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호
연세대학교 의료공학 박사과정|여래사 거사림회 총무이사|blog.daum.net/hyun-jaeho
법성게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
모든 생명체에 이롭고
보배로운 비가 이 허공에 가득하므로
중생들이 각자 공부 한 만큼,
수행 한 만큼 갖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많은 해석 중에 제일 편하고 흔한 예는 “그릇이 비뚤게 놓여 있으면 비가 억수로 와도 고이는 것이 없다” 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배로운 법法비, ‘우보雨寶’의 깊은 의미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 부처님의 가피에 한층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사료 됩니다.
1. 과학의 발달, 과학의 굴레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동물계, 식물계를 통틀어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 되는 등, 어떤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을 비롯하여 동물 및 식물계의 영양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영양 지도에 맞추어 음식물을 섭취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스스로 착각을 하며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 현상 속에서의 일부, 극히 일부만을 검증한 것이 지금의 과학입니다. 인스턴트의 대명사 격인 라면, 오래 전 국내 연구진의 실험 결과, 라면만 먹인 실험쥐가 6개월을 못 넘기고 죽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나트륨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며 라면을 먹을 때 ‘면’만 먹고 국물은 먹지 말라고 합니다.
2. 41년간 라면으로 끼니, 84세 노인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 나온 41년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84세 노인의 안정된 영양 상태는 무엇으로 증명하여야 하는가? 라면 속에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분이 고루 들어있는가?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작은 무명無明을 하나 벗어나 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서만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인간의 건강 유지에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자연에 있습니다.(햇볕의 기운, 땅의 기운, 공기의 기운 등) 다만,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자연의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필요로 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입니다. 따라서 허기를 채우는 일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는 일은 다소 다른 일이라는 것입니다.
3. 30여 년째 꺼지지 않는 사당의 등불
인도 남부 지방의 작은 힌두 사당에서의 일입니다. 사당을 지키는 사두(수행자)가 죽은 후 신도 중 ‘샤르다마’라는 할머니는 등불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매일 새벽 기름을 채우고 심지를 가는 등 등불 관리에 신경을 쓰던 어느 날부터 기이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름도 줄지 않고 심지도 닳지 않는 것입니다. 이 일이 생긴 1979부터 지금까지 등불의 불빛은 그 곳 사당을 지키고 있으며 2002년도에는 달라이라마도 방문하여 직접 불어보기도 하였지만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달라이라마는 보시금을 내리시며 친히 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가피의 존엄이 넘쳐나며 무명의 어둠을 없앤 자아광명을 만나게 된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이에 의지하여 많은 중생에게 평온한 마음의 빛이 넘쳐나길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2002년 1월 1일 달라이라마”
4. 기적(?)
인간은 과학을 기반으로 증명되면 믿고, 과학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흔히 ‘기이한 현상’ 또는 ‘기적’이라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41년째 라면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할아버지도 기적이고, 35년째 꺼지지 않는 등불도 기적이라고 합니다. 그 외 많은 기적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구를 기준으로 통틀어 생각해 보시죠? 부처님의 인연생기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생길만해서 생긴 것이지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틀’ 안에 있으면 이해되는 일이고 ‘틀’ 밖에 있으면 기적이라 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발전되는 과학은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업共業’인지도 모릅니다. 노력 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하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그로 인하여 모든 인간의 업業은 쌓여만 가니 말입니다.
5.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법성게에서 말하길 ‘허공에는 생명에 이로운 보배로운 것이 가득하다’ 하였고, 그것을 ‘우보雨寶’라 하였습니다. 모든 식물이 ‘물’만 먹고 연명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도 음식물 섭취를 통하여 연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허공에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최근에 ‘힉스’ 입자와 더불어 ‘끈-이론’, ‘양자론’ 등의 연구 결과가 두각을 나타내며 이를 반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불교 경전 중 『대집경』에서는 ‘허공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라면 할아버지는 허공에서 에너지를 흡수 하는 밝은 긍정의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닐까요? 반면에 라면만 6개월 먹은 실험쥐는 허공에서 에너지를 흡수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등불이 켜지려면 기름과 심지, 그리고 주변에 적당한 산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기름도 심지도 닳지 않고 35년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제3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고 그 주체 역시 허공입니다. 허공에는 불꽃을 만드는데 필요한 많은 요소가 추가로 있습니다. (수소, 질소 등) 이유와 원리는 알 수 없으나, 라면 할아버지는 허공에서 신진대사에 필요로 한 영양분을 흡수하였고, 인도 남부의 등불은 불꽃을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허공에서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허공에…. 내 코 앞에 있는 공기에 무슨 비밀이 있단 말인가?
6. 유유상종類類相從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電氣, 전기의 흐름을 표현하는 전류電流라는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란히 놓인 두 가닥의 도선(전깃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류를 흘려주면 나란한 두 개의 도선은 서로 멀어지려 합니다.(서로 밀어내는 척력 발생) 반면 같은 방향으로 전류를 흘려주면 나란한 두 개의 도선은 서로 가까워지려 합니다.(서로 끌어당기는 인력 발생) 이와 같은 일은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부류 간에 사랑이 생기고 끌림이 생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유유상종은 허공에서도 벌어지지 않나 생각 해 봅니다. 긍정의 생각을 하면 허공에 있는 긍정에너지가 내게 올 것이요, 내가 부정의 생각을 하면 허공에 있는 부정에너지가 내게 올 것입니다.
