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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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림은 나눔의 미덕美德입니다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군종교구장

어릴 적 가난한 시절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거부장자가 되어 있는데, 삶은 어찌해서 더 옹색해지고 우리의 목마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일까요.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힌 불자들 이라면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는 겨울철 방한용품인 핫팩 22만 개를 10대의 트럭에 나눠 싣고 최전방 철책선 부대와 해안선을 경비하는 격오지 부대에 다녀왔습니다. 최전방 부대의 규모와 사정에 따라 사단별로 1만 개씩 나누었습니다. 핫팩을 전하면서 철책선과 해안선의 야간 근무자들에게 조금 이나마 가족의 따스함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은 정성이었지만 병영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을, 가는 곳마다 장병들의 맑고 밝은 모습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나눔에서도 스스로 기쁘고 즐거운 것을 보면, 도리어 훈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군부대 위문에는 주지 스님들의 관심과 배려의 동참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행사에 군종교구와 함께해준 불교 신문사와 BTN 불교TV 방송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오늘도 광화문 광장에 가면 큰 온도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사랑의 온도계입니다. 이 온도계는 목표액을 정해놓고 1%가 모일 때마다 1℃씩 올라가게 하였는데, 올해는 100℃를 넘어 120℃에 다다르고 있어, 온도계를 설치한 이후 최고의 모금액을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온도계의 수치를 놓고 보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단한 백성입니다. 나눔의 기쁨을 아는 국민입니다.
깊고 깊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런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군종교구에 군 법사 스님들은 전후방 법당에서 군 불자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동참하여, 필리핀 돕기에 3천만 원이 넘는 보시금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열약한 환경에서 전법 활동을 하는 스님들은 세상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귀한 마음을 담아, 필리핀 피해지역에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을 통해서 소중하게 쓰여 질 수 있도록 국방부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헬렌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그러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가진 소유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무거운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가슴 벅찬 연락도 받았습니다. 어느 불자는 매일 기도를 하면서 하루에 천 원씩 일 년 동안 모았다고 합니다. 이 돈을 어디에 보시할까? 생각하다가 군종교구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제 여건으로 따지면 천원은 큰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매일 천 원씩 일 년을 모으면 36만 5천원이 됩니다. 이런 연민심에서 불자의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하고자하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무량심은 나눔의 미덕美德입니다.


《화엄경》 〈이세간품〉에, 보살에게는 열 가지 깊은 마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菩薩은 열 가지 깊은 마음이 있으니, 모든 세간 법에 물들지 않는 깊은 마음과, 모든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의 도에 섞이지 않는 깊은 마음과, 모든 부처의 보리菩提를 통달하는 깊은 마음과, 온갖 지혜의 지혜를 따르는 깊은 마음과, 모든 마군魔軍과 외도外道가 동요하지 못하는 깊은 마음과, 모든 여래如來의 원만한 지혜를 깨끗이 닦는 깊은 마음과, 모든 들은 법을 잘 지니는 깊은 마음과, 모든 태어나는 곳에 집착하지 않는 깊은 마음과, 모든 미세한 지혜를 구족하는 깊은 마음과, 모든 부처님 법을 닦는 깊은 마음이니, 만일 보살들이 이 가운데 편안히 머물면 온갖 지혜의 위없이 깨끗한 깊은 마음을 얻느니라.』 
여기에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가르침이 있습니다.


미세한 지혜를 구족한 깊은 마음 입니다. 우리 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에는 조약돌과 서래목雪來木의 가르침도 있습니다.
“조약돌은 쪼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물결이 스치면서 만들어진다. 겨울철 깊은 산중에 아름드리나무가 부러지는 것도 그러하다. 도구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솜털 같은 미세한 입자의 물방울이 함박눈이 되어 나무 가지에 소복이 쌓이면, 결국 나무가 부러지는 것이다.”
내면에 있는 부드러움이 ‘미세한 지혜를 구족한 깊고 깊은 마음’입니다.


출가자가 산문을 걸어 잠그고 깊은 산 속에서 숨어 사는 것보다 세상과 함께 어울리되 세상에 물들지 않는 삶이 더 값진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산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번잡하다면 그는 비록 산속에 있으나, 시장터에 살고 있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서울에서 함께했던 삼십 여년은 번다함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노력했던 대중포교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침묵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침묵 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말을 하되, 말 하지 말아야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열반경涅槃經》 에, 『몸과 마음이 고요한 사람, 몸은 고요한데 마음이 번다한 사람, 마음은 고요한데 몸이 번다한 사람, 몸도 마음도 번다한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 인생 이었을까요.
은사스님께서 26사단에 군복무 하던 저에게 보내주신 답신答信이 있습니다. 


“정우친전頂宇親展.
상별후相別后 소식 없어 운산원천雲散遠天에 북녘하늘 바라보며 너 용모를 그립든차 수서手書를 받고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그간도 몸 건강히 군무軍務에 충실하다하니 더욱 반갑구나. 이곳은 너희들의 수호로 산중이 무고하니 안심하라. 그리고 엄동설한 매서운 추위도 조국수호의 의무義務로 알고 직분을 다 하라. 염념보리심念念菩提心하면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이니 불자佛子의 본분을 호지護持하여 청정淸淨을 오염치 말고 영예롭게 귀사歸寺를 고대한다.
여기는 오랜만에 눈이 내려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한데, 산심야심여사심山深夜深汝思深이라. 한결 너 모양이 비치는구나. 말로써 무슨 위안이 되겠느냐. 이만 줄인다.
74年 1月 18日         弘法 合掌.”


40여 년 전, 은사스님의 편지는 오늘도 가르침이 되어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습니다.
잘 살아 가야할 그 길에 아직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일을 마치려 합니다.
내일 마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그 날도 오늘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10년 후, 20년 후가 되어도, 그날은 오늘입니다.
보람으로 살겠습니다.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겠습니다.
부처님 품안, 따뜻한 가정의 발원은 우리 모두의 바램입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밑거름은 우리네 어머니 입니다. 우리네 아버지 이었습니다.
우리도 어느 날 어른이 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자양분이 되어 있습니다.
금년에도 힘차게 살아가는 불자佛子가 되기를 발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