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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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한 말씀

인간 삶의 ‘보편적인 고민거리’에 맞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붓다의 지혜
이길호 / 불광출판사 편집팀


1. 평범한 사람들이 7년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붓다의 말씀’을 읽다
7년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모여 초기경전 니까야(아함경)를 읽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불교 경전을 연구하는 학자도 아니고, 승가에서 수행을 하는 수행자도 아닌 그저 “요즘 배춧값이 올랐네.” “공과금이 올랐네.”를 걱정하는 평범한 재가자들입니다. 그들은 오직 붓다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정말 그 말씀을 하셨는지를 알기 위해 한 줄 한 줄 읽어나간 사람들입니다.
『붓다 한 말씀』의 저자 이미령은 그들을 이끌어서 함께 경전을 읽었고, 7년이라는 대장정의 결과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그동안 니까야를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저 같은 재가자들도 편하게 경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조금 다른 각도에서 경전 내용을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결과물로 초기경전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경전 구절 몇 가지를 추리고 설명을 보태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이 초기경전과 사람들을 잇는 다리 노릇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엮었으며, 부디 많은 사람들이 초기경전 니까야와 친해지기를 바랍니다.”
초기경전 니까야는 다양한 판본과 수십 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붓다의 원음原音을 모아둔 경전입니다. 붓다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모은 것이 초기경전 니까야라는 말인 거지요. 물론 팔만사천법문이 죄다 붓다의 말씀일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은 분명 붓다의 입에서 출발했고, 2600여 년이라는 불교 역사에 맞게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간의 옷을 입고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붓다의 친설에 가장 가깝고,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니까야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경전을 안내하는 『붓다 한 말씀』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2. 초기경전에서 찾은 삶의 힌트 - “사랑, 관계, 돈, 욕망에 대해 붓다는 어떤 말씀을 했을까?”
『붓다 한 말씀』은 초기경전의 내용을 사랑, 관계, 돈, 욕망이라는 인간 삶의 키워드로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 스승과 제자, 고용주와 고용인 등 거미줄처럼 얽힌 인간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제시하거나, 올바르게 돈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사랑은 ‘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등의 깨달음을 줍니다.
이 중에서 먼저 우리네 삶을 울고 웃게 하는 돈에 대해서 붓다는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붓다께서는 ‘적게 벌어서, 아껴 쓰라’고 말씀하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초기경전에서 말하는 ‘재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붓다께서는 자기 손으로 땀 흘려 번 돈을 자기 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재산을 다섯 등분으로 나누는데, 첫째 자신과 직계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에 쓰라고 하십니다. 둘째 친구와 동료들에게 쓰고, 셋째 재난을 대비하는 데에 씁니다. 이것은 마치 세금을 내거나 보험을 들거나 하는 데에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널리 보시합니다. 이것은 먼 일가친척이나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 그리고 조상들에게 베푸는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수행자에게 보시를 합니다. 이것은 보시하는 자에게 행복한 결과를 안겨주니 장차 천상에 태어나는 과보를 불러온다고 합니다.
결국 붓다 말씀의 핵심은 열심히 돈을 모으되 아낌없이 쓰라는 것입니다. 혹자는 “어떻게 모은 돈인데요? 함부로 쓸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없어지는 것이 재물의 속성이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니,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것이 불행이자 가난이지 않을까요?
이밖에도 붓다께서는 세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고민하고, 푸념했을 문제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조언을 들려주십니다.
현대인이라면 많은 이들이 술 한두 잔에 하루치의 시름을 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붓다께서는 술이란 재산을 잃게 되는 첫 번째 요인이며, 불화와 병이 생기고 불명예가 따르는 것은 물론 뻔뻔스러워지게 만든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부자가 되고 싶은 자는 돈을 모으는 것보다 먼저 돈이 새어나가는 ‘음주’부터 자제하라고 충고하십니다.
또한 친구인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항상 가져가기만 하는 사람, 말만 앞세우는 사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 나쁜 짓을 할 때 함께하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조언하십니다.
사랑에 대한 붓다의 말씀은 어떠할까요? 붓다께서는 “결혼해, 결혼해”라고 부추기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붓다께서는 변하기 마련인 사랑을 붙들고 있는 자를 두고 “대지를 파헤쳐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사람, 갠지스 강을 횃불로 죄다 말려버리겠다고 덤비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사랑과 결혼은 현실이므로 사랑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빠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이릅니다.


3. “붓다의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저자 이미령은 “경전은 지금 이 시대에서 붓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며, 초기경전 니까야를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붓다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붓다의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초기경전 니까야는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한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붓다라는 존재가 무수한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매일 아침마다 사람들과 부딪히고, 틈만 나면 논쟁하러 오는 타종교인들을 상대하고, 그러면서도 위의를 잃지 않는 붓다의 모습이 니까야에 고스란히 녹아나 있다는 것이지요. “불교의 목적은 성불이고, 성불은 붓다가 되는 것인데 초기경전 속 붓다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듬어가다 보면 혹 붓다가 되는 방법 또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불교를 너무 막연하고 먼 곳에서 찾지 말고, 붓다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더듬어가다 보면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승경전이 거창한 진리를 얘기하고, ‘사람’을 넘어서는 세계를 펼쳐 보이는 데 비해 초기경전 니까야는 붓다의 말씀이 내 삶과 어떻게 접점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경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니까야라는 방대한 양의 경전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경전이 하나의 성역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지요. 저자 이미령은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경전에 근거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경전을 읽고 한 개인 개인이 저마다의 언어로 말하는 것, 자발적으로 사색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독서의 완결이자, 경전의 완결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유를 아는 사람’ 붓다가 되는 길이라고요.
옛이야기처럼 쉽고 재미있게 경전의 특징을 잘 살린 『붓다 한 말씀』은 방대한 양에 압도되어 초기경전 읽기를 포기했거나 ‘경전의 대중화’에 갈증을 느꼈던 독자들이 좀더 편안하게 붓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