시자 구루 고빈드 싱의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인도의 모디 총리를 비롯한 각 종교계 지도자는 빠뜨나 스리 하만디르 사힙 구르드와라를 찾았다. 달라이라마 역시 초대를 받았지만 깔라차크라 법회 일정으로 인해 행사 당일 합류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7일, 시크교 성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사원장을 위시하여 빠뜨나에 참석한 종교 지도자들이 깔라차크라 법회장으로 달라이라마를 찾았다. 본 법회에 앞서 인류가 원하고 누리고자 하는 공동의 행복을 위해 뜻을 함께 모으는데 결의를 다졌다.
달라이라마의 제자이자 헐리우드 영화배우인 리차드기어는 34세 연하의 여자 친구 알렉산드라 실비아와 깔라차크라 법회에 참석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심지어 법문이 끝난 후에는 재가 불자들 사이에 어울려 법회장 출입구로 나서다가 인파에 몰려 결국 경찰의 호위를 받아 숙소로 이동해야만 했다. 리차드기어는 영문 반야심경을 미국 불자들과 함께 봉독하는 등 법회에 충실히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더불어 티베트인들과의 형제애를 과시하며 멀지 않은 날에 티베트가 자유를 되찾고 달라이라마가 티베트의 땅을 밟기를 서원했다. 
본 관정에 앞서 남걀사원 소속의 승려들은 처음 3일간 대지를 수습하고 정화하는 의식을 펼쳤다. 이어서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과 까말라실라의 『수행의 단계』를 주제로 한 법문과 만달라 공양 의식이 장엄 되었다. 보리심을 일으킨 이들을 대상으로 금강승에 대한 확고한 서원을 세운 이들만을 위하여 자량도의 수행의 단계에 들어서도록 하는 무상요가 관정과 함께 문수보살 관정으로써 달라이라마의 서른네 번째 깔라차크라 법회를 마무리하였다.


“옴 아 훔 호 항꺄 말라 와라야 후.”
여섯 가지 종성을 감로수로서 장애를 소멸시키고자 하니 그것은 공성과 자비의 본성이자 욕계 색계 중생계의 생함과 멸함이 없는 일체의 완성입니다. 법을 대하는 동기로서 보리심을 지닌 가운데 수승한 깔라차크라에 예경을 올립니다.
만다라를 조성할 때는 그 시작으로 대지를 수습하는 관을 합니다. 유독 선명하여 생생하기 때문에 확신을 주는 꿈이 있습니다. 인도에 망명하여 다람살라에서 처음으로 관장한 깔라차크라 기도 당시 만다라의 정중앙에 제가 앉아 있던 꿈이 그것입니다. 저는 그 꿈이 앞으로도 많은 깔라차크라 관정을 법제자들에게 내릴 것을 예견했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저의 생애 서른네 번째 깔라차크라 관정 의식을 집도하고 있습니다.
깔라차크라란 중맥의 기운에 의지하여 여섯 가지의 차제로써 원만차제와 생기차제 수행의 가행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보드가야 성지에서 열악하게 조성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불교도와 함께 법을 구하고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법다운 법을 구하고저 하는 하나의 목적을 세운 우리는 도반입니다.
인류의 문명사를 되짚어 보면 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종교가 흥하고 쇄하였습니다. 불교에서 조차 북방불교의 관점에서 불법을 소승과 대승으로 양분하였고 금강승이라 하여 밀법으로 세분화 시켰습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 이 자리의 깔라차크라 법회에서 내 마음이 법을 통해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저 성지에 잠시 들렀다간 기념일이 될 뿐입니다. 법을 대하는 본인 스스로의 마음이 변화되도록 선근의 씨앗을 심고 붓다의 법을 논리적으로 해석한 선지식의 가르침을 사유하는 것을 통해 삶 속에서 진실로 선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한 바른 의도입니다.
가장 먼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몸과 말 그리고 마음을 올바르게 다스리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꾸눌라마뗀진겐첸 린포체로부터 사사한 오늘의 법문 『입보리행론』을 저는 지난 60년간 한결같은 서원으로 사유하고 실천해왔습니다. 무한한 중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붓다께서 내신 바와 같은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붓다의 사랑이었습니다. 붓다께서 이루신 일체종지의 씨앗을 올곧게 물려받아 문사수의 삼학으로써 수행의 단계를 밟아 성장하여 열매를 맺는 것이 그러합니다.
본래 하는 여래장을 알아차렸다면 이를 통해 고요한 마음을 일상화하고 나와 주변을 선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귀한 인간의 몸을 받아 어떠한 방식으로 바른 법을 실천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사유하고 보리심의 밑거름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많은 이들이 이번 깔라차크라 법회에 동참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법회의 저본으로 삼고자 하는 『입보리행론』에서 논하는 공성의 사상과 견해는 <중론>의 공사상과 다름이 없습니다. 보리심과 무자성을 수행함을 통하여 붓다께서 이룬 바와 같은 일체의 종지에 이를 수 있음을 논합니다. 또 하나의 지침서 『수행의 단계』는 티베트의 법왕 티송데첸의 권청으로 나란다 승원의 학제를 반영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티베트불교로 입문하는 불교도들에게는 실제 수행 지침서로써 여섯 바라밀 행에 준한 ‘나’를 변화하는데 『입보리행론』이 더욱 친밀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인도 보드가야에서 가연숙 (보림화)
omflower@gmail.com
가교. www.gagy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