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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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벼랑에 서서 벼랑이 되어

고상원
시인·여래사 불자


면벽수행面壁修行으로
삶과 죽음이 하나 되어
벼랑이 되고


숲이 되고
산이 되고
지옥이 되고
신선이 되고


가끔 벼랑에 서서
하늘에 빌며 살려 달라
보름달에 싹싹 빌며
소원과 용서 비는
여린 풀잎이 되고


가끔 벼랑이 되어
자신을 호령하고 꾸짖던 고호는
미친 듯이 내면의 세계를 파헤친
자화상과 자연나라를 그려
세계를 미치게 했고


그리고 권총 들고
영원을 만나러 갔고
홀로 벼랑 끝에서 그린 그림이라
하나도 안 알려졌지만
벼랑 덕에 불후의 명작이 되고


죽기 살기로 살면
신선이 되거나
불후의 명작을 남기거나
한줌 흙이거나


한번 죽기 살기로 살아보자
불후의 명작이 나오는지
벼랑에 사는 맛이 나오는지
죽기 살기로 살아보자
벼랑이 아니더라도
면벽수행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