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한의원 대표원장
빵, 피자, 케이크, 라면, 국수, 칼국수, 스파게티, 짜장면, 우동, 짬뽕, 튀김 등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많은 종류가 밀가루로 만들어진다.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갈수록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밀가루 소비량은 증가추세다.
한방에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한약을 복용할 때는 섭취하지 말라고 더 주의를 준다. 입에서는 맛있고 음식에 다양하게 사용되어 국민적으로 선호하는 밀가루 음식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사찰의 스님은 재래식 화장실에다 밀가루를 뿌린다고 한다. 구더기가 꼬이지 않아서 화장실이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밀가루를 집에다 오래 놔두면 벌레가 생기고 날파리가 생겼었다. 그런데 요즘 밀가루는 오랫동안 놔둬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벌레들이 살아남기에는 밀가루가 너무 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수입밀은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들어온다. 밀은 주로 배를 통해 운송하는데, 수확하고 선적해서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당도하려면 몇 달은 걸리고, 갓 수확한 햇밀이 아니라면 수확한지 몇 년 된 밀이 한국까지 오는데, 과연 벌레도 안 생기고 깨끗한 상태로 올 수가 있을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낸 방법이 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라는 것이다.  포스트 하비스트란 수확을 한 뒤에 유통과정 중에 벌레가 생기거나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 농약을 치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중에 농약을 치는 것은 그래도 비바람을 맞으며 씻겨갈 기회라도 있다.
밀 뿐만 아니라 수입 감자, 옥수수, 오렌지, 레몬, 바나나 같은 것이 포스트 하비스트 처리를 하는 농산물로 유명하다. 그래서 요즘 밀가루는 어지간해서는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이 과정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수입밀은 새하얀 밀가루로 거듭난다. 그런데 도정하는 과정에서 껍질에 있던 섬유질과 씨눈에 들어 있던 노화방지 물질과 비타민이 날아가 버린다. 밀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이것들은 껍질과 씨눈이 함께 섭취될 때라야 몸을 제대로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건만, 진짜 좋은 것은 다 없어지고 그저 새하얀 알몸 덩어리가 불쌍하게 가루로 남은 것이다. 여기에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라고 표백제까지 쓴다.
그것이 바로 곱게 간 하얀 밀가루다. 이런 이유로 밀가루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이 잘 붓고 소화 기능도 점점 약해지고 알러지나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질환이 발생하며 변비도 잘 생기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밀가루는 당지수가 높아 혈당을 빨리 올리고 살을 쉽게 찌게 한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인슐린의 분비가 많아져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력에 당뇨병이 있거나 살찐 사람, 당뇨병 환자 등은 밀가루 음식 섭취 수준을 최하로 낮추는 것이 좋다.
당지수가 높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체내 흡수가 빠르고, 빠르게 에너지로 변해 지방을 축적시키면서도 포만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때 쓰지 못하고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되어 살이 찐다.
밀가루는 기본적으로 전분질 식품인데 다른 전분질 식품과는 달리 글루텐이라는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다. 이 글루텐은 밀가루 음식의 쫄깃한 식감을 내주는 물질인데 우리 몸 안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물질로 종종 소화장애를 일으킨다. 즉 밀가루로 만든 음식 중 쫄깃한 식감을 낼수록 위장에서 분해가 떨어져 소화는 더 안 된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는 좋은데 먹고 난 후에 쉽게 체하거나 얼굴이 붓기도 하며 위장에 가스가 차거나 복부팽만, 배탈, 변비 등의 각종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라면 먹고 난 후를 상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모든 밀가루 음식이 건강에 나쁘고 당뇨병까지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건 아니다.
도정된 밀이 아닌 통밀가루로 만든 통밀빵은 당지수가 50 정도로 낮아 식빵, 라면, 바게트 빵에 비해 훨씬 건강에 좋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체내 흡수가 느리고 에너지화도 느려 지방이 저장되는 것을 막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