7.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
법성게에서 ‘우보익생만허공’ 다음으로 나오는 구절이 ‘중생수기득이익’입니다. 즉, 허공에 많은 에너지가 있으나 중생들은 자신의 그릇대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유유상종의 원리가 그러하듯,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그에 맞는 에너지를 허공에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누군가 잘되기를 바라면, 자신이 잘 될 만한 에너지를 흡수할 것이요, 자신만 잘되기를 바란다면 흡수할 에너지도 없이 오직 자신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입니다.
8. 응용편
건강을 바라는 어떤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열심히 헬스, 골프 등을 다닙니다. 또 한 사람은 열심히 봉사활동을 합니다. 누가 건강할까요?
미시건대 심리학 교수 브라운박사가 장수하는 부부 400쌍을 조사하였습니다. 조사자 중 나누며 베푸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오래 살 확률이 2배 이상이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한 대학 실험에서 ‘내 것’, ‘나의’, ‘나만’ 등의 1인칭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 대비 암을 비롯한 중병을 앓는 확률이 높다는 실험도 이를 입증한다고 보아집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자비사상)을 가지면 허공에서 자비에 해당하는 좋은 에너지를 끌어들이게 됩니다. 반면 자신만을 위한 마음을 가지면 허공에서 부정의 에너지를 끌어들임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9. 긍정도 우보, 부정도 우보
나에게 이로운 에너지만 ‘우보’가 아닙니다. 내게 어려움을 주는 에너지도 ‘우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가르쳐주는 보석 같은 결과입니다. 그리하여 「보왕삼매론」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 억울함을 당한 것을 수행의 문으로 삼으라.’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었더라도 그 또한 본인의 복덕인 것입니다. 평소에 부정에너지를 흡수할 만한 생각을 많이 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가르침을 우리는 ‘무정설법’이라 합니다. 무정설법無情說法은 말 없는 자연이 주시는 설법입니다. 자연의 가르침은 무섭습니다. 사기꾼을 만나기도 하고,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자연의 가르침은 회초리처럼 무섭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미학』과 남선종에서는 ‘초사楚辭(회초리 같은 말씀)’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매 맞을 짓을 한 학생이 스승께 종아리를 맞았다면 감사히 여기고 자신의 그릇됨을 반성하고 고쳐야 마땅한 것입니다. 야릇하게도 아이들은 그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 모든 종교에서 온갖 경전으로 어른들을 가르치려 애를 씁니다. 어른들은 살아오면서 어느새 감사와 반성은 관심 없고 원망과 앙갚음 마음만 살이 쪄 있는 것 같습니다.
10. 비밀 아닌 비밀
이러한 삶의 비밀은 완전히 공개되어있는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하지만 비밀을 알려 하지 않는 우둔함에 중생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활짝 열린 천국의 문을 저버리고 좁디좁은 지옥의 문 앞에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이 더욱 그러함을 반증합니다. 『성경』에서도 이야기 합니다. ‘너에게 악행을 저지른 이의 이름을 받들어 하나님께 찬양하라’, ‘누구든 자기를 높이려는 자는 작아지고, 자기를 죽이려는 자는 살아남으리라’.
인생 흥망의 열쇠는 내 코 앞의 공기에 달려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지…. 그것은 이제 곧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11. 빈자일등貧者一燈
부처님께서 어느 마을을 방문하셨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부처님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모두 집 앞에 등불을 켜 놓았죠. 하지만 가난한 한 과부는 등불 하나 조차 구입할 돈이 없어서 머리를 잘라 판 돈으로 작은 등불을 구입하여 집 앞에 걸어 놓았습니다. 부처님의 설법이 있었고, 하루 해가 지나 부처님께서 이제 등불을 모두 끄라 하셨는데, 유독 한 집의 등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불은 치마로 바람을 일으키고 입으로 아무리 불어도 절대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 등불을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 합니다. 거짓 같은 이야기 같지만 앞서 소개한 35년 간 꺼지지 않는 등불과 같은 등입니다.
12. 우보를 맞이하는 작은 깨달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잘되길 바라는 그런 간절함으로 소원 성취되기를 바라서는 아니 될 노릇입니다. 빈자일등과 같이 간절한 소망이 아닌, 간절한 진리의 믿음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요, 진정한 빈자일등인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의 충직한 등불로서 자신의 무명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내가 예뻐지길 바라면 성형외과를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여인을 예쁘게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내가 건강하길 바란다면 다른 모든 이의 건강을 진심으로 염려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지금 가진 작은 재산이라도 더 어려운 이에게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허공에 우보가 가득하나 초사의 무정설법을 피하고 진정으로 법비를 맞이하려면 긍정과 사랑이 가득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순간을 장식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우보의 참뜻을 이해하시어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빈자일등을 마련하시길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