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불광출판사 편집부
우리의 몸과 마음, 생각을 바꾸게 하는 사찰음식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다
먹을거리, 음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먹방, 요리 대결, 맛집 기행 등. 방송에서 다루는 음식 소재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직업군 가운데 요리사가 점점 늘고 있다. 또 ‘혼밥’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인스턴트식품 종류도 놀랄 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은 오직 소비하는 데 집중되어 있으며,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이 음식의 가장 큰 미덕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렇듯 요리사가 많아지고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지만, 한편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늘고 있다. 왜일까.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은 다시, 사찰음식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고 한다. 사찰음식이 산문山門을 나와 대중의 곁으로 내려온 지 30여 년이다. 그동안 사찰음식은 우리 곁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움직여 왔을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이 책은 선재 스님이 30년 넘게 ‘음식 수행자’로 살면서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묶었다. ‘삶의 근본으로서의 음식이란 무엇인가’, ‘몸과 마음과 음식은 어떤 관계인가’, ‘수행자의 음식이 현대인에게 왜 절실한가’ 등. 이를 통해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 음식과 생명의 가치, 곧 모든 생명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식은 곧 생명,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 생각을 바꾸게 하는 사찰음식
스님은 음식을 말하기 전에 ‘몸’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한다. 우리에게 몸은 무엇인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당시 수행자들은 육체를 모든 번뇌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번뇌를 끊어 내기 위해 육신을 극한의 고행으로 밀어붙이며 거기서 정신적 안락을 구하려 했다. 부처님도 처음엔 단식을 하는 등 고행의 수행법을 따랐다. 그러나 그 끝은 처참하고 피폐해진 육체만 남았을 뿐이다. 부처님은 몸을 혹사하는 고행이 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님을 알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따듯한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후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 비로소 깊은 명상에 들어 깨달음에 이르렀다. 부처님이 드신 유미죽이야말로 사찰음식의 기원이다.
부처님은 몸을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깨달음의 주체로 보았다. 부처님이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몸이 아파서, 일이 안 돼서 상담하러 온 이들에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먼저 물은 것은 몸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뜻이다. 즉 내가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살피고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지혜롭게 잘 살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이라는 그릇 안에 생각과 마음이 담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상적 창조 행위이다. 부처님이 음식에 관한 많은 당부를 남긴 까닭이 여기 있다.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스님은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자.”고 한다. 스님이 평소 많은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데는 욕심내서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비우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그리하여 정말 먹어야 할 음식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이끈다. 사찰음식을 배우기 전, 사람들은 세상에는 엄청 먹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조금 배우고 나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사찰음식을 깊이 이해하고 나면 다시 세상에 온통 먹을 게 천지라고 말한다.
보통 음식은 맛을 좇아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그 맛은 정말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의 입맛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맛을 알고, 혀의 맛만 좇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서 있다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해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사찰음식에서는 3가지 맛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음식의 에너지가 주는 맛, 기쁨의 맛, 기氣의 맛이다. 음식의 맛은 식품 그 자체의 맛이고, 기쁨의 맛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맛이다. 기의 맛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맛이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을 먹고 지혜를 터득해가는 기쁨을 얻는 것이 바로 수행의 맛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삶을 충실하게 채워 나가는 맛,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맛이다.
사찰음식으로 세상은 그만큼 안전해지고 평화로워지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강의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한다. 갓 결혼한 신부, 의사, 영양사, 아이엄마, 식당주인 등,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아프다거나 아이를 위해, 환자관리 차원에서 등 타인을 위한 자발적 배움이다. 인간의 마음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타적인 마음을 확장한 그곳에 사찰음식이 있다. 본문에 소개된 어느 철학 교수는 중년의 나이에 1년 동안 선재 스님의 요리 수업을 듣고 마지막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철학은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관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 끝에 저는 ‘음식’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점에서 보면 음식은 철학의 끝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바로 사찰음식입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철학이 사찰음식에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찰음식은 바로 세상 모든 존재를 이롭게 하는 조화의 음식, 하모니 푸드(Harmony food)입니다.” (201쪽)
자연의 음식, 생명을 살리고 자연의 온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요리가 바로 사찰음식이다. 요리는 모든 사람이 삶에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기술이자 철학이다. 결혼하는 딸을 두고 어머니들은 “우리 딸은 공부만 하느라 음식을 할 줄 몰라요.”라고 말한다. 선재 스님은 그때마다 자랑이 아니라고 대꾸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음식을 배우게 하라고 부탁한다. 음식은 누구나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능력과 지혜, 즐거움, 기쁨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사찰음식을 남녀노소, 한 사람 한 사람 배우고 익힌다면 세상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사찰음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른 생명에 해를 주지 않고 자연에서 거둔 제철 음식’에 있다. 특히 제철 음식은 때에 맞는 음식이다. 때를 알고, 때에 맞게 먹고, 때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운율에 맞춰 살아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때에 맞춰 먹으라’는 뜻은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닿아 있다. 때마다 먹는 음식의 에너지가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이듯, 순간순간이 모여 일생을 이룬다. 매 순간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구나’, 자각해야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