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2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군종교구 소식
    특별기고
    다람살라소식
    생활의 지혜
    고전속의 명구감상
    금강계단
    명상의 숲길
    불교설화
    불서
    불서2
    즐거움을 뿌려라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똥통을 지던 니디

한애경 /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사왓티 거리에서 변소를 치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니디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더벅머리에 낡고 해진 옷을 걸치고 온몸에 악취가 나는 그를 사람들은 손이 닿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아난다와 함께 걸식하고 있을 때 니디가 인분이 가득한 무거운 통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길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부처님을 발견한 니디는 급히 비켜서려다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벽에 부딪힌 똥통이 박살나고 똥물이 사방으로 튀고 말았는데, 그로 인해 부처님과 아난다의 가사에도 오물이 군데군데 묻어버렸습니다.
니디는 오물이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비볐습니다.
“부처님 제발 용서하십시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니디에게 부처님께서는 손을 내미셨으며 어쩔 줄 모르는 니디의 손을 잡아 일으키셨습니다.
“가자, 나와 함께 강으로 가서 씻자.”
“저같이 천한 놈이 어찌 존귀하신 분과 함께 걸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발우를 건네고 말없이 니디의 손을 끄셨습니다. 그러자 니디는 당황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강에 이르러 부처님께서 손수 씻어주려 하자 니디가 물러섰습니다.
“안됩니다. 부처님처럼 성스러운 분이 저처럼 천한 놈의 더럽고 냄새나는 몸을 만지시다니요.”
부처님께서 니디의 팔을 잡아당기셨습니다.
“니디야, 너는 천하지도 더럽지도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단다. 네 옷은 더러워졌지만 네 마음은 더할 바 없이 착하구나. 그런 네 몸에선 아름답기 짝이 없는 향기가 난단다. 니디야 스스로를 천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니디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맑은 눈동자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왜 그리 급하게 피했느냐?”
“오늘 퍼내야 할 똥이 많아 정신이 없었습니다. 통이 하도 무거워 온통 신경을 쏟다 보니 부처님이 오시는 줄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아예 돌아갔을 겁니다.”
구석구석을 꼼꼼히 씻는 부처님의 손길에 겸연쩍은 웃음을 보이며 니디가 말했습니다.
“부처님 죄송합니다. 거룩하신 가사를 그만 더럽히고 말았네요.”
부처님께서도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니디야 출가하여 나의 제자가 되지 않겠니?”
니디는 펄쩍 뛰었습니다.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미천한 제가 감히 어떻게 사문들과 섞일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부처님은 맑은 물을 움켜 니디의 정수리에 부어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염려 말아라. 니디야, 나의 법은 청정한 물이니 너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으리라. 넓은 바다가 온갖 강물을 다 받아들이고도 늘 맑고 깨끗한 것처럼 나의 법은 모두를 받아들여 더러움에서 벗어나게 한단다. 나의 법에는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남자도 여자도 피부색의 차이도 없단다. 오직 진리를 구하고 진리를 실천하고 진리를 증득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란다.”
니디가 밝게 웃었으며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였습니다.
“부처님, 저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똥을 푸던 니디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으며 사왓티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왜 그런 천한 자에게 출가를 허락하셨을까?”
“아니 그럼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청하면 똥 푸던 그놈도 따라온단 말인가?”
“따라오는 게 대수겠어. 똥 푸던 그놈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판에.”
투털거리는 사왓티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누린내 나는 아주까리를 마찰시켜 불을 피우듯 더러운 진흙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종족과 신분과 직업으로 비구의 값어치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지혜와 덕행만이 비구의 값어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신분이 낮고 천한 직업을 가졌더라도 행위가 훌륭하다면 여러분 그 사람들을 공경하십시오.”
부처님은 타고난 종족이나 신분 가진 재산이나 지식과 능력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부당한 세상의 잣대로 무시당하고 소외받던 사람들에게 더욱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셨습니다. 부처님의 따뜻한 보호와 가르침 속에서 진흙 속에 감춰진 보석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사왓티 출신의 쭐라빤타까도 그런 보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의 형 마하빤타까는 뛰어난 지혜로 정사에서 존경받았지만 그는 4개월 동안 4구의 게송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형은 동생의 게으름과 무지를 꾸짖고 그를 승원에서 쫓아버렸으며 기원정사 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던 쭐라빤타까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부처님이셨습니다.
부처님은 그를 당신의 방으로 데려와 ‘때를 없애라’라는 한마디만 가르쳐주셨습니다. 걸레를 들고 늘 쓸고 닦으며 깨끗해지고 더러워지는 모습들을 관찰한 쭐라빤타까는 남모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후 비구니들에게 설법할 차례가 돌아왔을 때 쭐라빤타까가 자신이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4구의 게송을 읊자 비구니들이 어린애들이나 외우는 게송이라며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쭐라빤타까는 하늘로 솟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통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비구니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러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으면 아무리 쉽고 간단하더라도 반드시 한 마음으로 게으름 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출현은 전 인류의 빛이 되었고 그의 가르침은 영원불멸한 진리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증일아함경』과 『관불삼매해경』에서는 부처님 당시에 이미 불상이 만들어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석존께서 돌아가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하늘나라의 도리천에 올라가 설법하셨을 때 지상에서는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지 못한 코삼비나라 우다야나왕은 병이 생길 지경에 이르자 우두전단 나무로 여래 형상을 만들어 이에 공양하였다고 전하며 이처럼 부처님을 지극정성으로 뵙고자 하는 마음이 최초의 불상을 탄생케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내려오시자 이 불상이 부처님을 직접 영접하였다고 하며 부처님께서 이 불상에게 말씀하시길 ‘네가 저 오는 세상에 큰 불사를 지었구나. 내가 멸도에 든 이후 나의 모든 제자들을 너에게 부촉하노라. 아난아, 나의 말을 잘 지니어 제자들에게 널리 알려라. 내가 멸도 후 부처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부처의 자취를 그려서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마음에서 환희를 내게 한다면 능히 나고 죽는 죄를 멸할 수 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법구경』에서 가르치기를, ‘성스러운 무상대도를 듣지 못하고 삿되게 살아가는 백년보다 붓다의 위없는 가르침을 알고 지내는 그 하루가 정녕 나은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더 늦기 전에 거룩하신 부처님께 진실한 믿음으로 귀의합시다.
옴 아비라 훔 캄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