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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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서구화의 파장은 계속 중
유럽은 4대 문명 발상지에 속하지 않지만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막강하다. 게르만 민족의 민족우월주의를 낳을 정도로, 간단치 않다. 서구화는 문명화를 뜻했고, 선진국가를 가리켰다. 실제 한국의 경우도 서구화된 초대 대통령을 맞이할 정도로, 한 때 서구화는 선망의 대상이요, 시대정신이었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 유학을 갔다 오는 것이 벼슬처럼 되어 있는 시대다.
외교부 대사를 보면, 동남아와 아프리카, 남미 보다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서양(西洋) 주요 국가 대사를 해야 시쳇말로 알아주고 먹어준다. 또, 외무고시를 봐도, 성적순에 따라 최고 부서로 꼽히는 북미국에 배치된다는 전언(傳言)이다.
과거 학교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70년대 세계사 과목이 있었는데 책 제목이 세계사이지 실제 내용은 유럽사가 대부분이고, 아시아를 비롯해 다른 대륙 역사의 비중은 낮았다. 과목이 세계사이면, 세계 전체 역사의 관점에서 다뤄야 하고, 내용 역시 주요 이슈별 세계사의 흐름을 잡아야 할텐 데 그렇지 못할 정도로 서구화가 만연했다.


서구 정신문화의 지배
서구화, 즉 유럽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구화는 민주주의화로 이어졌고, 산업화와 근대화 그리고 그리스도교화로 귀결됐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절대 왕정에서 선교를 기본으로 제국주의 침략 지배를 수백년간 저질렀다. 명칭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 각국의 침략사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몽매한 역사의 단면을 보게 된다.
유럽 각국 사이의 식민지 획득 전쟁은 무차별하고 잔인한 부족 청소로 이어지고, 인류의 또 다른 문화를 파괴하는 참상을 기록했다. 미국 각주의 명칭과 도시 이름을 보면 인디언으로 불리는 원주민의 부족명과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주요 주와 주요 명칭은 유럽인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상대적으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서구화에 철저했다. 서구화를 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 정도의 경제적 발전을 이룩해 먹고 살만하지 않았느냐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논리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종교 부문에서 진행된 서구화는 세계 최대 교회를 탄생시킬 정도로, 확실하게 서구화를 이룩했다.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무릎을 꿇도록 한, 통성기도 등 세계에서도 유일한 한국 기독교 특유의 기도방식이 생길 정도로, 오히려 이제는 서구가 한국 기독교화를 해야 할 정도가 됐다.


한류 열풍의 세계화
유럽 중심의 서구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정국면을 맞이했다. 미국과 옛 소련이 등장하면서, 유럽의 세계 영향력은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었다. 군사력은 물론이고, 경제질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이 단일 화폐 유로화를 내놓았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위세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 5백여년간 유럽이 누렸던 정치-경제-문화의 영향력은 꿈같은 날로 기억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서구화와 미국 중심의 역사 흐름을 보면서, 새삼 최근 유럽에 일고 있는 K-POP열풍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유럽은 팍스 아메리카에 자신의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지만, 자존심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세계사의 본류라고 생각하고 있고, 미국 역시 유럽이 만든 친자 내지 국가에 따라 사생아로 여기고 있다. K-POP열풍은 1차적으로 한국CT(Culture Technology)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우선, K-POP에 나서려면 한국내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도 최소한 3∼5년간 집중 훈련을 받아야 한다. 노래는 물론이고 댄스와 외국어 교육까지 입체적인 스타훈련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엄격하고 철저하기로 소문난, 육사교육을 방불케한다는 얘기다.


Korean Invasion
한류열풍은 일찌감치 있어왔다. 대통령이 국가 이미지 홍보영상을 만들 정도로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국민의 정부 때 형성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궁따리 샤바라로 대표되는 대중가요는 대만을 넘었고, 욘사마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겨울연가는 일본의 아줌마 부대를 이끌었다.
이같은 한류 열풍은 가요와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한국문화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류 패션이 붐을 이루고, 드라마 촬영지 관광 등 한류 열풍이 가져온 문화적 경제적 파장은 간단치 않았다.
최근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1964년 2월 영국의 록 그룹 비틀즈의 미국 상륙에 비유할 정도다. 당시 비틀즈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그 강도가 침공에 가깝다는 뜻에서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는 새로운 시사용어가 등장했다.


소셜 네트워크가 창출한 블루오션(Blue Ocean)
K-POP의 성공에 대한 원인 분석은 대략 이렇다. 첫째, 소셜 네트워크(SNS)로 대표되는, 전세계 직접 소통방식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활용되는 소셜 네트워크는 이미 제도언론의 영향력을 넘어선지 오래다.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K-POP의 마케팅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열풍을 단순간에 잡아버린 것이다.
둘째는 유럽의 문화적 흐름을 제대로 읽은 SM엔터테인먼트의 대중가요 CT전략이다. 담당 이수만 프로듀서는 유명 그룹 사운드 <샌드 페블스> 출신으로 70-80대중가요를 주름잡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스스로 3단계 CT이론을 설파할 정도로, 이번 유럽의 K-POP열풍에 대한 전략을 내놨다. 앞으로 5∼10년안에 세계적으로 가장 파워풀한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현재 문화적 풍토도 결정적인 한 몫을 했다. 자존심 높고 우아한 귀부인처럼 흐르는 유럽의 기존 문화풍토에서 젊은이들을 K-POP에 열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치, 1950년대 미국 배우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처럼 유럽의 젊은이들은 K-POP에 도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조 오빠부대의 추억
혹시,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를 기억하는 50대의 원조 오빠부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The Young Ones>와 <Evergreen tree> 등으로 유명한 가수인데, 1969년 10월 한국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화여대 강당에서 3번째 공연을 했는데, 지금 K-POP열풍을 생각하면, 그 때 그 시절 <원조 오빠부대>가 지금의 <유럽 K-POP팬> 같아, 시간을 넘은 동질성을 보게 된다. 클리프 리처드 이화여대 공연 때 오빠부대는 손수건과 사진, 수첩, 머리핀은 물론이고 심지어 입고 있던 팬티까지 벗어 던질 정도로 열광했다.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인데도 해외 팝스타에 대한 열정은 말 그대로 엄청났다. 리처드가 공연 도중 제발 조용히 해 달라고 호소하고, 아예 마이크를 놓고 청중의 노래를 경청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K-POP의 유럽열풍에 대해서도 록 밴드 중심의 영국이나 재즈의 고장인 뉴욕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의상 대사(義湘 大師)의 법성게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즉, 한 티끌 속에 모든 우주가 다 들어있다는 말씀처럼 K-POP에 세계의 대중정서를 녹여, 한국발 세계 대중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말도 있다. 한 톨의 곡식에 우주의 은혜가 담겨 있다. 앞으로 한 곡, 아니 수많은 곡의 K-POP에 지구 젊은이의 열정을 담아냈으면 한다.